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오디션 중

‘오디션 프로그램’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전히 우리의 관심을 끈다.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디쯤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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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모두에게는 각자의 TV 편성표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무한도전> 없는 토요일을 상상하기 힘들고, 월요병은 <육룡이 나르샤>가 해치우며, 금요일을 기다리는 이유는<시그널>일지 모른다. 나의 금요일의 편성표는 이렇다.< 시그널>을 보고 잠시 쉬었다가 <프로듀스101>을 보는 것!

<프로듀스101>은 참가자 수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예선에 참가했는지를 자랑했지만 열 명 남짓한 수가 본선에 진출하는 게 다였다. <프로듀스101>은 주인공만 101명! 프로그램이 시작한 후 곧바로 3명이 하차했지만 여전히 98명이 남아 있었다. 1회가 방송된 후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인원이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2회에서는 티셔츠로 등급을 나누었고, 98명이 첫 주제곡인 ‘픽미’를 불렀다. 최하 등급은 노래는 한 소절도 부르지 못했다. ‘잔인하다’, ‘방송에 잡히지 않은 멤버는 어떻게 하냐’는 여론이 다시 들끓었다. 그런데 <프로듀스101>은 연습생들의 본업, 그러니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3회와 4회를 지나며 폭발했다. 대표 역할을 수행 중인 장근석의 말처럼 시청자들이 자신의 소녀를 발견한 것.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명 ‘최애캐’, 밀어주고 싶은 멤버가 생기면 계속 보게 된다. 사람들은 SNS에 자신이 누구를 투표했는지 공유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스101>의 최고 시청률은 4.1%. 프로그램에 대해서 할 말은 많지만 이 포맷만 두고 보자면 제작비 40억원이 아깝지 않은 성공이다.

최근 선보인 <식스틴>, <프로듀스101>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국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새로운 오디션을 고심한다는 반증이다. 창작 동요 앨범 발매를 두고 아이들이 펼치는 <위키드>도 시작되었다. 시청률과 화제성은 낮지만 일명 ‘악마의 편집’이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중이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수인 가운데 요리 오디션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마스터셰프 코리아 4>는 김소희 셰프, 김훈이 셰프에 이어 송훈 셰프를 영입해 새 시즌을 시작했고, 마니아층이 두터운 <쇼미더머니>는 시즌 5를 위해 3월 말까지 ‘래퍼 모집 중’이다.

우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
“오디션 쇼는 스포츠의 단판 승부 같은 짜릿한 긴장감을 얹으면서 볼거리의 이유를 만들어냈다. 시청자일 뿐이지만, 응원하는 누군가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가고 키워간다는 게 오디션 쇼의 가장 큰 미덕이자, 흥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문화평론가 김교석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을 이렇게 설명한다. “새 프로그램이 생길 때마다 사람들은 또 오디션이냐며 지겹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번 화제몰이에 성공하고, 스타를 탄생시키는 것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욕을 하면서라도 어쨌든 보게 만드는 것이 힘이고 매력이다.” 실제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는 예능 방송작가의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 프로그램이 생겨나는 반면, <슈퍼스타K>, <도전! K팝스타> 등 많은 스타를 배출해온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영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인간 극장>식의 감동에 질렸다는 반응도 있다. “<슈퍼스타K>가 처음 나왔을 때 누군가의 인생을 신파와 재능을 결부해 전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감정을 폭발하는 창법과 드라마틱한 편곡, 과도한 의미 부여를 지켜보기가 힘들다.” 김교석의 말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기는 사람들도 억지로 만든 캐릭터와 감동, 영웅 만들기에 대해서는 싫증을 낸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 한 회가 끝날 때마다 SNS와 게시판에는 제작진의 과도한 콘셉트나 싸움 붙이기, 몰아주기, 띄우기와 죽이기에 대한 성토가 쏟아진다.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에 단련되어온 시청자들도 그만큼 노련해졌다. 이것은 쇼이지만 우리가 보는 건 성공을 꿈꾸는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일방적으로 쏘는 전파를 소비하는 시청자에서 한발 나아가, 투표를 통해 프로그램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건 여전히 시청자에게는 흥미로는 요소다. <프로듀스101>은 아예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님’이라고 치켜세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다 있다. 춤과 노래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경쟁 심리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싸움 구경. 마지막으로 성장과 성공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은 새로운 스타와 볼거리를 기대하는 우리의 시선을 잡아둔다. 지루해질 쯤이면 새로운 포맷으로 관심을 끈다. <프로듀스101> 이후에는 남자 아이돌 멤버를 뽑는 <소년24>가 이어지고, <프로듀스101> 남자 버전은 2017년 1월 방송 예정이다. 스타탄생과 시청률의 꿈을 가득 실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오늘도 순항 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딱히 볼 것도 없다.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심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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