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겨야 사는 여자
어느덧 얼굴에는 시간의 흔적이 뚜렷해졌지만 여전히 카메론 디아즈를 대체할 배우는 없다. 그녀의 다음 작품은?
영화 <마스크(The Mask)>에서 그녀는 분명 눈에 띄었지만, 그 무렵 카메론 디아즈가 불혹이 넘은 나이까지 할리우드의 톱 여배우로서 굳건하게 활동할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환상적인 몸매에 예쁜 얼굴, 남자든 여자든 무장해제시키는 미소를 가진 모델이 스크린에 잠깐 나왔나 보다 생각했을 테니까 말이다. 모델 활동을 하던 카메론 디아즈는 그렇게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 후 <필링 미네소타(Feeling Minnesota)>와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A Life Less Ordinary)>에서도 남자들이 한번쯤 인생을 걸고 싶어지는 여자의 이미지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녀가 남다른 가능성을 증명한 건 코미디 장르였 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My Best Friend’s Wedding)>에서는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여왕 줄리아 로버츠에도 밀리지 않는 사랑스러운 음치 캐릭터를 선보였고, B급 코드로 가득한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There’s Something About Mary)>에서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홈런을 쳤다. 코미디 장르의 새로운 여왕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몇 년 후, 그녀는 줄리아 로버츠 다음으로 개런티 ‘2천만 달러 클럽’에 가입한 여배우가 된다.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나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 최근 작품인 <카운 슬러(The Counselor)> 등 진지한 드라마, 스릴러 장르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녀가 이 시대의 코미디 여왕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 주인공이 꼭 존재해야만 하는 멕 라이언이나 르네 젤위거와 달리 그녀는 언제 어디서도, 상대역이 남자든, 여자든 그 누구와도 코미디가 가능한 배우다. <피너츠 송(The Sweetest Thing)> 같은 야한 코미디부터 <로맨틱 홀리데이(The Holiday)> 같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미녀삼총사>라는 액션 코미디, <당신이 그녀라면(In Her Shoes)>의 자매 코미디 등 온갖 장르를 누빈 그녀. 이번에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여자들의 코미디 <아더 우먼 (The Other Women)>이다. 얼마 전, 출장에서 돌아오는 기내 안 엔터테인먼트로 <아더 우먼>을 선택한 건 순전히 카메론 디아즈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이라면, 적어도 ‘킬링 타임’용은 되리라 생각했으니까.
카메론 디아즈는 새 영화 <아더 우먼>에서 성공 한 변호사 칼리 역을 맡았다. 세련된 전문직 여성으로 로펌에 유리벽으로 둘러싼 근사한 사무실에 전담 비서까지 두고 있는 여자다. 새로 사귄 훈남 남자친구 마크 역시 그녀의 마음에 쏙 든다. 그러나 어느 날, 마크가 유부남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애써 마음을 달래는 중인데 마크의 아내 케이트(레슬리 만)는 자꾸 칼리를 찾아오고, 그러던 중 두 사람은 마크에게 세 번째 여자 앰버(케이 트 업톤)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칼리와 케이트, 앰버는 마크에게 복수 하기로 결심한다. 부인과 정부들이 연합하는 황당한 스토리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풀어낸 이 영화는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국내에는 11월에 개봉한다. 이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카메론 디아즈는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말했을까?
당신이 생각하는 칼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칼리는 열심히사는 여자예요. 계속 연애만 하다가 정말 가능성 있어 보이는 남자 마크를 만나요. 두 사람은 꿈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그녀는 그 남자와 더 깊은 사이로 발전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죠.
마크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과정이 재미있더군요.
뭔가 낌새가 이상한 거예요. 갑자기 데이트를 취소하기도 하고 아버지에게 인사하기로 해놓고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오지 못하죠. 자꾸 뭔가 사정이 생기자 칼리도 조금씩 촉각이 곤두서고, 마크의 집을 찾아간 후에 비로소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닉 카사베츠 감독과는 두 번째 작품이죠?
닉은 이 영화를 정말 훌륭한 코미디로 만들었어요. 일반적인 코미디 감독들과 똑같은 노선을 선택하지 않았고, 색다른 분위기로 연출하고 싶어 했죠. 감동적인 부분을 담으려고 했어요. 이를테면 마크의 아내인 케이트의 감정이라든가, 그런 부분을 아주 훌륭하게 표현한 것 같아요. 그의 배경과 경험 덕분에 색다른 분위기가 더해졌어요.
<아더 우먼>을 어떤 영화라고 생각해요? 복수극인 동시에 코미디기도 하고, 또 세 여자의 우정도 볼 수 있는데요.
세 여자의 관계를 통해서 보여주는 우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세 사람이 한 남자 때문에 엮이게 되고 아픔을 느끼지만, 속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모든 것을 털어버리는 여정을 유쾌하게 그려내죠. 단순한 복수 이야기가 아니에요. 주인공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만약 이 영화가 복수나 불륜에 대한 이야기라면 끌리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당신은 예전부터 남자 배우는 물론 여자 배우와도 호흡이 좋았죠. 여자들에게 우정이 뭐라고 생각해요?
제게도 좋은 친구들이 있는데, 여자들의 우정이 좋은 이유는 항상 서로 응원해주기 때문이죠. 비록 옆에 있지 않아도 항상 같은 편이고 사랑과 힘을 실어준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친구들끼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지 해주잖아요? 우정은 영혼을 성장시켜주는 힘이기도 해요. 긍정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이죠. 우정이 함께하면 우리는 더 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요. 힘들 때 돕고, 좋은 일은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비판하지 않고 솔직한 모습으로 함께해주니까요.
당신은 이 영화에서 아주 멋지게 나오더군요. 의상 디자이너 패트리샤 필드와 작업했죠?
칼리는 주어진 일을 멋지게 처리하는 유능한 변호사죠. 의상을 맡은 패트리샤 필드와 저는 칼리가 스타일리시하고 침착하며 자신의 외모에 자부심을 가진 여성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했어요. 저는 칼리가 항상 완벽한 모습이여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녀는 매일 자신을 가다듬어요. 머리를 손질하고 매니큐어를 칠하고 꼼꼼하게 메이크업을 해요. 의상이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잘 대변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당신의 평소 모습도 칼리와 비슷한가요?
전혀요! 제게 ‘완벽한’ 차림은 데님과 티셔츠예요. 당신에게서는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요. 현재의 일과 삶에 만족하기 때문인가요?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좋아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좋아요. 배우로 사는 매일 한 순간 한 순간이 색다르죠. 이 영화는 코미디 장르지만 여자들끼리 꼭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서로 다정하게 대하고 응원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요. 전 여자들끼리의 경쟁이 싫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도 아니죠. 저는 여자들 모두가 성공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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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 Photography
- Courtesy of 21st Century Fox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