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는 책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다섯 권의 책들.

음악이 흐르는 다섯 권의 책.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작가를 말하라면 하루키를 빼놓을 수 없다. 글을 쓰지 않을 때에는 매일 10km를 달린다. 요리를 하고 책을 읽는다. 또 빠트릴 수 없는 건 음악을 듣는 것. 재즈 마니아지만, 동시에 클래식 애호가인 그가 세계적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의 대담집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를 냈다. 하루키는 보스턴에 거주하면서 오자와 세이지를 사적으로 알게 되지만, 일부러 음악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자와 세이지가 식도암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조금씩 음악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는 누가 글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하루키의 고백. 이 대담집에서는 <언더그라운드> 등으로 이미 증명한 바 있는 하루키의 능력이 새삼 빛을 발한다. 그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문외한’의 자세를 시종일관 놓치지 않는다. 덕분에 두 사람의 대화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친절하다. 하루키의 집과 작업실, 하와이, 스위스의 작은 도시와 파리로 향하는 기차 등에서 대화는 계속된다. 오자와 세이지라는 한 거장의 회고록이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성찬이다.

만약 언젠가 할머니가 된다면 화분에 물을 주고 <음악의 기쁨> 시리즈를 다시 찬찬히 읽고 싶다. <음악의 기쁨>은 작곡가 겸 음악가인 롤랑 마뉘엘과 피아니스트 나디아 타그린이 3년 동안 행한 대담을 책으로 엮은 시리즈다. 첫 책이 무려 1947년에 출간되었음에도 여전히 생생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클래식 음악의 요소들을 다룬 1권, 베토벤 이전의 음악을 다룬 2권, 베토벤 이후의 음악을 다룬 3권에 이어 4권은 오페라를 다뤘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봐야 할 고전이다. 어느 날, 한 일본 기타리스트가 친구에게서 받은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듣는다. A면에는 신중현과 엽전들의 1집이, B면에는 산울림의 베스트가 들어 있던 그 카세트테이프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양평이 형’으로 더 자주 불리게 된 하세가와 요헤이의 이야기다. “신중현과 엽전들과 산울림은 전혀 음악의 뿌리를 알 수가 없었어요. ‘이건 뭐지!’라는 충격을 받았고, ‘이러면 한국에 갈 수밖에 없잖아!’라고 결심했어요.” 일본의 음악 작가 겸 편집자 오오이시는 하세가와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많은 일화를 들으며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대한 록 탐방기>는 오오이시와 하세가와의 인터뷰로 한국 록의 일대기를 아우른다. 1995년 무작정 한국에 온 하세가와는 한국 록을 가장 뜨겁게 기록한다. 록에 대한 열정 하나로 다른 뮤지션과 교류하며 어느새 우리 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뮤지션이 된 그의 이야기는 음악으로 누구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이상향을 증명한다. 지금은 뒤표지에 실린 신중현의 서문 아닌 서문은 그래서 더 울림이 있다. “오, 책을 냈구나. 축하한다.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어서 고맙다.”

<배철수의 음악 캠프>의 작가 배순탁의 <청춘을 달리다>는 대중음악으로 90년대를 추억한다. 터보, SES, 지누션 대신 신해철과 이승열, 015B와 이소라 등 대중문화의 황금기의 주역이었던 뮤지션 15명을 떠올린다. 그 추억을 따라가다 보면, 자꾸 ‘나의 추억’이 독서를 방해한다. <토토가>를 보면서 박수치면서도, 진심으로 위로받은 그 노래들이 그리웠다면 아마 이 책에서 그 노래를 모두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배순탁의 컴필레이션 앨범 같은 이 책의 첫 곡을 차지한 신해철은 그만 떠나버렸다. 윤종신은 이제 뮤지션보다 예능인으로 더 활발히 활동한다. 시대가 변한 걸까, 우리가 변한 걸까? 낭만적 시대와 사랑을 꿈꾸던 뮤지션들이 그리울 뿐이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포토그래퍼
    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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