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오래된 것과 새것 사이 <4>

오래된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서울에서, 가장 멋진 오래된 것과 가장 멋진 새것을 찾았다. 서울의 시간을 선명하게 증언하는 24개의 장소.

NEW SSG 목동점

2012년 신세계 그룹이 론칭한 SSG는 ‘푸드마켓’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버린 하나의 사건이었다. 해외 유기농 브랜드 상품과 전국의 장인들과 연계한 국내의 농산물을 비롯 아름다운 ‘부엌’을 위한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으니까! 1호점 청담점에 이어 SSG가 두 번째 서울 매장을 목동에 열었다. 전체 상품의 65%를 직거래로 구입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급 식료품점에 가까운 SSG가 목동을 택한 것은 서울 내 목동이라는 지역의 달라진 위상을 입증한다. 1980년대 중반 철거민 투쟁이 벌어지기도 했던 목동은 지금 ‘제2의 대치동’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교육열과 소득수준을 자랑하는 중산층 지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개장일인 7월 9일, 매장 앞은 문을 열기 전부터 주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주소 서울시 양천구 목동 오목로 354



OLD 광장시장

서울의 오래된 도심, 종로 4가와 5가, 청계천 사이에 자리 잡은 광장시장은 조선시대부터 한양 3대장으로 꼽혔다. 1905년, 한성부가 들어섰을 때는 종로의 거상으로 꼽혔던 박승직 등의 상인들이 나서 ‘동대문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허가 받고 관리하기 위해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1911년, 100명 남짓의 상인이 활동하던 광장시장은 한국전쟁 때 시장 건물이 모두 파괴되는 부침을 겪었다. 이후 피난민들의 군수품과 암거래가 이뤄지며 50년대 중후반 전성기를 맞이하는데 지금의 시장 건물은 대부분 그때 지은 것이다. 백화점과 슈퍼마켓이 급증한 1980년대 후반, 침체기를 맞이하는 듯하던 시장은 21세기 먹자골목이 인기를 끌며 지금 그 여느 때보다 활기차다. 현재 광장시장의 점포 수는 약 5천 개, 2만 명 가까운 이들이 이 시장에서 살아가고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88

OLD 태극당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태극당은 1946년, 명동에 문을 열었다. 당시 일본인 제과점에 근무하던 창업주 신창근 대표는 가게 주인이 해방 후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자연스레 그 장비와 기술을 이어받아 태극당을 차렸다. 4층 규모 건물에 직원 기숙사까지 갖춘 지금의 장충동 자리로 옮겨온 것은 1974년의 일이다. 건물의 모양새나 고풍스러운 1층의 인테리어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빵의 포장과 생김새 역시 창업했을 때 그 모습 그대로라는 거다. ‘창업 이래 줄곧 같은 맛과 모양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라는 벽에 걸린 문구 그대로다. 가장 오래된 메뉴인 센베이, 인기인 모나카 아이스크림과 카스텔라도 여전하다. 시설이 노후하며 위생 문제를 지적받은 태극당은 올 초, 주방과 설비를 재정비했다. 그러나 그 외의 모든 것은 여전히 태극당, 그대로의 모습이다. 신창근 대표는 2년 전 세상을 떠났다.

주소 서울시 중구 동호로24길 7

NEW 메종엠오

지난 3월, 방배동에 나타난 메종엠오의 등장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디저트의 천국인 일본에서도 최전방에 있는 프랑스 브랜드, 피에르 에르메 일본 출신의 두 파티시에가 한국 디저트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피에르 에르메 일본의 셰프 파티시에였던 오오츠카 테츠야와 페이스트리 팀장을 지낸 이민선 씨는 부부다. 디저트 열풍이 슬슬 끓기 시작하는 지금의 서울에서, 두 사람은 정통 프랑스 디저트를 뿌리에 두고 자신들의 취향을 더한 현대적인 디저트를 만들어낸다. 이런 감각은 흰 공간을 대각선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쇼케이스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눈 덮인 산을 닮아 ‘몽블랑 엠.오’라 이름 붙은 시그니처 디저트, 동그란 브리오슈에 유자를 장식한 유자 브리오슈는 반드시 맛봐야 한다. 어떤 디저트들은 특별한 계절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요즘은 뭐든지 새로운 것이 나오기를 재촉하니까.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26길 22

OLD 허리우드 극장
허리우드 극장은 최초의 형태와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1969년 개관했을 때에는 관이 1개였다. 원 소유주는 신상옥 감독, 배우 최은희 부부로, 1972년 신문에는 ‘신상옥 씨가 빚에 몰려 허리우드 극장을 오범석 씨에게 1억9천만원에 팔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1990년대까지는 충무로, 명동, 종로 시대를 이끌며 대한극장,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국도극장, 중앙극장,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국제극장 등과 함께 서울 시내 10위 안에 드는 개봉관이었지만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등장하면서 다른 극장과 함께 쇠했다. 그 이후 허리우드 극장은 서울아트시네마로 재개관했고, 허리우드 클래식으로, 실버상영관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가 노인문화발전기금을 지원하고 있는 실버영화관은 55세 이상이면 어르신 은 물론 동행인도 2천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어르신을 위해 자막을 키우는 배려가 고마운 곳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28 4층

NEW 메가박스 코엑스
메가박스 코엑스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에는, 영화계의 거대한 공룡이 하나 탄생하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메가박스 코엑스는 2014년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가 문을 열기 전까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몇몇 관은 정말 컸고, 코엑스인 까닭에 주차비도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블록버스터가 개봉하면 가장 먼저 매진되곤 했다. 여러모로 공룡이었다. 그러나 이후 멀티플렉스 전쟁이 펼쳐지면서 메가박스 코엑스는 조금씩 낡아졌고, 소유주도 바뀌었다. 작년 말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관 입구에 설치되어 직접 탈 수 있는 대형 미끄럼틀은 영화관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에 집중하겠다는 선전포고 같다. 미끄럼틀은 매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만 탈 수 있다. 리뉴얼하면서 ‘부티크M’이라는 이름으로 스위트룸, 컴포트룸이라는 이름의 소규모 영화관을 열었다. 180도 가까이 누울 수 있는 가죽 의자와 전용 테이블, 담요, 슬리퍼, 물 등이 준비되어 있는 이곳을 ‘영화관의 샤넬’이라고 불러도 될까?

주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524 코엑스몰 B1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피처 에디터 / 이마루
    포토그래퍼
    정성원
    Photography
    Courtesy of Mega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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