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를 점령한 자주색 립컬러!
신경 쓰지 않은 듯 심플하되 영감이 느껴지는 특별한 포인트를 더할 것. 최근 몇 년간 런웨이를 점령해온 이 특별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이번 시즌 어두운 자주색 립컬러를 선택했다.
“천박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돼. 오히려 너무 지루하거나 평범하거나, 단조로운 것을 피해야지.” 1960년대 패션의 여제라 불리던 전설적인 패션 에디터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늘 하던 말이다. 그녀가 아직 살아 있다면 아마 이번 시즌, 만족스러운 미소를 날리지 않을까?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실험 정신이 드디어 눈매를 벗어나 입술에까지 옮겨왔으니까. 뉴욕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 창백한 얼굴에 회색으로 어둡게 만든 퀭한 눈매, 어두운 자줏빛으로 물들인 입술의 소녀들이 런웨이에 올라섰다. 스산하고 음울한 기운이 넘실대는 이 기묘한 룩을 연출한 마크 제이콥스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프랑수아 나스는 말했다. “매우 강렬하고 우아하지만 조금은 기이한 면이 있는 여성을 떠올렸어요. 마치 다이애나 브릴랜드처럼 말이죠. 마크가 원했던 소녀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이 자줏빛 컬러만 한 게 없더군요.”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어둡고 매트한 플럼 컬러의 립 펜슬. 지난 몇 시즌 동안 노 메이크업 룩을 고집해오던 마크 제이콥스 쇼의 변화는 마치 달라진 메이크업 트렌드의 변화를 의미심장하게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제 다시 컬러를 가까이할 때가 되었다고!
그 무엇보다 다채로운 컬러가 펼쳐진 것은 바로 입술이다. 쇼가 끝날 때마다 각종 리뷰 기사에는 옥스 블러드, 라즈베리, 클라렛, 보르도, 포피, 체리 등 레드 컬러의 다양한 변주를 표현하는 온갖 단어가 쏟아져 나왔고, 다시금 등장한 립글로스부터 틴트, 립스틱, 립밤, 완벽하게 매트한 립 펜슬까지 입술 위 질감 표현도 더욱 드라마틱해졌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가지색, 자두색 등으로도 불리는 어두운 자주색, 즉 암자색 입술이다. 누가 더 자연스러운지 경쟁이라도 하듯 가벼운 컬러로 입술을 적시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 런웨이에는 대범한 자줏빛 컬러가 넘쳐났다. 전형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신비로운 느낌을 극대화하는 이 입술 컬러를 디자이너들은 저마다 영리하게 활용했다. 캐롤리나 헤레라 쇼에서는 물기 어린 반짝이는 피부에 짙은 자주색 입술색을 더해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캐롤리나는 소녀들이 갓 물에서 나온 듯하게 보이길 바랐죠.” 실리콘 비즈로 장식하고 그 위에 실버 글리터를 뿌려 마치 물방울이 떨어진 듯 촉촉한 속눈썹의 모델들이 물결이 넘실대는 프린트의 드레스를 입고 런웨이에 올랐다. 디자이너가 원했던 전설 속 사이렌(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하여 배를 난파시켰던 그리스 신화의 마녀)들은 어둡고 짙은 자주색을 입으며 더욱 화려하고 유혹적인 여성으로 변했다. 루이자 베카리아 쇼와 마르케사 쇼에서는 금빛으로 물들인 눈꺼풀과 짙은 자줏빛 입술이 어우러지며 고전적이면서도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완벽하게 깨끗한 피부에 짙은 입술을 더한 에르마노 설비노 쇼에서는 입술과 손톱에 같은 컬러를 얹어 차갑고 냉정한 무드를 더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입술 위 자주색이 얼마나 유혹적이며 특별해 보일 수 있는지 이미 간파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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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이미현
- 포토그래퍼
- 이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