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찍는 세상

죄의식 없는 일부가 저지르는 범죄라고 여겼던‘ 몰카’는 사실상 모두의 문제였다.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조차‘ 혹시’ 하고 의심을 해봐야 하는 시대. 대체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최대의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의 회원들이 공유하는 ‘몰카’의 정확한 내용물이 밝혀졌을 때 많은 이들이 패닉에 빠졌다. 식당 공용 화장실을 비롯 헬스장 샤워실, 학교와 사무실의 여자 화장실 등 그야말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몰카가 입에 담기도 힘든 댓글과 함께 회원들끼리 경쟁하듯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용물도 내용물이지만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어떤 ‘또라이’가 어쩌다 몰카를 찍더라도 혼자 볼 것이라고 생각했지, 인터넷상에서 이토록 무작위로 공유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소라넷이 서버를 이전할 때마다 옮긴 새 주소를 알려주는 소라넷 트위터의 팔로워 수는 37만6976명. ‘훔쳐보기’ 게시판에는 하루 40여 건의 몰카가 올라오며, 게시물당 평균 1만 회의 조회수를 자랑한다. 이 세계에서 몰카는 대상과 범주를 가리지 않는다. 모텔에서 촬영된 사진이나 성관계 영상이 아니다. TV 보는 아내의 허벅지, 가게에서 신발을 신어보는 여성의 옆모습, 지하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성, 심지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고등학생 등. 상황을 가리지 않고 촬영된 사진들 중에는 얼굴이 잘린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야말로 여자이기 때문에,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길을 걸어 다닌 것만으로 몰카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2012년 2042건이던 몰카 범죄는 2014년 6623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7월까지 검거된 건만 4500건이 훌쩍 넘는다. 몰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트위터상에서는 누군가 구글 이미지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길거리’를 검색했을 때, 어떤 이미지들이 가장 먼저 상단에 노출되는지 비교한 트윗이 인기를 끌었다. 영어로 ‘Street’, 일본어로 ‘街’를 입력했을 때는 정말로 길 풍경 사진이 나왔지만 한글로 ‘길거리’를 입력하면 알 수 없는 여자들의 뒷모습, 다리 등을 촬영한 몰카 이미지가 우수수 쏟아졌다. 물론 한글로도 ‘길’이라고 검색하면 풍경 사진들이 뜨긴 뜬다. 하지만 야동이나 음란물에서 주로 이용되는 키워드들, ‘여동생’, ‘누나’, ‘옆집’ 등의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첫 페이지를 차지한 것은 몰카로 의심되는 이미지들이었다. 국내의 몰카 범죄가 심각하다는 또 다른 증거다. ‘몰카’ 문제가 SNS를 통해 화두에 오르기 시작할 때, 더욱 명징한 사건이 터졌다. 워터파크 샤워실에서 샤워 중인 여성들의 몸을 적나라하게 촬영한 워터파크 몰카는 ‘몰카 논란’의 정점이었다. 모두 185분 분량, 피해자만 200여 명에 달하는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과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서 공유됐다. 나라 전체가 몰카 천국이라는 증거는 끝도 없이 나왔다. 펜, 넥타이핀, 안경테, 휴대폰케이스, 자동차 열쇠 모양의 키홀더, 나사를 닮은 형태로 나온 몰카 촬영용 도구를 소셜 커머스에서조차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고정형이 아닌 이동형 몰카는 몰카탐지기에조차 걸리지 않는다. 끔찍한 것은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 이토록 광범위하게 몰카가 널려 있다는 것을, 피해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이 최근에야 알게 됐다는 사실이다.

