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명상
겨울은 오히려 포근하고 고요해 마음을 들여다보기 좋은 계절이다. 겸허하면서도 기쁘게 삶을 살기 위해, 모든 의도와 욕망을 초월해서 살기 위한 스스로의 수련을 시작했다.
숲으로 난 길을 향해 차를 몰았다. 도착한 곳은 나무 향기, 바람소리 가득하며 숲 사이로 보이는 높은 파란 하늘이 있는 곳이었다. 누군가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면 대부분은 친구들과 나누는 수다와 그들의 애정 어린 응원가로 아픔을 넘겨버렸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수목원으로 숨어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늘 외롭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괴로움의 원인을 혼자 겪지 않으려 위로받을 대상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게 사람이건 자연이건 간에.
그러던 차에 명상 수업이라는 것을 들었다. 내 앞에 앉은 인스트럭터는 자신의 삶에 대한 풍부한 예를 들며 명상 수업을 진행했다. 그건 고루한 선사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떤 업무에 대해 A는 그 일이 자신의 전부이고 존재 가치나 다름없었어요. 그래서 강한 의미를 부여했죠. 그러나 함께 일하는 B는 그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죠.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군상처럼 보이죠. 그러나 문제는 A가 B에게 그 일의 의미를 강요하는 데서 시작되었어요. B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는데 A는 여전히 상대방의 심연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만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런 어리석음을 만났을 때 얼마나 난감한지 주변은 알지 못합니다.” 보통의 경험담은 대체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공감하는 그룹과 공감하지 못하는 그룹으로 나뉘지만 위와 같이 대부분이 공감하는 예를 들어 자신이 처한 문제와 해결법에 가깝게 가도록 하는 것이 인스트럭터의 역할로 보였다. 인스트럭터는 자신이 애초에 다른 성향을 지난 사람이 아닌 우리와 같은 현실을 겪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현대의 삶은 우리를 구경꾼으로 전락시켜서 무엇이든 약간의 거리를 두고 경험하게 만든다. 이런 태도로 인해 우리의 하루하루는 무미건조해지고, 대지는 생기를 잃으며, 시간의 노래는 시시하게 들린다고 철학자이자 시인인 마크 네포는 말했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영혼은 우리에게 평화와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하지만 여전히 각자의 상황은 쪼그라들어 있다. 할 일이 있으면 하고 피곤하면 쉬어라, 평화 속에서 하는 한 가지 일이 공포 속에서 하는 천 가지 일보다 나으며 휴식을 거부한다고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 미국의 작가인 수전 맥헨리의 조언은 이 순간만 큼은 맥을 못 춘다. 인스트럭터의 경험담을 들은 후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해야 했다. 처음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가 또 누군가를 설득하는 무기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멤버 모두가 상대방의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져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업이 몇 번 진행되면서 서서히 눈을 떠갔다. 명상이 무지를 치료하는 훌륭한 교정제라는 사실을 말이다. 명상은 우리 자신을 분명하게 보도록 해 마치 맑고 커다란 거울 앞에 선 듯하게 만든다. 그리고 숨겨진 것을 드러내게 한다.
명상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동양에서 시작해 서양으로 갔다가 최근 다시 넘어왔기에 현대인에 알맞게 진화되었다고 원월드 아카데미의 인스트럭터 유혜나는 말한다. 특히 마음공부의 메카인 인도에서 시작된 오와(OWA)는 바로 바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명상을 소개하고 있다. “마음도 작동법을 알아야 하거든요. 최근 유수의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명상을 권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운동선수를 비롯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직업군에 특히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당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느냐’에 대한 방법과 지혜를 알려주는 것이에요. 명상은 경지에 다다르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보다는 ‘삶이 행복한가?’ 같은 의문을 통해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이에요.” 놀라웠던 것은 내면만이 아니라 외면까지 아름다워진다는 증언이었다. 유혜나 인스트럭터와 함께 명상 수업을 하고 있는 어느 원장님은 피부가 좋아져 주위에서 보톡스를 맞았냐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사실 이건 이미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진리이기도 하다. 좀 더 젊고 건강하게 보이고 싶다면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 말이다. 생각해보면 명상은 이 시대 최고의 뷰티 처방전이 아닌가!
