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들은 선조들이 이룩해놓은 위대한 유산을 탐닉했다. 섬세함과 웅장함,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을 모두 갖추었고 어떤 시대라고 딱히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양한 장식과 기교가 지금,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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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미우

가을/겨울을 정의하는 핵심 트렌드는 과거 미적 유산의 재해석. 그것도 아주 오래전 시대의 요소들이 한데 엉켜 거대한 장식주의를 낳았다. 디자이너들은 중세부터 르네상스, 바로크를 지나 벨 에포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복식사를 총망라한 듯, 이루 말할 데 없이 사치스럽고 화려한 면모를 과시한 것. 미우미우, 구찌, 랄프 로렌, 프라다는 런웨이에서 풀을 먹인 듯 뻣뻣하고 단단한 칼라, 허리를 힘껏 조이며 여체의 굴곡을 강조하는 코르셋, 17세기 저택의 벽을 장식한 태피스트리로 만든 듯한 코트, 금박과 시퀸 장식의 동물 모티브, 러플과 레이스의 향연, 실크와 파스텔의 조화 등 웅장함 속에 녹아들어 있는 여성성을 펼쳐냈다. 정확히 말하면 여성성이라기보다 남자와 여자가 모두 화려하게 치장했던 시대의 ‘장식성’이다. 성의 경계가 흐려지고 고급과 저급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21세기에 귀족적인 장식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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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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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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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맥퀸

고대의 유산에서 빌려온 장식주의는 21세기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장치로 여자에 대한 존중을 드러낸다. 화려한 치장은 간결함만이 지적이고 세련돼 보인다  고 주장하는 미니멀리즘의 우월주의에 반하며 남성복에도 흘러 들어갔고 더 이상 여자들이 남자들처럼 행동하고 옷을 입는 것이 평등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는 미우치아 프라다의 선언에서도 알 수 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우리는 오늘날의 우리가 누구인지 이해해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 역사 속 여자들의 갖가지 모습과 그들이 느낀 감정에 몰두했고, 행복하고 고통스러운 것, 아름다운 것과 끔찍한 것,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들을 혼재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런 요소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장식적인 요소 덕분.  남성적인 장교 코트는 금박 자카드의 풀 스커트와 매치했고 잔잔한 꽃무늬가 수놓인 퍼프 소매 드레스는 투박한 트레킹 부츠와 나일론 누빔 가방과 함께였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가르쳐주고 싶어 했던 현재 우리가 옷을 입는 방법은 다양한 역사 속에서 발췌한 복잡미묘한 맥시멀리즘 레이어링이다. 미우미우의 컬렉션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띄는 것은 태피스트리 자수의 아우터와 커다란 꽃무늬의 타프타 소재 드레스였다. 그리고 거기에 진주 장식이나 크리스털 장식이 화려함을 더했다. 고풍스러운 꽃무늬는 70년대 풍의 재킷이나 펑키한 쇼츠 등에 접목 되었고, 데님이나 니트 스웨터와 함께 스타일링한 벨벳과 빅토리아 시대의 장식은 다양한 질감을 통해 유머와 엄격함, 부드러움과 거침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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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e Rocha

구찌

구찌

발맹

발맹

극단적인 장식주의 트렌드를 일으킨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역시 또 한번 자신의 장기인 빈티지 르네상스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번엔 메디치 가문과 중국 전통 미술을 바탕으로 한 시누아리즈 사조를 중심으로 80년대의 과장된 형태와 70년대의 로큰롤을 뒤섞어 스트리트적이고 쿨한 장식주의의 공식을 확고히 했다. 차이니스 칼라의 시퀸 드레스엔 금붕어가 수놓였고,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에서 볼 법한 진주와 유색 보석, 러플이 장식된 니트 톱에는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트러블 앤드류의 스프레이 페인팅으로 완성된 구찌 로고 스커트를 매치했다. 바이커족이 입는 과장된 소매의 라이더 재킷에도 시퀸과 레이스 장식의 블라우스가 빠지지 않았다. 화려한 색감의 퍼가 장식된 자카드와 기묘한 컬러를 입은 호사스러운 동물 자수 장식은 트레이드마크처럼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귀족적인 화려함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이러한 태도는 남과 여, 상류층과 소외층의 경계를 드라마틱하게 허무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화 속까지 넘나들며 정교한 장식과 기교를 선보인 돌체앤가바나도 있다.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함이었을까? 크리스털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새틴소재 리본이 달린 루렉스 소재의 프린지 드레스는 영락없이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갈때 입었을 것 같았고 무도회장을 장식했을 샹들리에는 블랙 벨벳 드레스 위에서 반짝 반짝 빛났다. 비즈 단추와 금장 장식의 차밍 프리스 재킷, 만개한 플라워 코르사주 울 코트, 시퀸과 비즈로 수놓은 동화 속 이야기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지금은 머리를 비우고 휘황찬란하고 달콤한 꿈을 꾸라고. 그것이 21세기를 관통하는 쿨하디쿨한 태도라고 말이다.

 

자카드 소재 체인백은 가격미정, 미우미우(Miu Miu).

자카드 소재 체인백은 가격미정, 미우미우(Miu Miu).

면 소재 스커트는 39만8천원, 에센셜(Essentiel).

면 소재 스커트는 39만8천원, 에센셜(Essentiel).

폴리에스테르 소재 드레스는 가격미정,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Michael Michael K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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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소재 반지는 76만원, 구찌(Gucci).

크리스털 소재 반지는 76만원, 구찌(Gucci).

울 소재 재킷은 5백98만원, 에트로(Etro).

울 소재 재킷은 5백98만원, 에트로(Etro).

크리스털 장식의 염소 가죽 소재 펌프스 힐은 가격미정, 르네 카오빌라 바이 분더샵(Rene Caovila by Boon the Shop).

크리스털 장식의 염소 가죽 소재 펌프스 힐은 가격미정, 르네 카오빌라 바이 분더샵(Rene Caovila by Boon the Shop).

벨벳 소재 부츠는 가격미정, 생 로랑(Saint Laurent).

벨벳 소재 부츠는 가격미정, 생 로랑(Saint Laurent).

라인스톤 장식의 메탈 소재 브로치는 가격미정, 샤넬(Chanel).

라인스톤 장식의 메탈 소재 브로치는 가격미정, 샤넬(Chanel).

아세테이트 소재 선글라스는 40만원대, 돌체 앤가바나 바이 룩소티카(Dolce&Gaban by  Luxottica).

아세테이트 소재 선글라스는 40만원대, 돌체 앤가바나 바이 룩소티카(Dolce&Gaban by Luxottica).

자카드 소재 팬츠는 7만9천원, 자라.

자카드 소재 팬츠는 7만9천원, 자라.

크리스털 장식의 초커 목걸이는 3만5천원, 자라(Zara).

크리스털 장식의 초커 목걸이는 3만5천원, 자라(Z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