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서툰 위로나 잘못된 방식의 축하가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에 흠집을 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내 옆에 있는 이에게 내 마음을 전하는 올바른 방법을 들어보길.
심한 우울증이 진행 중인 친구가 있다. 벌써 3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상담도 꾸준히 받았지만 계속 치료를 이어가기엔 상담료는 만만치 않았고, 결국 처방받은 약을 종류별로 칸칸이 채운 커다란 약통을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이 치료의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제대로 잠도 들지 못하고, 사람도 제대로 만날 수 없는 그 깊은 무력감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친구는 돈이 모이는 대로 훌쩍 도망가듯 다른 나라를 찾아 다녔다. 친구가 그곳에서 담아온 사진은 아름다웠지만 여행에서 얻어온 힘은 돌아온 순간, 놀랍도록 빠르게 시들어버렸다. 그렇게 3년쯤 지났을까. 친구 주변에 남은 사람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불안정하고 어두운 그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한 우울증에 걸린 친구처럼 극단적인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아니 그보다 자주 힘든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금전 문제, 연인과의 이별, 취업과 직장 문제,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일,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와 가족의 사고 등 일상을 구렁텅이로 넣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재앙들이 인생에는 얼마든지 널려 있다. 심리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지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힘든 사람에게 주변인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의 따뜻한 보살핌이나 사랑, 어떤 말 한마디에 힘을 얻는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는 말. 타인의 말은 대부분 무력한 반면, 잘못된 말 한마디에는 깊이 상처 받는다. 하지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주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누군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래도 여전히 존재한다.
제발 이 말만은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 일레인 N. 아론은 저서 <사랑받을 권리>에서 상대방에게 동조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엄격하게 구분 짓는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첫 번째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는 상대가 지금 느끼는 기분을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편이 낫다. 자책 중인 사람에게 “네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어”라는 말보다는 “네가 죄책감을 느낀다니 나도 마음이 아프다”라는 말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비유나 은유를 통해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야”, “고아가 된 것만 같지?”처럼 말이다. 상대방의 상황에 대해 자신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꼭 입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다. 지금은 일단 귀를 기울일 때, 판단은 나중의 일이다.
공통의 경험을 나누는 것은 공감대를 이루는 좋은 방법이지만 상대방이 우울한 상황이라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참는 것이 좋다.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해서 그 감정과 고통의 무게까지 비슷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최악의 반응은 무엇일까? 바로 개인의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거다. 그야말로 ‘영혼 없는’ 말을 내뱉는 경우“.시 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원래 인생은 고통스러운 거야” 같은, 언제 어떤 상황에 갖다 붙여도 통용될 말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 이 사람이 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감정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는 이들이 그 사실을 몰라서 계속 힘든 게 아니다. 지나갈 일이라는 것을 알아도 지금 당장이 힘들고 고통스러우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절망에 빠지는 것이다. 학술적인 조언도 마찬가지다“. 네가 자존감이 낮아진 건 어릴 때 부모님의 이혼 때문일지도 몰라”, “무의식 중에 전 남자친구를 그 사람에게 투영하고 있는 것 아니야?” 같은, 심리학 책 앞부분 10장만 넘겨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말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우울한 상대방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것은 물론 감정적으로 지치고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기억해라. 지금 아픈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
먼저 이야기하기
때로 우리는 상대방의 변화를 알면서도 모른 척하기도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상대방이 먼저 털어놓지도 않았는데 굳이 물어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과연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되는 사이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충 의례적인 질문 몇 개를 던지고는 ‘별 문제 없다는 데 뭐’, ‘본인이 괜찮다는데…’ 하고 상대방이 보낸 신호를 무시해버린다. 감정코치 전문가인 함규정은 “상대방의 마음은 말만 들어서 헤아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안 좋은 일이 있느냐는 물음을 상대방이 부정하더라도, 그 사람을 진정으로 염려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정말 아닌지를 다시 한 번 살피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전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고 혼자 뒤돌아 눈물 흘린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다. 오죽 혼자 마음을 추스르는 사람들이 많으면 ‘겉은 강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사람이군요’라는 작업 멘트에 마음이 우르르 무너지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겠나.설령 상대방이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더라도,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다 싶을 때는 개인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일이나 지나치게 밝은 화제는 거론하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의 톤에 맞춰주는 것이 진짜 인간 관계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다 잘될 거야’라며 긍정적인 분위기로 이끌 필요도 없다. 상대가 마음이 힘들 땐, 섣불리 솔직한 조언이나 알맹이 없는 긍정적인 말보다는 동일한 감정을 느끼며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된다. 지금은 상대방의 슬픔을 아는 척할 때다.
