털어놔도 될까요?
상처 줄까봐 연인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대나무 숲에라도 달려가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은 비밀스러운 고민들. 개그맨 안영미가 함께 생각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Q복잡한 가정사 사귈 때부터 결혼을 전제로 나와 만나고 싶다던 남자친구. 어느 날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덤덤히 털어놓았다. 나를 믿고 솔직히 말해주는 그에게 무척 고마웠지만 다른 한편으론 내 마음이 무거웠다. 나의 가정사야말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언니와 나는 엄마가 다르다. 나는 엄마가 재혼을 해서 낳은 딸이다. 가정 분위기는 화목한 편이지만 언니는 아직까지 엄마를 ‘아줌마’라고 부르고 있고, 명절 때마다 친모를 만나러 간다. 한 번 이혼한 적이 있는 엄마와 배다른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남자친구에게 털어놓아도 될까? 괜스레 약점만 잡히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A 비밀은 관계의 터닝 포인트다 당신의 가정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만나지 않는 것이 낫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에게는 숨기고 싶은 치부일수록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남자친구가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제3자에게 듣게 되면, 더 서운해할지도 모른다. 비밀을 털어놓으면 둘 사이는 더 가까워진다. 좋은 사람일수록 상대의 약점을 더욱 포용하고 감싸주려고 할 것이다. 상대의 반응을 통해 서로를 더욱더 잘 아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Q하늘만 허락한 사랑 남자친구와 2년째 진지하게 만나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이 남자친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는데, 나에게 그의 스펙만 전해 듣고도 손사래를 치신다. 부모님은 그가 나와 비슷한 수준의 회사를 다닌다는 것과 집안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점이 싫다고 하신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결혼을 하게 되면 상대에 맞게 결혼 자금을 지원해줄 여력이 있지만 남자친구의 집안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친구는 “우리 결혼하려면 부모님 만나야 하는데, 언제가 좋을까?”라고 묻는데, 난 그저 “나중에~”라며 미루고만 있다. 행여 자존심을 건드릴까봐 남자친구에게 부모님이 반대한다는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부모님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헤어지는 것만이 답일까?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다.
A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부모님에게 맞서 이길 준비를 하지 않고, 부모님이 반대하는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고민만 하는 당신. 사실은 이미 마음속으로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게 아닐까? 진정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다면 다른 고민보다는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게 먼저이다. 부모님이 반대한다는 핑계만 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시라. 나 역시 어머니가 반대해 4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적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반대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이 사람과 결혼까지는 힘들겠다’라고 여겼기 때문에 헤어졌던 것 같다. 당신 역시 부모님 못지않게 결혼 상대자로 남자친구가 만족스럽지 않은 건 아닌가?
Q썰전 커플남자친구와 몸과 마음은 잘 맞지만 정치 성향은 그렇지 않다. 연인 사이에 정치 얘기는 하는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그 주제로 얘기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었다. 한창 광화문에 사람들이 모였을 때, 남자친구는 “사람 많아서 위험할 것 같다”며 같이 가기를 꺼려 했다. 어쩔 수 없이 친구와 광화문에 갔는데 한번 갔더니 또 가고 싶었다. 남자친구에게 말하자 그는 “어휴, 거길 또 가고 싶다고?”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게 불씨가 돼 우리는 말다툼까지 했다. 다음 날 화해는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 그와는 정치 이야기는 일절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대화하는 것도 꺼려진다.
A 모두 맞을 필요 없다 연인 사이에도 사람마다 성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 정치 성향이 서로 맞지 않으면 피하면 된다. 의견 차이가 있다면 ‘저 사람의 생각은 나와 다르구나’라고 생각하시라. 억지로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도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상대를 설득하고, 나와 생각이 같게 만들려고 하면 이 싸움은 평생 갈 수밖에 없다. 몸과 마음이 맞는다고, 정치 성향까지 맞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Q 안 밝히는 남자 4년째 연애를 하고 있다. 남자친구와 사귀는 3년 동안은 성관계를 하지 않았고, 만난 지 4년째 되던 해부터 나의 ‘S라이프’는 시작됐다. 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는 말에 감동의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고마웠다. 그러나 그렇게 섹스의 물꼬를 텄음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는 어찌 된 일인지 좀처럼 성관계에 적극적이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할까 말까 할 정도로 횟수가 적다(참고로 이 남자의 신체는 건장하다). 이따금씩 내가 ‘섹드립’을 치거나 약간의 신호를 보내도 그저 재미있는 농담으로만 생각하는지 대화를 금세 끝내버린다. 자존심 다 버리고 이유를 물어보니 그런 말 하는 게 너무 쑥스럽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관심도 없는데 나 혼자 ‘밝히는 여자’가 된 것 같아 속상하다.
A 둘만의 언어, 장소를 찾는다 기다리지 말고 당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표현해보시라. 이벤트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둘만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국내 여행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해외여행을 추천한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면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한껏 무르익을 수 있다. 또한 섹스에 대해 직접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게 쑥스럽다면, 둘만의 암호나 신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년 정도 사귄 사이라면 섹스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적나라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관계라면 분명 서로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을 수 있으니, 충분한 대화를 해보길 권한다.
Q 내 남자의 향기 후각이 매우 예민하다. 냄새에 민감하다 보니 해외여행도 잘 가지 못할 정도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최근에 새로 사귄 남자친구는 내 이상형에 딱 맞는다. 그런데 요즘 부쩍 그에게서 남자 특유의 시큼한 냄새와 구취가 난다. 초반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본격적으로 사귀면서 그 냄새가 매우 진해지고 있다. 스킨십 진도가 나갈수록 냄새에 대한 나의 공포는 극심해진다. 겉보기엔 흠잡을 데 없을 만큼 깔끔한 남자인데,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냄새가 나는 걸까. 그의 냄새 때문에 내 마음이 점점 멀어질까봐 두렵다.
A 향기 나는 남자로 재탄생시킨다 유독 입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은 위가 안 좋거나 충치가 있을 확률이 높다. 남자에게 걱정하는 말투로 솔직하게 “요즘 많이 피곤해? 입에서 조금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하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냄새가 나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기엔 아직 어색한 관계라면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우선 당신이 그 남자를 만날 때마다 눈에 띄게 자주 구강 청결제로 입안을 헹구고, 패브릭 스프레이나 향수를 들고 다니며 사용한다. 당신의 행동을 보고 그가 따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보통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고기를 먹고 이를 쑤시거나 거울을 보면 나 역시 그 행동을 보고 따라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은 향수를 선물하는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향수를 선물하며 “난 이 향이 정말 좋아. 데이트할 때마다 뿌리고 나와줘”라고 부탁하는 것. 상대가 청결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건강이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신중하고 배려하며 말하는 것을 잊지 마시라.
지나치게 솔직한 것도 배려 없고 이기적인 행동인 것 같아요. 입장을 바꿔서 같은 이야기를 했을 때,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자문해보세요. 참, 아무리 가까운 연인 사이라도 과거 연애사를 묻고 답하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 안영미(개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