몰카 찍는 심리
그렇다면 대체 왜, 몰카가 이토록 성행하는 것일까? 이들은 모두 사회 부적응자에 관음증 환자인 걸까? 무려 137회에 걸쳐 환자와 간호사, 시내 공공장소와 화장실에서 여성의 몸을 촬영한 이는 병원 레지던트 의사였다. 어떤 해군 대위는 9개월간 여군 하사와 중사를 포함해 총 429회에 걸쳐 수백 명의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찍었지만 그가 받은 처벌이라고는 벌금 7백만원을 낸 것이 고작이다. 청와대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관은 술집 여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촬영하다 기소됐고, 동료 여교사의 치마 속을 몰래 찍은 초등학교 교사, 여학생의 치마 속을 아홉 차례 촬영한 학원장도 있다. 그리고 해수욕장 샤워실 인근에서 몰카를 찍던 기상청 공무원과 지하철에서 여성의 하체를 촬영한 공무원까지. 이들은 모두 겉으로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듯이 보였을 이들이다. 그리고 아마 몰카를 죄책감 없이 소비하는 이들 또한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일 것이다. 동창들이나 회사 남직원들이 초대된 단체 카톡방에서 유포되는 ‘일반인 섹스 동영상’이 피해자의 인생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남의 사생활을 몰래 엿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몰카를 소비하는 수많은 눈들. 그리고 이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명확히 지적하지 않고 방관하는 또 다른 눈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물론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용 촬영 장비의 발달이나 SNS의 확산 등 ‘몰카 찍기 좋은’ 환경이 발달한 것도 몰카 범죄가 확산된 원인 중 하나다. 촬영을 사주한 공무원 준비생으로부터 한 건당 20만원에서 60만원을 받았다는 워터파크 몰카 촬영자의 이야기처럼, 금전적인 이유로 거래하는 이들이 생기며 몰카 시장이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전문적으로 몰카를 촬영하는 ‘헤비업로더’의 경우 조회수나 다운로드 한 건당 사이트로부터 일정 액을 지급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토록 몰카가 횡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촬영하는 이는 물론, 보는 이들 대부분이 몰카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오히려 화제의 영상이 등장했을 때 누가 먼저 그 영상을 봤는지, 마치 정보력을 과시하듯 앞다퉈 공유하는 성향마저 보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2013년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몰카를 죄의식 없이 소비하고, 사진 또는 영상 속의 여자를 품평하는 남성들의 심리에 대해 정확한 분석을 남겼다.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가지고 낄낄거리면서 품평회를 하는 것을 인간의 장난스러운 행위로 볼 것인가, 범죄행위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런 의식이 없어요. 많은 사람은 그 여성의 노출이 여성 개인의 신체가 아니라 마치 공공의 물건처럼 생각하죠. 다른 사람들을 나와 동일한, 어떤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욕구를 충족하는 물건처럼 보는 사람들은 몰카라든지, 또는 성도착적 행동을 쉽게 한다고 이해할 필요가 있죠.” 즉 여성의 신체를 자신이 소유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심리가 근간에 자리하고 있기에 몰카를 죄책감 없이 소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인 동영상이 오히려 ‘실감 나서 좋다’는 식의 평가까지 가능한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자신이 봤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상대 여성을 우위에서 통제할 수 있다는 뒤틀린 생각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실제로 몰카 게시글에서는 이런 심리를 느낄 수 있는 발언이 종종 포착된다.

‘사무실 여직원 몰카 5명 다 확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에는 ‘네 X들은 이제 내꺼다’라는 말이 써 있었다. 몰카를 촬영했다는 사실과 그녀들이 자신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는 것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이미 자신이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얼마 전 소라넷 ‘훔쳐보기’ 게시판에는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어떤 이가 ‘화가 나서 아끼던 몰카를 공유한다’며 글을 올렸다. 예쁜 여자 동기의 화장실 몰카를 촬영하는 데 성공한 뒤 혼자만 보면서 아껴두고 있었는데, 지난 뒤풀이 때 여자 동기와 말다툼이 있었다는 것이 몰카를 공유하는 이유였다. 글에서 그는 ‘감히 누구한테’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가장 적나라한 댓글을 단 세 명에게 몰카 영상은 물론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얼굴 사진도 함께 보내겠다고 했다. 현실 관계에 대한 파악이나, 본인의 범죄 행동에 대한 문제 의식은 전혀 없이 자신이 그 여자를 점령했다고 믿는 심리를 어쩌면 이토록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몰카, 멈출 수 있을까?
‘여성의 신체를 여성 개인의 것이 아닌 공공의 물건처럼 생각한다’는 황상민 교수의 분석은 몰카 범죄뿐 아니라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성범죄에 적용되는 시선이기도 하다. 여러 연구가 옷차림과 성폭행 범죄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으며, 성폭행범들은 자신이 제압하기 쉬운 상대를 범죄 대상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데도, 피해자 여성의 옷차림을 문제 삼는 시선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옷차림만 문제 삼는 것도 아니다. ‘술을 마셨는지’, ‘늦은 시간에 돌아다닌 것은 아 닌지’ 등 검증은 끝없이 이어진다. 가해자를 추궁해도 모자랄 시간에 피해자인 여성이 ‘순수한 피해자’인지 묻는 이런 질문은 여성 신체에 대한 권리를 여성 개인의 것으로 생각한다면 애초에 던질 수조차 없는 것들이다.