진짜 축하를 하는 방법
당연한 말이지만 살다 보면 힘든 일만큼이나 행복한 일도 생긴다. 축하를 아무리 해도 모자랄 만큼 기쁜 일을 겪은 상대방에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태도는 그날 하루만큼은 그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대방의 성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로는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기도 하고, 본인이 이룬 비슷한 성과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이런 비딱한 마음이 돋아날 때 궁금해진다. 도대체 우리는 왜, 가까운 사람의 일조차 100퍼센트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할 수가 없는 걸까?
일레인 박사는 20년 동안의 상담 경력을 통해 ‘못난 나(The Undervalued Self)’라는 심리 기제가 대부분의 심리적 상처에 공통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학업 성적, 학력, 외모, 입사 경력 등 순위를 매기는 것에 익숙한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은 상대방과 비교하고, 순위를 매기는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만다. 이 ‘순위 매기기’가 관계에 슬며시 끼어들어 ‘못난 나’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일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못난 나’를 없애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레인 박사는 강조한다. 부모님이나 존경하는 상사가 이룬 업적보다 미묘하게 경쟁 관계에 놓인 형제자매나 동기, 친구에게 생긴 기쁜 일을 순수하게 축하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와 다른 출발선에 놓인 부모님이나 상사와 달리, 또래나 비슷한 직급의 사람들은 나와 순위 매기기 관계에 놓여 있으니까. 친구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것을 보면서 몇 년째 제대로 된 연애도 하지 않는 내 처지가 측은해지고, 동기의 승진을 축하하는 마음 한쪽에는 상대적으로 무능력해 보이는 내 모습에 별안간 비참한 기분에 휩싸였다면 그게 바로 ‘못난 나’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이 꼴 보기 싫은 존재는 등장과 함께 무대밖으로 힘껏 밀어내버려야 한다. 지금 내 앞에서 기쁜 일을 털어놓고 있는 소중한 상대방이 내가 아닌 ‘못난 나’와 식사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막상 힘든 시간을 지날 때는 잘 몰랐던 고마운 사람의 이름과 계기들이 터널을 빠져나온 뒤에는 놀랄 만큼 쉽게 보인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 일을 자기 일처럼 진심으로 축하해준 사람들, 아무 사심 없이 응원해준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때의 따뜻함을 기억한다면,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때다. 물론, 먼저 상대방을 쓰다듬어주는 사람이 되어도 좋다.
경조사에서 해야 할 일
마음만큼이나 예의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장례식장에 갔다 조문에도 절차가 있다. 조객록 서명 – 상주와 목례 – 분향과 헌화 – 절(두 번) – 상주와 조문 – 부의금 전달이 순서다. 조객록에 서명을 하며 부의금을 넣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예의가 아니다. 조문시 상주와 긴 대화를 나누는 것도 마찬가지. 헌화할 때 꽃봉오리는 영정사진 쪽을 향하게 하고, 분향 시 불은 손으로 흔들어 꺼야한다. 의상은 꼭 검은색으로 맞출 필요는 없지만 맨발로 찾는 것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급한 경우 편의점에서 양말이라도 사서 신길! 부조금을 낼 때 흰 종이의 밑단을 살짝 접는데, 슬픈 일을 끝맺으라는 의미다.
병문안을 갔다 당사자나 가족과 사전에 약속을 하고 찾는 것은 기본. 병의 상태가 궁금하다면 의사나 간호사에게 묻자. 병문안 시간은 병실의 다른 환자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20분 이내가 적당하고, 다음 사람이 병문안을 오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환자의 증세가 가볍다면 병원 카페테리아나 근처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입원 중에는 병원에서 식사가 전부 나오는 데다가 음식을 제한할 수도 있으므로 먹을 것을 선물할 때는 양은 적되 고급스러운 간식 거리가 좋다. 장기 입원일 경우 기초 화장품과 가벼운 잡지, 소설 등 읽을 거리도 환영이다.
결혼식에 갔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흰색 옷은 피하라. 지인들과 제대로 인사를 하고 싶다면 뷔페에서 만날 생각을 하기보다는 식장에 일찌감치 도착하는 것이 좋다. 단, 신랑과 신부와 안면 없는 남자친구 등 상관없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은
자제한다. 축의금은 홀수로 내는 것이 예의인데, 음양오행에 따라 ‘모자란 것’으로 간주되는 홀수는 ‘계속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 10만원과 20만원은 채워진 숫자로 풍요로움을 의미하기에 짝수라도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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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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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서적
- <사랑받을 권리>, <서른 살 감정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