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을 떠나다
가족 여행은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처럼 인생을 돌아보는 여정이 되기도 하고, <포스 마쥬어>처럼 가족을 파괴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여기, 여행을 떠난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커밍 홈>은 한때 백숙만 봐도 눈물이 나게 만든 영화 <집으로>를 연상시킨다. 감정 표현에 서툴고 인간관계에 시큰둥해서 무정하게 보이는 ‘루(모아 감멜)’는 어머니로부터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지금까지 어머니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내왔는데 말이다. 호기심이 생긴 루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처음으로 할머니 프리다(아니타 월)를 만나게 된다. 루는 당분간 할머니의 아이슬란드 시골집에서 지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할머니의 집으로 예기치 않은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 따뜻한 영화는 프라하 국제영화제와 만하임 하이델베르크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플래시포워드상을 수상했다. 막시밀리언 훌트 감독은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적 가족관계를 통해 개인의 고독감과 외로움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스웨덴 영화지만 아이슬란드에서 대부분을 촬영했다. 아이슬란드 시골의 아름답고 한적한 생활을 보다 보면, 나의 외갓집도 문득 그리워진다.
바닷가에서 복고풍 수영복을 입고 해수욕을 즐기는 영화 <투 라이프>의 세 여인의 모습은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자매 같기도 하고, 친한 친구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평화로운 여행 뒤에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지옥 같은 시간들이 숨겨져 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시절 수용소에서 만난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엘렌(줄리 드파르디유), 릴리(조한나 터 스티지), 로즈(수잔 클레망)는 수용소에서 하루하루 서로에게 의지하며 버틴다. 전쟁이 끝난 직후 수용소가 해방되고 행군하던 도중 헤어지게 된다. 프랑스로 돌아와 다시 일상에 정착해 살던 엘렌은 신문사 등을 통해 자매와도 같았던 친구들을 찾고, 15년 만에 극적으로 연락이 닿게 되어 프랑스 베르크 해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기로 한다. 그 시절 서로에게 가족이 된 이들의 재회.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주인공 장 자크 질베르만 감독의 어머니인 이렌, 그리고 그녀의 수용소 친구들인 폴레트와 아니가 등장한다. <써드 퍼슨>의 이야기는 뉴욕, 파리, 로마를 오가며 편집된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신작소설을 집필 중인 마이클(리암 니슨)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다. 그는 연인 안나를 호텔로 초대하는데 어쩐지 따로 방을 쓴다. 로마에 출장 온 사업가 스콧(애드리언 브로디)은 우연히 찾은 바에서 묘령의 여자에게 반하고, 뉴욕에는 아들의 양육권을 잃고 괴로워하는 줄리아(밀라 쿠니스)가 있다. 전남편 릭은 그녀가 아들을 절대 만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데 아들을 볼 수 있을지 판사가 결정해주는 날이 다가온다. 세 도시, 세 이야기는 마이클의 소설이 완성되면서 점점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폴 해기스 감독이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유쾌한 영화 <해피 홀리데이>의 가족은 해체 위기에 처해 있다. 소심한 아빠 더그(데이비드 테넌트)와 다혈질 엄마 애비(로자먼드 파이크)는 합의하에 별거 중이다. 그러나 완고한 할아버지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떠나야 한다. 더그와 아비는 별거 사실을 가족에게 숨기기 위해 노력하지만, 천방지축 삼남매의 입을 막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 이 비밀이 폭로될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상황 속에서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생일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고, 그사이 할아버지와 함께 해변으로 놀러 나간 삼남매. 무사히 생일 파티를 마치고 돌아갈 수 있을까? 이혼 위기의 부부와 말썽이 끊이지 않는 천방지축 삼남매, 그리고 자식들의 걱정을 잔소리 취급하는 고집불통 할아버지 캐릭터는 어디서 본 듯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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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허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