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옮긴 사람,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 그리고 자기만의 일을 시작한 사람 등. 새로운 커리어 패스를 그려나가고 있는 여자들을 만났다.

Case 1 동종업계로의 이직

이직을 결심한 이유 팀원들과의 관계가 심하게 틀어졌다. 사무실에 있는 것은 괴로웠지만 업무 자체는 잘 맞는다고 느꼈기에 동종업계로 이직을 결심했다. 

이직을 결심한 이후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선배들에게 이직 의사를 전했고, 마침 새로 팀을 꾸릴 예정이던 한 선배로부터 제안을 받게 됐다. 동종업계 이직에는 경력이 중요했기 때문에 관계가 틀어진 이후에도 버텨 3년을 채웠다. 

비장의 무기 이직 이유가 팀원들과의 관계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선배나 외부인에게 말하지 않았다. 절실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면 협상 과정에 불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좁은 업계인 만큼 소문이 이미 퍼졌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라도 내 입으로 인정하지 않는 게 중요했다. 이직의 계기는 비록 외부에서 비롯했더라도, 그 과정을 능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연봉 협상 등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 이민희(출판사 편집팀 근무) 

 

Case 2 경력을 살린 타 분야 이직 

이직을 결심한 이유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위계가 지나치게 느슨했다. 반면 회식과 관련 행사 등에 참여 빈도는 도를 넘었다. 다니는 동안 무언가를 배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가 힘들었다. 일 욕심이 전혀 없어 보이는 선배들의 모습도 직장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이직을 결심한 이후 과거의 경력을 포기하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내 언론홍보팀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서 할 수 있는 다른 업무가 어떤 것이 있을지, 내 경력과의 교집합부터 찾았다. 

비장의 무기 젊은 이미지의 광고로 주목받은 카드회사의 홍보팀에 지원했을 때는 대기업 언론홍보팀 출신에게 갖고 있는 인상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면접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쓰고, 해당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파격적인 사례를 언급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고 들었다. – 전선애(큐레이터)  

 

Case 3 경력을 버리고 신입 공채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 영화를 사랑했지만 전체 상영관 몇십 개도 잡기 어려운 소규모 독립 영화를 주로 다루다 보니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했다. 기본적인 업무 시간 보장과 급여 대신 회사는 열정만을 요구했다. 

이직을 결심한 이후 영화와 관련된 일은 어떻게든 계속 하고 싶었지만 기존의 인맥에 의존했다가는 비슷한 규모의 회사밖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 28살이라는 나이에 결국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갈 각오를 하고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마케팅팀 공채로 전략을 바꿨다. 

비장의 무기 영화사에서 근무한 시간이 짧아 경력으로 정식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자기소개서와 면접 과정에서는 도움이 됐다. 경험은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 나연희(영화사 홍보마케터)

 

Case 4 국내 기업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 강도 센 업무를 지속하다 보니 건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결국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직을 결심한 이후 ‘잘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뭘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내가 늘 영어를 잘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간 모아둔 돈을 들고 영국으로 떠나 1년간 어학연수를 했다. 

비장의 무기 어학연수 이후 영어가 바로 내 무기가 됐다. 지금도 어학연수를 떠난 것을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꼽을 정도. 외국 주류회사가 한국 진출을 시도하는 단계였는데, 외국계 기업 취직에 영어 실력은 필수적이었다. 언어 실력 그 자체보다도 외국인을 대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인의 도움도 컸다. 연수를 떠나기 전, 업무로 만난 관계였다고 해도 안부를 종종 전하곤 했는데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것을 안 지인이 직장을 제안했다. 이직이나 구직 활동을 할 때 오히려 느슨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도움 받는 경우가 많다. 친한 친구에게 소개팅해주기가 더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항상 도움이 된다. – 우미례(홍보 팀장) 

 

Case 5 4년간의 공백기 이후 재취업 

이직을 결심한 이유 일찍 취업을 한 뒤 내가 좋아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처음 퇴직을 했을 때 25살이었기에 뭐든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직을 결심한 이후 해보고 싶어 하던 일에 도전했다. EBS 라디오에서 작가 겸 조연출로도 근무했고, 고시생과 다름없이 공부도 원 없이 했다. 단, 퇴사 이후 동료에서 친구가 된 이전 동료들과 관계를 꾸준히 유지했다. 

비장의 무기 4년이라는 공백으로 인한 스스로에 대한 불확신, 조직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공백 기간 동안 내공이 쌓여 어떤 질문에도 침착하게 답할 수 있었다. 일을 쉬는 동안 ‘내가 이 시간을 의미 없게 보내고 있는 거면 어쩌나’ 수백 번 생각했는데 복직을 위한 면접을 보고 나와서 지나간 그 어떤 시간도 하찮은 건 없다는 것을 느꼈을 정도다. – 백지은(매니지먼트 홍보 과장) 

 

Case 6 헤드헌터를 통한 이직 

이직을 결심한 이유 업무의 과중 함과 불공평한 업무 배분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일정 기간 리프레시할 수 있는 돈이 있었기에 직장을 그만둘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직을 결심한 이후 구직사이트에 자기소개서와 경력기술서 등 이력서를 최대한 상세하게 기술해 올려두었고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받았다. 

비장의 무기 취업이 성사될 경우, 헤드헌터는 내 연봉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측으로부터 지급받는다. 중개인이라고 생각하고 연봉과 근무환경 등 직접 담판 짓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나의 의사를 몇 번이고 정확하게 전달했다.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장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직장을 자주 옮긴 구직자는 회사에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나를 말린 헤드헌터의 말에 지나치게 귀 기울인 것이 후회된다. – 이연지(홍보 AE)

 

Case 7 퇴직 후 1인

기업으로 창업을 결심한 이유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포토하우스와 디자인 사무실, 의류 브랜드의 비주얼을 책임졌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었고, 업무 진행 과정에서 의사 전달이 왜곡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 내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간의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직을 결심한 이후 요즘 잘 되는 것, 잘나가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웃거리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먼저 생각했다. 조직 생활과 프리랜서를 겸업 하며 한 구두 디자이너와 협업했던 초기 사업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 또한 사람을 배우고, 경력을 쌓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비장의 무기 처음 조직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배짱 이다. 좋은 사무실과 차 등 보여지는 것보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힘을 썼다. 1인 기업으로 움직이는 데 엘리베이터는 없다.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쌓은 경험이 성과와 이어진다. – 지향미(비주얼 디렉터)  

 

이직해본 사람들이 전하는 팁 

1 돈을 모아둬라 천천히 다음 직장을 알아볼 여유가 없거나 지금 직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면 그보다 비참한 일은 없다. 인생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경험을 쌓기 위해서라도 돈은 필요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2 직장에서 만난 인맥을 이어가라 업계를 떠났다고 해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차단할 필요는 없다. 업무차 한두 번 만난 사람이라고 해도 SNS 등을 이용해 관계를 이어가면 언젠가는 도움을 주고받을 일이 반드시 생긴다. 먼저 도움을 주는 것도 좋다.

3 특기를 만들어라 비슷한 경력의 사람들에게는 없는 또 다른 장기를 만들어야 한다. 뛰어난 외국어 실력이나 엄청난 인맥처럼 꼭 어마어마한 능력일 필요는 없다. 포토샵이나 편집 프로그램 등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거나 블로그 운영처럼 취미에서 연장된 활동도 자신을 훨씬 흥미로운 사람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