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머물다
늘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 안에는 다른 시간이 흐르는 장소가 있다. 고아한 정취와 소박한 멋이 공존하는 한옥 호텔과 한옥 게스트하우스 7곳. 잠들기 전 문을 열면 안마당에 내려앉은 가장 시원한 여름밤을 마주할 수 있다.
청연재
북촌에 위치한 작은 한옥 청연재. 안채, 사랑채, 행랑채와 안마당, 바깥마당으로 구성된 전통 한옥으로 침대 대신 요를 사용한다. 자연친화적 콘셉트로 황토벽에 숯 초배지를 바르고, 그 위에 친환경 벽지를 덧발랐다. 시내, 도래, 도란 등 귀여운 이름이 붙은 다섯 방마다 개별 화장실이 딸려 있고, 개별 난방이 가능해 머무는 방을 각자 원하는 온도로 맞출 수 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방과 냉장고를 활용해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북촌에 위치해 오며 가며 만나는 멋진 가게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한복 입기와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가격은 1박 15만원부터. 가정식으로 깔끔하게 차린 조식을 놓치지 말 것. 웨딩 촬영 등 다양한 촬영을 위한 대관도 가능하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6길 13-2 문의 02-744-9200
한옥 레지던스 고이
가회동에 위치한 고이는 나무와 돌, 종이로 만든 작은 집이다. 순 우리말인 ‘고이’는 정성을 다한다는 뜻. 독채 한옥인 고이는 1인 혹은 2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부엌이 딸린 집 전체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한옥 레지던스다. 물론 앞뜰과 뒤뜰도 머무는 동안 호젓하게 누릴 수 있다. 고이를 만든 주인은 프랑스에서 조형예술학을 전공한 전직 갤러리스트. 주인의 이력답게 전등 하나, 받침대 하나까지 곳곳이 멋스럽게 꾸며져 있다. 집 안에 놓인 지역 생산품과 디자이너의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자갈이 깔린 안마당과 마루의 나무색의 조화도 훌륭하다. 가구는 디자인 스튜디오 그라브에서 제작한 것. 한 채를 오롯이 빌리는 까닭에 한옥의 단점인 소음과 사생활 침해 부분에서 자유롭고, 원한다면 장기숙박도 가능하다. 한옥과 현대적인 삶이 멋지게 맞닿은 이 집은 한옥에 살고 싶다는 우리의 로망을 채워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공항까지 픽업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1박 22만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1길 13-12 문의 070-4116-8633
비욘드 스테이
비욘드 스테이를 소개하는 말은 모던 한옥. 전통 한옥을 리노베이션하면서 모던함을 채워넣었다. 대청마루에는 철재를 사용하고, 담벼락은 벽돌로 마감했다. 객실 내에 욕실을 갖춘 마스터룸, 3인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패밀리룸 등이 있으며 각각 침대가 놓인 방과 온돌방이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보길. 또 이층 침대 두 개가 놓인 도미토리 객실이 두 개가 있어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물론 여럿이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잘 맞는다. 도미토리 객실은 개별 수납 공간과 커튼으로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 도미토리 객실은 여성 전용으로 운영 중이다. 빵, 시리얼, 잼, 우유, 오렌지주스, 커피로 구성된 간단한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도미토리 기준 1박 3만5천원부터. 주소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11다길 17 문의 02-742-7829
나그네하우스
