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위의 쇼 <2>
뉴욕의 네일 아티스트 진순최가 2016년 봄/여름 컬렉션의 네일 다이어리를 보내왔다. 작은 손톱 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패션 디자이너의 숨은 의도. 손톱 위에서 펼쳐지는 쇼의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1 이상봉
처음으로 참여한 한국 디자이너 컬렉션이어서 더 특별했다. 한국 특유의 모시 소재 의상을 돋보이게 할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네일 룩을 표현하고 싶어 한참을 고민했다. 부드러운 모시 질감에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 컬러보다 질감에 차별화를 두기로 결정했다. 결론은 살짝 투명하게 바른 누디한 손톱에 피그먼트를 잔뜩 얹어 모래 질감처럼 연출한 네일. 언뜻언뜻 보이는 반짝거림이 정적이면서도 우아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아 특히 마음에 들었다.
2 코치
2016년 봄/여름 코치 컬렉션의 메탈릭한 액세서리들과 잘 어울리는 네일 컬러를 찾는 것이 목표였다. 스타일리스트 칼 템플러에게 2~3종류의 시어한 네일 컬러를 보여줬는데, 그가 정말 단호하게 말하더라. “전형적인 미국 소녀를 표현할 수 있는 건 강한 네일 컬러만 보여줘요!” 그래서 진짜 평범한 미국 소녀들처럼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은 깨끗한 손톱에 매트한 톱 코트만 발랐다. 반짝거리지 않는, 살짝 매트하면서도 살색이 그대로 드러난 손톱이 진짜 현실감 있으니까!
3 카렌 워커
2016년 봄/여름 카렌 워커 컬렉션에서는 골드 컬러가 주를 이뤘다. 디자이너는 네일 컬러가 의상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길 원했고 톤온톤의 시크한 무드를 연출하기 위해 약간의 골드 시머가 들어간 밝은 골드 컬러 네일을 발랐다.
4 베라 왕
디자이너 베라 왕은 청순하면서도 글램한 느낌을 주는 누드 컬러의 손톱을 원했다. 미국판 <얼루어> 베스트 오브 뷰티 어워드의 누드 네일 컬러 파트에서 1위를 차지한 진순의 노스텔지아 컬러를 두 번 깨끗하게 발랐다. 쇼 콘셉트상 모델들이 모두 까만 가발을 쓰고 있어서 모델이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해 스태프들이 일대 혼란을 겪은 쇼. 덕분에 백스테이지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5 데렉 램
보통 쇼가 열리기 1~2주 전 디자이너와 네일 테스트를 하는데, 디자이너 데렉 램은 여성스러운 누드 네일 컬러를 원했다. 클래식한 아메리칸 스포츠 웨어에 네일 아트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주기 바랐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머릿속에 그린 것은 어두운 옥스 블러드 컬러. 다음 시즌에는 이런 컬러에도 한번 도전해보자고 데렉 램에게 보여줬는데, 그가 그 컬러에 반해버렸다. 그 결과 이번 쇼에서 모델의 절반은 진순의 순수한 누드 컬러인 튈을, 절반은 섹시한 옥스블러드 컬러인 리스크를 발랐다. 대조적인 두 컬러가 은근히 조화로워서 뿌듯했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이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