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시상식 메이크업에 대하여
여배우들이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연말 시상식 레드 카펫도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은은하게 빛나는 피부에 핑크와 코랄 컬러로 생기를 더한 시상식 메이크업 경향에 대하여.
연말이면 가장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방송가의 시상식장이다. 지난해 유독 케이블 방송과 종편 드라마가 연이어 히트를 치며 지상파 방송 3사 드라마의 인기가 주춤하긴 했지만 전지현을 비롯한 톱 여배우들의 등장에 연기대상 시상식장 레드 카펫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여배우들이 입은 드레스와 메이크업, 헤어 스타일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여배우들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 내린다면 ‘Natural & Elegance’로 요약할 수 있다. 순백의 원 숄더 드레스를 입은 전지현을 비롯해 박신혜, 이유리, 백진희 등 많은 여배우가 여신을 연상시키는 간결한 실루엣의 화이트 롱 드레스를 선택했고, 그 밖에 누드톤이나 연핑크, 골드나 그레이, 네이비, 블랙 등 채도가 높지 않은 드레스들이 주를 이뤘다.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드레스가 레드 카펫을 휩쓸면서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 역시 청순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주를 이뤘다. 레드 카펫 메이크업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지던 화려한 펄 아이섀도와 짙은 아이라인, 풍성한 속눈썹, 붉은색 입술이 자취를 감추고 샴페인 골드나 라벤더 같은 은은한 색상의 아이섀도와 부드러운 음영의 아이 메이크업, 핑크와 코럴 같은 여성스러운 립 컬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한 전지현 역시 핑크를 립 컬러로 선택했다. “다가오는 봄/여름 시즌의 메이크업 트렌드를 반영해서 피부를 투명하고 매끈하게 표현하고 핑크 립스틱으로 입술을 은은하게 반짝이도록 연출해 본인이 가진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했어요.” 전지현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의 설명이다. MBC 연기대상에서 우아한 코랄 핑크 드레스를 입고 시상자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 하지원 역시 그동안 영화제에서 보여준 강렬한 메이크업 대신 부드러운 피치톤의 메이크업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이날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송윤아를 비롯해 시상자로 참석한 하지원과 신세경의 메이크업을 맡은 김활란 뮤제네프의 김활란 원장은 레드 카펫 메이크업 역시 최신 메이크업 트렌드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한때 스모키 메이크업이 유행했을 때는 대부분의 여배우들이 블랙 아이라이너로 아이라인을 두껍게 그리고, 펄이 섞인 아이섀도를 덧발라 눈에 힘을 잔뜩 주었어요. 레드나 버건디 컬러로 입술을 붉게 물들인 적도 있고요. 최근 몇 년 전부터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이 유행하면서 일상과 레드 카펫의 경계가 희미해졌어요. 30~40대 여배우들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것도 영향을 준 듯해요. 화장을 진하게 하면 아무래도 나이가 더 들어 보이니까요. 피부를 윤기 있고 화사하게 표현하고, 볼과 입술에 코랄이나 핑크 컬러로 생기를 더하면 청순하고 어려 보이죠.”
한예슬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에이바이봄의 박선미 부원장은 달라진 시상식 메이크업의 원인을 여배우들의 달라진 성향에서 찾았다. “과거에는 김혜수 씨를 비롯해 많은 여배우들이 레드 카펫에서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면 요즘은 무난하게 예뻐 보이는 쪽을 택하는 것 같아요.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여배우들이 ‘워스트 드레서’로 선정되는 등 대중들로부터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도 한몫했겠죠.” 그 결과 레드 카펫을 보는 재미가 예전보다 덜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화려한 메이크업과 드레스에 가려졌던 여배우들의 고유한 매력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여배우들의 아름다운 찰나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조은선
- 포토그래퍼
- 김현우
- Photography
- OSEN, Tenasia, In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