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달군 여자들
누드가 돌아왔고,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누드가 돌아왔다. 그리고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열기는 우리 시대 최고의 엉덩이 스타인 킴 카다시안의 <페이퍼>지 표지와 함께 시작됐다. 패션 사진가 장 폴 구드와 함께 작업한 이 커버는 그가 1973년에 남긴, 잔을 엉덩이에 올린 채 샴페인을 터뜨려 담는 그의 대표작을 재현하는 데에서 출발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풍만하고 매끈한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두 번째 표지에 완전히 집중되었다. 사진 위에는 폭발적인 반응을 예상한 듯 ‘Break the Internet’이라는 문구가 당당히 써 있었고, 이미지 공개와 동시에 인터넷은 엄청난 횟수의 공유와 함께 각종 패러디물을 양산해냈다. 뷰티 업계에서는 셀룰라이트 관련 제품의 매출이 30%가량 증가했다고 하니 지난 몇 년간 이보다 더 아이코닉한 표지가 또 있었나 싶다. 누드로 화제를 일으킨 다음 주자는 알렉산더 왕의 새로운 데님 라인 광고에 등장한 모델 안나 유어스다. 정작 주인공인 청바지는 둘둘 말려서 발목 언저리에 걸쳐 있을 뿐, 육감적인 보디라인을 드러내며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안나 유어스의 이미지는 톰 포드 시절의 구찌와 테리 리처드슨이 촬영한 시슬리 광고 이후 한동안 패션계에서 찾을 수 없었던 외설적인 섹슈얼리티의 부활을 알리는 듯했다. 최근 공개된, 톱 모델들의 화끈한 누드를 담은 2015년 피렐리 캘린더는 또 어떻고! 패션계가 올겨울 가장 열광하는 건 근사한 악어가죽도, 화려한 키다시안 양털도 아닌 바로 사람의 매끄럽고 섹시한 살갗이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박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