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사랑하는 배우 '갱스부르'
당신에게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누구인가? 가수, 모델, 제인 버킨의 딸, 패셔니스타 ….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그녀는 틀림없이 영화가 사랑하는 배우다.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잘 알려진 것처럼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 사이에서 태어났다. 영국 태생이지만 파리지앵의 대표격이 된 제인 버킨, 그리고 프랑스의 국민 가수인 세르주 갱스부르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딸인 그녀는 비교적 쉽게 프랑스 영화계에 데뷔할 수 있었다. 그녀의 첫 작품은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로, 당시 나이는 열두 살이었다. 1985년에 출연한 <귀여운 반항아>는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연기와 음악 세계를 오가며 활동을 이어왔다. 연기와 음악, 까다로운 두 세계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는 보기 힘들다. <수면의 과학> 같은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영화나 <더 트리> 같은 잔잔한 영화도 있었지만, <님포마니악>이나 <안티크라이스트> 같은 ‘문제적 작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2009년 칸 영화제에서 <안티크라이스트>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된 그녀는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신분과 인종, 성별을 뛰어넘는 두 사람의 우정을 그린 <웰컴 삼바>에 이어 찾아온 <나쁜 사랑>은 본격 프랑스산 멜로 영화다. 전설적인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그녀의 딸 키아라 마스트로얀니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했는데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있나요?
열두 살에 데뷔했어요. 어머니는 촬영장에 늘 나를 데리고 다니셨는데, 나도 어머니를 따라 촬영장에 가는 것이 즐거웠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며 커다란 촬영 장비들도 모두 신기했어요.
그때부터 배우가 되기를 원했나요?
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촬영장에서 내 또래 정도 되는 배우를 만났는데, 영화 속에서 어머니의 딸 역으로 출연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심통이 났어요. 어린 마음에 엄마를 빼앗긴 것 같아 질투도 났어요. 내가 한다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고요.
어머니인 제인 버킨은 어떻게 반응했어요?
한참을 질투심 가득한 눈으로 그 또래 배우를 쳐다보는 걸 어머니가 알아채셨던 것 같아요. 며칠 뒤 내게 ‘그 영화에서 네 나이대의 소녀를 캐스팅하고 있대’라며 한번 오디션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저는 바로 오디션을 보러 갔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나도 모르게 마음 깊이 이 일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싶어요.
당신은 배우면서도 뮤지션이죠. 어느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매 순간 나도 모르게 결정을 내려요. 스스로 나 자신을 배우나 뮤지션으로 정의하지는 않아요. 제가 결정하는 건 단지 지금 음악을 만들 것인가, 혹은 이 영화에 출연할 것인가 등의 선택이죠. 이 과정은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꼭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라면요?
그럴 때에는 내 목소리를 들으려고 애써요. 계산하지 않고 내 본능에 따를 수 있도록, 내 안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항상 노력해요.
당신은 아버지인 세르주 갱스부르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자주 말하곤 했는데, 특히 어떤 점이 그런가요?
여전히 아버지와 비교될 때면 부끄러워요. 난 그저 아버지가 이뤄낸 수많은 것을 존경하고 노래를 녹음할 때마다 아버지를 떠올릴 뿐이에요. 아버지는 정말 뛰어난 아티스트죠. 나는 절대 아버지를 따라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곤 해요.
아버지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만약 아버지가 살아 있다면 난 그분하고만 작업했을 것 같아요. 아버지가 나를 완벽하게 이해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격이나 영혼을 꿰뚫어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기 때문이죠. 아버지는 내게 언제 웃고 울고, 숨을 쉬어야 하는지 모든 걸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때 원하던 것이 나오곤 했어요.
당신은 또 ‘프렌치 시크’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인데요,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옷차림은 무엇인가요?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멋스럽다고 생각해요. 나는 짙은 화장이나 화려한 액세서리 등을 거의 하지 않아요. 맨 얼굴로 밖에 나갈 때도 많지만 그다지 개의치 않고요. 꾸미지 않고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가장 멋지다고 믿어요.
<나쁜 사랑>에서 ‘실비’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 캐릭터와 당신은 닮았나요?
영화 속 실비는 말이 많거나 활동적인 인물이 아니에요. 오히려 매우 정적일 정도로 조용한 사람이죠.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운명을 믿고 뛰어들 만큼 과감해요. 이러한 실비라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았고, 표정 하나하나의 디테일에 신경을 쓰고 조심해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칫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극 중 실비의 동생으로 나오는 키아라 마스트로얀니와 우리의 상대역인 브누와 포엘부르드 덕분에 ‘실비’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갈 수 있었어요.
당신은 제인 버킨의 딸이고, 키아라 마스트로 얀니는 카트린 드뇌브의 딸이죠. 이 영화는 유명한 배우의 2세들이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도 관심을 모았는데,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솔직히 걱정이 많았어요. 키아라와 나는 자매 사이이고, 극 중에서 카트린 드뇌브의 딸이거든요. 하지만 카트린 드뇌브와 키아라는 실제로도 모녀잖아요? 실제 모녀 사이에 있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그런 끈끈한 유대감을 무시할 수 없었어요. 상황을 바꿔놓고 내 어머니 제인 버킨과 나 사이에서 키아라가 모녀 연기를 했었어도 똑같은 기분을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키아라는 나를 위해 많이 배려했고, 촬영이 끝날 때는 정말 친자매 사이처럼 느껴졌죠.
<나쁜 사랑>의 어떤 면에 끌렸어요?
물론 스토리죠. 내가 맡은 실비는 파리로 가는 기차를 놓친 한 남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게 돼요. 그리고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파리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지만 결국 만나지 못해 헤어지게 되고요. 결국 동생인 소피의 결혼식에서 동생의 남편이 되어버린 그를 만나면서 서로 이루지 못한 사랑에 다시 빠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지요. 이야기만 들어도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연기는 당신에게 무엇으로 존재하나요?
나는 모든 순간마다 연기를 하고 있어요. 지금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이 순간도 사실 나는 연기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는 내 삶에서 분리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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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 Photography
- Courtesy of Sookie 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