몰카 소비자들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가슴이 보이는 옷을, 짧은 치마를 입은 게 문제지’라며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그러나 꼭 그런 옷차림의 여성이 몰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설령 노출이 심한 차림을 했다고 하더라도 범죄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타인의 사진을 몰래 촬영하고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는 것에 대한 자각조차 없는 셈이다.

반면 몰카나 도촬에 노출된 여성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 성관계 사진이나 노출 사진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진이라고 해도,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은 옷차림이나 키, 흐릿한 생김새 등을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작위로 인터넷상에 노출되어 익명의 남성들이 던지는 성적인 농담의 대상이 되는 것에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얼마 전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는 몰카 동영상 촬영의 피해자가 된 여성이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녀를 위로하는 댓글을 남겼지만 성관계를 가진 글쓴이의 행동 자체를 문제 삼거나, ‘영상을 본 사람들의 눈을 뽑아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문장 하나를 문제 삼으며 ‘본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본 것도 아니고’라며 피해자를 가르치려는 이도 있었다. 대체 명백한 피해자가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글에 자신의 불편을 표출한 이유가 뭐란 말인가.

현재 소라넷 가입자는 총 100만 명 정도다. 1999년 문을 연 이 사이트는 벌써 16년 동안 끝없이 서버를 이전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호주를 기반으로 한 서버여서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법적인 문제가 있다지만 수많은 음란물, 성범죄, 때로는 매매의 온상이 되기도 하는 이 사이트를 문 닫게 하는 것이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지역, 국가적 이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전 세계적인 규모의 청원 사이트 아바즈(secure.avaaz.org)에 올라온 소라넷 폐지를 요청하는 청원서는 수령인을 강신명 현 검찰청장으로 설정했다. 청원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변태 성욕에 거리낌 없이 이용하며, 여성들의 인격을 말살하고 그저 남성들의 관음, 성욕 대상으로만 전락시키는 소라넷을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습니다. 해외 서버라는 핑계로, 적극적인 수사를 꺼리는 대한민국 경찰에 또 한번 절망했습니다. ”소라넷이 사라진다고 해서 이미 뿌리 깊은 몰카 문화나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소비하는 음란물 문화가 뿌리 뽑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몸통’ 격인, 상징적인 사이트가 하나 없어지는 것만으로, 지금 인터넷상에 오가는 수많은 음란물과 영상들이 적어도 범죄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 충분하다. 가만히 입을 닫고 상황을 지켜보기에는, 우리는 이미 멀리 와버렸다.

몰카와 싸우는 법
대중교통에서 몰카 촬영자로 의심되는 이가 있다면 그가 교통카드를 찍고 내릴 때, 바로 그 뒤를 따라 카드를 찍을 것. 앞에 개찰구를 빠져나간 사람으로 용의자를 한정짓고, 바로 신원검색을 할 수 있어 수사에 큰 도움이 된다.
화장실에서 화장실에서 나사 모양의 몰래카메라가 발견되며 한바탕 이슈가 됐다. 화장실 몰카처럼 고정된 몰카는 탐지기로 발견 가능하니 건물 차원에서 탐지기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괜히 의심스럽다고 주위를 꼼꼼히 살폈다가 오히려 얼굴까지 또렷이 찍히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어디에 신고하지? 몰카 사진은 당사자가 아니어도 신고가 가능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www.kocsc.or.kr)에서는 사이트의 화면캡처와 신고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신고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다. 몰카 촬영 장면을 목격했거나 본인의 영상이나 사진이 발견됐다면 즉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접수하거나 112 긴급신고를 할 것.
2차 가해자는 되지 말 것 SNS로 일반인의 몰카 영상을 공유하는 지인에게 적어도 그게 ‘잘못된 일’임을 알려주자. 방관하고 있는 것은 2차 가해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으로서, 나 역시 운이 나쁘면 언제든 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마루
    일러스트레이션
    조성흠(Jo Sung H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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