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 남는 자
새해가 시작되면 직장인은 한번쯤 고민에 빠진다. 바로 ‘남느냐 떠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을 결심했든 간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커리어 전문가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조언했다.
이직을 꿈꾼다면
이력서,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하십니까? 이직을 위해 오랜만에 ‘갈매기’ 폴더 속 이력서 파일을 연 당신. 폭풍 타이핑을 하려는데 키보드 위 손가락들은 움찔거리기만 할 뿐 채 한 줄을 완성하지 못한다. 분노와 열망이 사그라진 자리에 후회와 자괴감이 들어찬다. ‘나 그동안 회사 다니면서 뭐 했니?’ 이직에 앞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바로 이력서 업데이트다. ‘어디든 못 가랴!’ 하는 근자감으로 무턱대고 사표를 썼다가는, 방구석에서 텅 빈 이력서를 보며 손가락만 빨 수도 있다. 이력서에도 유지 보수가 필요한 법. 이력서를 점검하며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떤 경력과 성과를 쌓았는지, 새로운 회사에 나를 매력적으로 어필할 요소가 있는지 살펴보자.
이직의 든든한 조력자, 헤드헌터 헤드헌터가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당신에게 갑자기 연락해 이직에 성공하는 꿈을 꾸고 있다면 이제 그 꿈에서 깨야 할 때다. 당신이 업계의 능력자가 아닌 이상 헤드헌터가 알아서 당신을 고연봉 꿀복지 회사에 ‘꽂아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직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헤드헌터와 친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먼저 본인의 경력사항과 업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헤드헌팅 회사에 보내자. 당신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헤드헌팅 회사는 당신이 원하는 업종에 적당한 자리가 났을 때 연락을 해올 것이다. 서류 전달이나 면접 일정 조율도 헤드헌터가 도와주기 때문에 편리하고, 이직하려는 회사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링크드인(LinkedIn)’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가입해 프로필을 업데이트하는 것도 좋다. 헤드헌터들이 링크드인 프로필을 보고 먼저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많다.
‘평판 조회’라는 뒷조사에 대비하라 이직을 원하는 회사의 최종 면접을 봤는데 느낌이 좋다. 들뜬 마음을 숨기려고 해도 광대뼈는 저절로 승천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우쭐해진다. 상사에게는 비밀로 한 채 동료들에게만 슬쩍 정보를 흘린다. ‘상사? 어차피 다시 볼 사람 아닌데 뭐’라고 생각하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수 있다. 웬만한 규모의 회사는 경력직을 영입할 때 학력 및 경력 확인, 조직 적응력, 인성 등을 체크하기 위해 평판 조회라는 것을 한다. 상사나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제대로 된 인간인지 확인하는 작업으로 평판 조회에서 직속 상사는 단연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이직을 준비하며 섣불리 상사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이 뒷조사에서 점수가 왕창 깎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도록. 이직이 확실히 결정되기 전까지는 절대 발설을 금하고, 결정되면 상사에게 상담을 신청하자. 그리고 그만두기 한 달 전에는 알리는 게 기본 매너다.
떠나되, 아름답게 떠나라 이직을 앞둔 혹은 계획 중인 당신.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는데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그래도 회사를 떠난 후에 빗발치는 전화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면 일 처리는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떠나라.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가능한 한 마치거나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주고 떠나는 게 좋다. 안 그러면 남은 이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며 씹힐 테니까. 인수인계 시에는 업무 프로세스와 유의 사항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해 문서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나중에 전화가 와도 구구절절 설명 없이 ‘인수인계서 보시면 돼요’ 한마디면 끝난다. 회사 PC 구석구석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도 필수. 후임자와 내 신상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면 ‘내문서’ 폴더 안의 이력서,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 등 개인 문서는 깔끔하게 지우고 휴지통까지 완벽하게 비워라.
무엇보다도 너 자신을 알라 이직 준비에 앞서 ‘나는 왜 이직을 하고 싶은가?’를 자신에게 물어보자. ‘사람이 싫어서’, ‘회사에 비전이 없어서’, ‘일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서’라는 이유 때문이라면 지금 당장 이직을 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이더라도 잠시 그대로 있자. 회사를 옮겨도 비슷한 일과 생활을 반복한다면 또다시 메뚜기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직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이직을 고려하기 전에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커리어를 위해 필요한 경력이나 자격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무턱대고 회사를 옮기는 것보다, 장기적인 커리어 로드맵을 위해 현재 회사에서 어떤 역량을 개발할 수 있을지, 다음 단계에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미리 생각하고 움직여라.