유쾌한 여행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이곳은 체부동의 낡은 기와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다. 200년 된 기와집을 ‘해오름’과 ‘해 진 저녁 노을’ 콘셉트로 개조했다. 해오름은 새로운 기대와 기쁨 등을, 해 진 저녁 노을은 그리움과 고요함 등의 의미를 담았다. 총 여덟 개의 객실은 월, 화, 수, 목, 금, 토, 일과 무로 음양오행에 따라 이름 붙여졌고, 객실마다 욕실이 준비되어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B&B 형태의 게스트하우스로 바깥에서 많은 시간을 즐기는 활동적인 여행자들에게 맞는 형태로 숙박료도 저렴한 편이다. 주방과 다락방, 거실 등 공용 공간이 있다. 1박 6만3천원부터.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나길 6 문의 02-725-7377
취운정
근대에 지어진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한옥 부티크 호텔로, 조선시대 왕이 궐 밖을 행차할 때 쉬어가던 정자 취운정의 이름을 땄다. 경주의 한옥 호텔 라궁을 지은 조정구 건축가가 리모델링 과정에 참여했다. 고택만이 가진 고아한 정취가 남다르고 모두 네 개 객실에는 주인이 수집해온 고가구와 도자 작품, 한국전통민화 등이 놓여 있다. 냉장고, 에어컨, 환풍기는 겉으로 보이지 않게 세심하게 숨겨두었다. 고급스럽게 마무리된 욕실을 빼놓을 수 없는데 넓은 욕실에는 편백나무 욕조와 아로마테라피 어소시에이츠의 어메니티가 놓여 있어 하루의 피로를 풀기 좋다. 한정식 레스토랑 두레의 셰프들이 만들어 도자기에 담겨 나오는 아침 식사는 한정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주안상과 함께 전통 혼례 첫날밤을 체험할 수 있는 신혼부부 1박 프로그램, 생일파티 1박 프로그램, 태교를 하며 배냇저고리를 만들 수 있는 임신부 프로그램, 치유를 위한 장기 숙박 등 다양한 패키지와 맞춤 식단이 마련된다. 1박 50만원부터.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1가길 41 문의 02-765-7400
여름한옥
누하동에 있는 여름한옥은 1926년 지어진 오래된 한옥을 2014년부터 1년 동안 재단장을 거쳐 ‘14평 땅에 지어진 8평 한옥’으로 태어났다. 여름은 1년 중 가장 뜨거운 계절과 열매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여행자들의 거처는 물론 전시공간, 다양한 모임으로도 이곳을 빌릴 수 있다. 곳곳에 다양한 요소가 숨어 있다. 한쪽 벽에는 빔프로젝트로 영화를 볼 수 있고, 창틀과 천장 사이 공간은 책꽂이가 되는 식이다. ㄱ(기역)자 구조로 부엌과 샤워실, 작은방, 대청마루, 화장실로 구분되어 있다. ‘단추수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문수연 수공예 작가가 운영하는 이곳은, 덕분에 수작업으로 만든 다양한 작품이 온기를 더한다. 그래서 아티스트의 한옥에서 묵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작가의 수공예 클래스가 열리기도 하니 단추수프의 블로그를 눈여겨보길. 1박 15만원. 청소비 3만원이 별도 부과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5가길 11-2 문의 010-6275-2055
달집북촌
북촌 6경에 위치한 달집북촌은 달물집단숙박오락과 북방계촌사람들의 합성어다. 동쪽으로는 북촌한옥마을을, 서쪽으로는 삼청동 카페 거리를 끼고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다. 객실 외 공동 공간과 마당, 틈새 공간까지 아기자기함이 녹아 있다. 모두 다섯 개의 방이 있고, 방마다 두세 명까지 머물 수 있다. 식당 겸 공동 공간은 저녁 11시까지 사용 가능하다. 개별 화장실은 없지만 깨끗한 객실과 런던에서 온 젊은 셰프가 요리한 질 좋은 아침이 10시 30분까지 제공된다. 외국인 손님이 많아 그들의 입맛에 맞춘 모던한 한식을 제공하는데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비벼 먹는 비빔밥 등이다. 달집북촌의 마스코트인 강아지 멀더와 사진 찍는 것을 잊지 말 것. 1박 10만원부터.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1길 78-3 문의 070-4201-5882
-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JCourtesy of Dalzip, Buttonsoup, Nagnehouse, CheongYeonJae, BeyondStay, Goiseoul, Chiwoon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