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비물질, 그리고 그 너머

연이은 위작 논란으로 미술계는 한동안 울상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황이었다. 하지만 용케도 시즌은 금세 찾아왔다.

배영환, 큐브 글로브

배영환, 큐브 글로브

올라퍼 엘리아슨, 사라지는 시간의 형상

올라퍼 엘리아슨, 사라지는 시간의 형상

아니쉬 카푸어, 하늘 거울

아니쉬 카푸어, 하늘 거울

서울, 광주, 부산, 대구 등 국내 대형 도시에서 비엔날레가 연이어 개막함과 동시에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과 미술 관계자들이 한반도에 착륙했다. 국내 대형 갤러리들은 이때를 기다리며 꾸준히 준비해온 대형 기획전을 의욕적으로 펼쳐놓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는 작가들의 개인전도 여럿이다. 재료의 사용이라든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는, 작품 하나하나에 소우주를 담아내는 작가들이 눈에 띈다.
우선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는 세계적인 설치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덴마크 출신의 엘리아슨은 2003년 테이트 모던의 ‘The Weather Project’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최근 베르사유 궁전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가졌다. 움직임이나 빛, 거울을 이용한 착시 효과, 기계로 만들어낸 유사 자연 현상, 빛과 색채를 이용하는 실험 등 비물질적 요소를 이용한 작품들은 매우 신비롭다. 리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아이슬란드의 이끼를 설치한 ‘Moss Wall’, 물이 솟구쳐 오르는 ‘Reversed Waterfall’ 등 기존 작품과 1천여 개의 유리 구슬로 이뤄진 ‘Your Unpredictable Path’, 물과 빛으로 만들어낸 ‘Rainbow Assembly’ 등의 신작을 포함해 총 22점이 전시된다. 9월 28일부터 2017년 2월 26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는 10월 30일까지 아니쉬 카푸어의 개인전 <Gathering Clouds>가 열리고 있다. 아니쉬 카푸어는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차원을 뛰어넘는 정신적인 형태를 다뤄왔다. 국내에서 여러 번 개인전을 가진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재료의 물질적인 특성과 비정형적인 형태를 표현해낸 최근작 19점을 소개한다. 각각 기묘하게 독특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Gathering Clouds’와 ‘Non-Object’ 시리즈는 이미지의 반사, 왜곡, 전환을 통해서 현실 이면의 영적인 세계를 본질적으로 탐구해온 카푸어의 작품 세계를 함축한다. 배영환의 전시는 10월 7일까지 PKM 갤러리에서 열린다. 조각, 회화, 사진, 영상, 설치는 물론 사회참여적 공공미술과 영화 시나리오 등 매체와 분야를 넘나드는 그는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아시아권 작가 중 한 명이다. 올라퍼 엘리아슨이 비물질을, 아니쉬 카푸어가 그 너머를 다루는 데 비해 배영환의 작업은 물질에 닿아 있다. ‘Still of Abstract Verb – Can You Remember?’는 현실적인 감정을, ‘Cube Globe’는 물성을 다루고 있음을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의 의식, 내면의 탐구라는 주제는 지극히 물질적인 오브제 안에 응축되어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조용하고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에디터
    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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