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식사를 고민하는 PD의 추천 맛집
수요일에만 미식가가 될 수는 없다. 장안의 소문난 미식가들이 일주일 미식 스케줄을 공개했다. 미식가의 단골집과 늘 먹는 메뉴들.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음식이 일주일을 빼곡히 채웠다.적어두고 가봐야 할 곳이 84곳이나 된다.
월요일
점심 우동카덴, 카키아게붓카케 우동
우동은 잘 먹지 않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난 항상 우동보다 라면이다. 이곳의 우동은 달랐다. 가쓰오 육수에 담긴 쫀쫀하고 탱탱한 면발, 거기에 야채튀김을 얹어 호로록. 전혀 다른 게임이다. 육수에 조금씩 젖어드는 토핑의 맛이 훌륭하다. 면발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면 차가운 우동을 먹자. 우동에 들어간 레몬은 짜지 않고 먹는 게 좋겠다. 카키아케붓가케 우동 8천5백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7안길 2-1 문의 02-6463-6362
저녁 편의방, 산동찜닭
연남동 일대는 화상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넘쳐난다.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곳부터 오랜 시간을 꾸준히 겪어온 곳까지 있다.
편의방은 단연 발군이다. 이름처럼 싸고 맛있다. 처음 찾게 된 후 연거푸 일주일에 세 번을 방문했고 회식도 두 번이나 했다. 나도 즐겨 찾고 누구에게 소개해줘도 전혀 ‘쪽팔리지’ 않은 곳이다. 하루 전에 예약해야 맛볼 수 있는 산동찜닭은 꼭 먹어야 한다. 고수와 닭, 간장과 오이, 파채와 오향의 조화가 고급스럽다. 싸고 맛있는 집의 고급스러운 음식, 아이러니하지만 실존하고 있다. 산동찜닭 2만원, 군만두 6천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36 문의 02-363-5887
화요일
점심 필동면옥, 물냉면과 제육 반 접시
냉면육수의 육향을 좋아하는 나의 1순위는 우래옥이다. 하지만 요즘 필동면옥의 맛이 올라오고 있다. 그 맛이 자꾸 생각나 지난주에는 두 번이나 찾았다. 필동면옥 육수는 육향이 약하다. 그렇지만 파향이 아주 좋다. 육향은 제육 반 접시가 충분히 커버한다. 육향과 파향의 궁합, 심심할 수 있는 육수를 제육으로 완성. 주인이 들으면 놀라겠지만 내 스타일이다. 필동면옥의 맛이 계속 생각난다. 위험하다. 물냉면 1만원, 제육 반 접시 7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서애로 26 문의 02-2266-2611
저녁 월순철판동태찜, 동태찜
매운맛이 당기면 연희동에 간다. 연희동의 골목 안에 있지만 매번 30분을 넘게 기다리게 되는 곳이다. 매콤함을 떠올리며 기다리는 동안 입에는 침이 줄줄 흐른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동태찜이다. 생태찜이라 착각할 만큼 촉촉하고 부드럽다. 마치 앞 접시에 덜어 먹으려 하면 살이 부서질까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숙성시킨 얼큰하고 매운 양념에 야들야들한 동태살과 콩나물을 버무려 먹으면 혀뿌리가 얼얼하다. 매운맛은 더 매운맛으로 덮는다. 이렇게 먹다 보면 한 달은 매운 음식 생각이 안 난다. 월순네 해동 기술은 대체 뭘까? 훔치고 싶다. 동태찜 2만2천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50 문의 02-325-1567
수요일
점심 충무호동복, 멍게비빔밥과 복국
50년 전통의, 방송국 영감님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복국과 자연산 회가 주종목이지만 점심에는 모두 통영식 멍게비빔밥을
먹는다. 멍게는 2년을 숙성시켜 비릿한 맛은 없어지고 향이 가득하다. 멍게에 약간의 김, 참기름, 밥만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꿀맛이다. 멍게비빔밥의 콤비, 복국을 곁들이면 불혹의 남자들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왜 이제야 만난 거냐고. 아! 복국은 아줌마가 먹는 법을 가르쳐주면 그대로 해야 한다. 기가 막힌 방법이 있다. 멍게비빔밥과 복국 1만8천원. 주소 서울시 강서구 화곡로53길 10 문의 02-2691-6300
저녁 레호이, 쌀국수와 옥수수알 튀김
10여 년 전, 고수 하나로 중국 출장을 두려워하던 때가 있었다. 묘한 화장품 냄새 같 은 향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웃음이 나온다. 아니 이 좋은 것을! 이젠 넉넉히 들어가는 고수의 양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식당이 있다. 소월길의 레호이다. 쌀국수에 고수를 생각보다 듬뿍 넣어준다. 고기의 양도 넉넉한 편이다. 젓가락으로 잘 저어주면 육수에 고수의 향이 더욱 배어난다. 그러고는 쌀국수와 고기를 한꺼번에 집어 입에 넣으면 그냥 하노이고 호이안이다. 옥수수알 튀김을 주문하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손을 보게 될 것이다. 쌀국수 1만2천원, 옥수수알 튀김 6천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38가길 5 1층 문의 070-4242-0426
목요일
점심 파육장, 육개장