요가와 함께 명상 수업을 하는 곳을 찾아서 인스트럭터의 지도 아래 명상을 한 것도 좋았지만 생활 속 명상도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명상은 결국 혼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상의 정의 중 가장 공감하는 것은 ‘종교적인 목적과 휴식을 위해 조용히 생각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는 정의다. 우선 방해를 전혀 받지 않을 조용한 장소, 예를 들면 구석진 방에서 문을 닫고 편한 복장으로 결가부좌 자세로 방석 위에 앉았다. 전통적인 결가부좌 자세는 처음에는 힘들지 몰라도 몸의 균형이 유지되면 무척 편해서 이상적인 자세로 꼽힌다. 꼰 양다리의 위치를 2~3분마다 바꿔 몸의 균형을 유지했고 몸을 온전히 느꼈다. 몸을 살펴 몸임을 느껴보는 것, 예를 들면 더위, 추위, 가려움, 저림, 쑤심, 아픔을 느끼는 것 말이다. 그리고 당시의 감정을 느꼈다. 근심, 혼란, 즐거움, 슬픔, 희망, 두려움 등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려야 하니까. 괴로움, 혹은 외로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결국 나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은 나 자신의 생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한 번 명상하고 나면, 2~3분 정도는 명상할 수 있었던 기회와 집중할 수 있는 내 마음의 능력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마음속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이 습관화되니 의도를 바꿀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 시작하기 두려운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앱도 있다. ‘Headspace’, ‘Live Happy’, ‘Way of Life’ 같은 앱은 가볍지만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내면의 것을 끄집어내고 표현할수록 더욱 생기 있는 존재가 된다. 삶의 고통을 표현하면 할수록, 우리의 영혼과 우리가 걸어가는 길 사이의 장애물은 줄어든다. 표현하지 못한 것들이 가슴을 덮어버리면 가슴은 생기를 잃고 만다. 이것도 모르고 갈수록 세상이 재미없다고 느낀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우리가 지금 당장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용서의 명상일지 모른다. 먼저 생각과 말, 행동으로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준 자신을 용서하라고, 우리는 모두 그러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임상심리학자이며 명상가인 잭 콘필드는 말한다. 그리고 타인에게서 받았던 상처와 슬픔을 느껴본다. 분노를 품었던 가슴을 느끼고 친절함과 용서로써 보듬어 안고 이제 내보낼 때가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그 다음이다.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용서하라고, 50~100번 이상 용서의 명상을 해야 용서하는 느낌이 조금 들 것이라고 콘필드는 말한다. 명상을 하는 도중에 분노와 격분, 슬픔과 비탄이 나타난다. 그러면서 내 자신의 내면에 아직 커다란 화가 있으며 그로 인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나를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바꾸면 나를 사랑하게 되고 남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명상 전문가들은 이것은 폭풍과 싸워 자기 길을 가느냐, 폭풍 안에서 고요함을 느끼며 앉아 있느냐의 차이라고 말한다. 명상은 뭔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게 잡고 있던 판단과 생각을 놓고 우리의 삶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다.
명상은 많은 이로움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 최고는 우리 주변의 모두에게 끼치는 영향이다. 만일 우리가 더 행복해지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사랑을 나눌 수 있다. 미국 시인 콜만 바크는 말한다. 진정한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원천에서 흘러나온다고. 머리로는 이 사랑을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람을 알아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는 알 수 있다고. 내면의 삶을 성숙시키는 것은 가장 깊은 마음의 눈을 뜨는 것과 같다. 벽을 무너뜨리고 가장 깊은 마음에 따라 살아감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타인들의 심연까지 경험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깊이 이해하려면 먼저 깊이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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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강미선
- Photography
- WWD/Montrose
- 참고서적
- 잭 콘필드 저, 다이애나 St 루드 저, 마크 네포 저, 오원식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