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시대의 청춘가, 옥상달빛
10월의 어느 날, 옥상달빛이 새로운 노래를 들고 찾아온다. 희한한 시대에 청춘으로 사는 우리. 그 공감과 위로의 멜로디가 귓속을 적신다.
최근 공연한 콘서트 <희한한 나이. 28>의 제목이 인상 깊었다. ‘없는 게 메리트’ ‘수고했어, 오늘도’ ‘하드코어 인생아’ ‘가끔은 그래도 괜찮아’의 곡명처럼 스물여덟 살은 옥상달빛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옥상달빛에게 스물여덟 살은 어떤 의미였나?
윤주 ‘한창 피어나는 때’였다. 실패도 겪고 다시 시작도 해보는 시기니까. 모든 걸 해봐도 되는 좋은 나이다. 여전히 나름 열심히 살고 있지만 그때는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들 덕분에 늘 흥분 상태였다.
세진 돌이켜보면 그땐 모든 순간이 희망찼다. 하루하루 즐거웠고 조그만 일에도 ‘하하호호’ 웃던 때였다. 그리고 참 바빴다. 음악만으로 돈을 벌기는 좀 힘든 때라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녹음을 하고, 주말엔 공연을 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그 시간의 결과가 1집 앨범 <28>이다.
서른둘의 관점에서 스물여덟 살이 지나간다는 것은 파릇파릇한 청춘의 끝자락이 흘러간다는 아쉬움일까? 마음이 단단해지는 경험자로서의 행복일까? 세진 속 시원한 행복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파릇파릇한 청춘의 끝은 30대를 맞이하며 끝나는 걸 아니까. 같은 청춘이지만 파릇하진 않다.
윤주 확연히 나이가 들어가지.(웃음)
세진 대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모든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여전히 둘이 만나면 개그 치며 ‘하하호호’ 웃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곡 ‘희한한 시대’에서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 희한한 시대’라는 표현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각자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잘 썼다 싶은 가사는 무엇인가?
세진 그 부분을 우리도 좋아한다. 사랑을 정복하는 것보단 되레 정복당할 때가 더 멋있다는 판타지가 있나 보다.
윤주 노래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에서 ‘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라는 가사가 좋다. 많은 사람이 어제보다 더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결과가 나아지지 않아 허탈감이 더 심하니까.
옥상달빛의 가사는 일상에 사소하게 묻은, 내가 숨기고픈 밑바닥의 감정을 공유하며 공감을 일으킨다. 솔직한 감정을 토해낼 때의 고민이나 부담감은 없나?
윤주 마음을 끄집어내는 것은 쌓아둔 마음을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부담은 없다. 오히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지?’란 의문이 문득 들 때가 있다. 매일매일 일정에 따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을 때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세진 가끔은 너무 적나라한 건 아닐까 고민하면서도, 그래야 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까를 고민한다. 이 두 가지 비율을 맞추는 건 힘든 일이다.
물도 계속 퍼내면 밑바닥이 보인다. 계속 감정을 토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메마를 때가 있지 않나?
윤주 그런 시기가 오면 신기하게도 모든 것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바라보게 된다. 무심하게 넘길 수 있는 상황도 다르게 느껴진다.
타인에게 위로를 건네는 옥상달빛은 요즘 어떤 음악으로 위로받고 있나?
윤주 아름다운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요즘 들어 더 확실하게 깨닫고 있다. 오늘은 차를 세워놓은 채, 세르지오 멘데스의 노래 ‘Valsa Carioca’를 열 번쯤 반복해 듣고는 집으로 올라왔을 정도다.
세진 얼마 전에 가수 영호네 구멍가게의 ‘놀이터’라는 곡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우리에게 종종 말하던 ‘노래의 힐링’이란게 이런 건가 싶었다. 마치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이유 없이 마음이 따스해져서 좋았다.
10월에 새로운 노래를 발표할 예정이라 들었다. 새 노래에 대한 힌트를 부탁한다.
윤주 오늘도 그 회의를 하고 왔다. 다른 건 몰라도 조금은 새로운 시도가 될 듯하다.
세진 그 새로운 곡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밥도 먹고 있다.(웃음)
새 앨범 생각으로 가득하겠지만, 그 사이에 있는 개인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윤주 볼링! 새롭게 볼링공을 산 뒤로 점수가 떨어져서 다시 연습 중이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수영을 시작할 건데 벌써부터 신난다.
세진 이사할 때가 되어 이리저리 집을 알아보고 있다. 집값이 최대 관심사이자 최대 고민이다.
10년 후, 옥상달빛이 어떤 감정을 노래할지 상상해본 적이 있나?
윤주 마흔두 살에는 ‘그때 또 느끼는 걸 노래하고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해봤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하고 싶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내고 살았으면 좋겠다.
세진 그땐 아이들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 따뜻하고 마음이 풍요로워져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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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