가끔 양지를 사고 대파를 사고 고사리를 사서 육개장을 끊인다. 거기에 이연복 셰프에게 받은 고추기름까지. 원가만 따져도 3만원은 넘는다. 거기에 족히 두세 시간 육수를 우리고 고기를 찢고 다시 끓여야 완성된다. 맛있는 육개장에는 돈과 수고가 따른다. 파육장에 간 후로는 집에서 육개장을 끓이지 않는다. 8천원의 가격에 푸짐한 양지와 얼큰하고 달큼한 국물까지. 나는 끓여봐서 안다. 이 가격에 이런 육개장은 어렵다. 육개장을 좋아한다면 한 그릇 하시라. 돈 버는 거다. 육개장 8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문의 02-376-3662
저녁 이품, 삼선짜장과 난자완스
오래전 어떤 선배가 말했다. 중국집에서 짜장이 아닌 짬뽕을 시키면 철이 든 거라고. 하지만 난 이 나이에도 여전히 짜장이다. 최근 최고의 짜장을 찾았다. 연희동 이품 삼선짜장이다. 나만의 방법이 있다. 짜장면이 나오면 양념을 면에 넣어 잽싸게 비빈다. 나오자마자 비벼야 잘 비벼진다. 쓰윽쓰윽 고루 비벼놓는다. 그리고 3~4분간 기다린다. 그사이 난자완스에 칭다오 한잔한다. 면은 당연히 분다. 그게 맛있는 거다. 면이 불어난 만큼 양념은 잘 스며든 것이다. 이제 먹는다. 삼선짜장 6천5백원, 난자완스 2만2천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길 20 문의 02-322-6172
금요일
점심 촬영장, 사천짬뽕과 육보채
금요일은 녹화가 있어 촬영장에서 보낸다. 당연히 끼니는 현장에서 해결한다. 음식 프로그램을 제작하지만 촬영 현장의 식 사는 간소하고 열악하다. 도시락에 곁들이는 컵라면이 주식이고 햄버거 세트는 별식이다. 나는 MC가 요리를 끝낼 때까지 기다린다. 방송 중 제작진을 위해 남겨야 한다고 하는데 나와 몇몇은 그걸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는 시식이 시작되면 식탁으로 몰려든다. MC 둘은 손수 비벼주고 덜어준다. 맛있다. 얼마 전 이연복 셰프에게 배운 사천짬뽕과 육보채는 정말 맛있 었다. 실력이 많이 늘었다.
저녁 부암갈비, 생돼지갈비
돼지갈비의 퀄리티에 놀라는 인천의 명물식당. 생돼지갈비가 먹고 싶으면 먼 길 마다 않고 달려간다. 두툼한 불판이지만 연탄의 균일하지만 센 화력에 분홍과 하얀 빛깔의 고기는 금세 갈색으로 구워진다. 고기와 함께 먹는 음식으로 고추장아찌, 부추무침, 파김치, 갈치속젓이 상 위에 놓인다. 아주머니는 이것저것 같이 먹어보라지만 그래도 소금이다. 소금과 같이 먹어야 단맛의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다. 아… 지금도 침이 연신 고인다. 부암갈비의 생돼지갈비는 소갈비 안 부럽다. 생돼지갈 비 1판 1만4천원. 주소 인천시 남동구 용천로 149 문의 032-425-5538
토요일
점심 혜화칼국수, 국시와 생선튀김
수육이 있긴 하지만 혜화칼국수는 생선튀김이다. 대구살에 옷을 입혀 깨끗하게 튀겨낸다. 막걸리도 좋고 맥주도 좋다. 낮술 한잔하기에 담백하고 부담이 없다. 이제 국시를 주문한다. 뽀얀 소뼈육수에 얇은 칼국수. 뽀얀 국물이 흐려지지 않게 양념장으로는 간만 맞춘다. 면발이 목구멍을 타고 미끌미끌 넘어간다. 묘하게 기분이 좋다. 국시의 매력이다. 튀김을 먹은 후라면 2인분을 시켜 셋으로 나눈다. 그래야 먹고 일어서도 든든하지만 부담이 없다. 국시 8천원, 생선튀김 1만5천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35길 13 문의 02-743-8212
저녁 진흥왕족발, 족발
선배가 회사로 족발을 사왔다. 그 전에 이렇게 맛있는 족발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장충동도 여러 번 다녀왔었지만 내 입맛에는 그랬다. 삶는 방법을 알 수 없지만 고기가 유난히 촉촉하고 보들보들하다. 상추에 고기, 쪽파, 마늘을 넣고 크게 한 쌈하면 행복해진다. 그 맛에 10년을 넘게 들락거리고 있다. 그사이 친구와 주변사람을 꽤 여럿 데려갔지만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족발 2만7천원. 주소 서울시 성북구 보국문로 7-6 삼미여관 문의 050-7957-1694
일요일
점심 코코이찌방야, 로스까스카레
오전에 회의로 답답하거나 속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찾는다. 좋아하는 고기튀김(돈까스)에 맛없기 힘든 카레. 훌륭한 조합이다. 조합도 훌륭하지만 빨리 먹고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 매운맛은 4단계로 시킨다. 5단계는 혀가 아프지만 4단계는 적당히 흥분되는 맛이다. 밥에 카레를 충분히 적셔 먹는다. 아비꼬와 달리 카레 리필은 매운 단계에 맞게 제공된다. 밥에 넉넉히 카레를 비벼 먹는다. 돈까스도 듬뿍 찍어 먹는다.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도처에 지점이 있다. 로스까스카레 9천1백원.
저녁 홍박아구찜, 아구수육
<오늘 뭐 먹지>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후 친구들과 소주를 먹게 되면 꼭 생각나는 곳이다. 방송에서는 아구찜을 선보였지 만 이 집의 백미는 아구수육이다. 생아귀를 부산에서 직송하는 덕에 탱글탱글 신선한 아귀살과 쫀득한 아귀내장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싱싱한 아귀간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귀간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푸아그라에 비교되기도 한다. 재료도 좋지만 양념의 맛이 과하지 않게 조리해 아귀의 맛이 잘 살아 있다. 홍박아구찜은 아귀간의 맛을 모르는, 아니 싫어하는 친구와 함께 가길 추천한다. 아구수육 4만5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7길 11 용진빌딩 문의 02-337-3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