회사에 남을 거라면
존재감 있는 직원으로 거듭나기 회사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한번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 하릴없이 시간이나 때우며 월급을 축내는 ‘월급루팡’인지, 아니면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하고 있는지. 올 한 해도 지금 회사에 근무하겠다면 있으나 마나 한 직원이 아닌 폭풍 존재감을 뿜어내는 직원으로 거듭나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되는 나만의 특기가 있어야 한다. 엑셀, 외국어, 문서작성, 발표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남들보다 좀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서 그 분야의 대체 불가한 존재가 되자. ‘아 그건 ㅇㅇ씨가 잘해!’라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릴 정도로 말이다. 회사에 꼭 필요한, 없으면 아쉬울 직원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해보자.
인사고과표를 가까이 하라 연초에 ‘올해에는 인사고과를 잘 관리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인사고과는 늘 연말이 돼야 생각나고 지난 한 해 자신의 행적을 돌아보며 전전긍긍하게 되는 법. 하지만 인사고과는 우리의 승진과 연봉을 결정짓는 중요한 지표다. 이 성적표 관리를 게을리했다가는 일은 일대로 하고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한 해의 업무목표가 정리된 인사고과표를 눈에 잘 띄는 가까운 곳에 두고 업무 지표로 삼아라. 일을 하다가도 내가 혹시 인사고과표와는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작업이 더 필요한지 수시로 점검하면 인사평가 시즌이 다가와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인사고과를 평가하는 것은 결국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사람’이니 연중 24시 상사에게 잘하자.
정말로 ‘밥 한번 먹읍시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개인 플레이만 일삼다가는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 구축된 인맥을 잘 활용하면 한 달이 걸릴 일도 보름 만에 끝낼 수 있고, 안 되는 일도 되게 할 수 있다. 회사에 ‘아는 사람’이 늘어갈수록 회사 생활은 든든해진다. 만약 점심식사를 매일 같은 팀원들과 함께하고 있다면 당신의 인맥은 그리 넓지 않다고 보면 된다. 차근차근 인맥을 쌓아가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타 부서 직원과 식사를 하는 것이다. 사실 업무와 관련된 회의가 아닌 이상 다른 부서 사람들과 1시간 정도 진득하게 대화를 나눌 일은 많지 않다. 타 부서 사람과 식사하면 사내의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팀의 업무 프로세스와 분위기 또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주 1회의 식사만 해도 1년이면 40명이다.
미운 상사 떡 하나 더 주기 상사와의 갈등으로 순탄치 못한 한 해를 보냈다면 올해에는 관계를 개선해보자. 욱하는 마음에 상사와 한판 했다가는 ‘용기 있는 자’는커녕 상사에게 대드는 ‘무개념’으로 찍히기 십상.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옆에서 팀장이 무슨 말을 하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게 답이다. 어느 회사를 가든 미친 자들은 반드시 한 명씩은 있기 마련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 상사가 마음에 안 들어도 서로를 위해 상사 맞춤형 대화 및 보고를 하는 게 좋다. 서열이 우선시되는 조직 생활에서 상사더러 내 성격에 맞추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뭐든지 가급적 상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성격 더럽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사도 당신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될 것이며, 당신은 자연스럽게 상사의 마음속에서 ‘등업’될 것이다.
경력의 로드맵 그리기 이직하지 않고 회사에 남은 사람일수록 더더욱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성장과 발전 없이 정체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기 때문. 스스로 경력과 목표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고 어디까지 왔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력서를 반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해보는 것이다. 이직을 위한 이력서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에 좋다. 새롭게 적어 넣을 것이 없다면 업무든 외국어 공부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내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만약 홍보가 주 업무라면 광고에도 관심을 가지고, 마케팅에도 관심을 가져라. 회사 일이란 게 상당히 유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생 지금 하고 있는 일만 할 게 아니라면 자신의 분야가 아닌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이득이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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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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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 Pil 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