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의 카드, 옆가르마
2대 8가르마는 머리카락이 부족한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좀 더 세련돼 보이고 싶은 여자들의 비장의 카드다. 과감하게 나눌수록 더 멋진, 바야흐로 옆가르마 시대가 도래했다.
<마타하리>, <춘희>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작을 남긴 전설적인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는 웃음기 없는 차가운 매력과 가늘고 둥근 아치형 눈썹으로 대변되는 할리우드 스타였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부터 최고의 미인으로 칭송받은 것은 아니다. 스웨덴에서 활동하던 초기에는 얼굴은 동그스름한 데다 치아는 튀어나와 도저히 클로즈업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할리우드에서 그녀는 치아를 교정했고, 성긴 눈썹을 선명하고 가늘게 그리는 등 화장법을 바꿨으며 무엇보다 매력적인 헤어 스타일을 연출해 세기의 얼굴로 등극했다. 텁수룩하고 흐트러진 머리를 말끔하게 정리하는 데 옆가르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옆가르마를 타고 굵은 웨이브를 하거나 시뇽으로 올리는 그레타 가르보의 헤어 스타일은 1930년대에 크게 유행하기에 이르렀다.
가을/겨울 알렉산더 왕 런웨이에 오른 모델 바네사 무디를 보면 그레타 가르보가 생각난다. 톱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이 그녀를 보고 그레타 가르보를 떠올렸는지 깊은 옆가르마를 연출했으니! “옆가르마를 깊게 탄, 2대8에 가까운 헤어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알렉산더 왕 쇼의 헤어를 담당한 귀도 팔라우의 말이다. 늘 옆가르마를 하고 레드 카펫을 밟는 키이라 나이틀리는 이 헤어 스타일이 우아한 매력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백설공주>, <섀도우 헌터스>의 헤로인인 릴리 콜린스 역시 최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가데 가르마를 접어두고 각종 시상식과 행사에 옆가르마를 탄 헤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가을/겨울 컬렉션의 백스테이지에서 귀도 팔라우뿐만 아니라 옆가르마를 선택한 아티스트들은 줄을 이었다. “이번 쇼는 아메리칸 인디언에서 영감을 받아 스트레이트 헤어를 선보였는데, 전형적으로 보이는 건 피하기 위해서 5대5 가르마는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옆가르마를 선택했죠.” 롤랑 뮤레 쇼의 헤어를 맡은 올랜도 피타의 말이다. 안소니 바카렐로 쇼의 헤어 스타일리스트 안소니 터너도 마찬가지였다. “참여한 거의 모든 쇼에서 제가 선보인 스타일은 바로 옆가르마였어요. 옆가르마는 자신감을 드러내며 남성성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상이기도 하죠.” 그는 옆가르마를 연출하는 이유의 반은 강인함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리고 옆가르마를 하고 한쪽 눈을 덮으면 로큰롤 무드가 드리우거나 신비롭기까지 해요.” 안소니 터너는 덧붙인다. 미드햄 커츠호프 쇼의 헤어를 담당한 제임스 페시스는 “한쪽으로 깊게 탄 가르마는 약간 어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시크한 이브닝 스타일을 원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시도해보세요”라는 응원까지 서슴지 않았다. 제임 페시스의 말처럼 해보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위치에서 가르마를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제임스 페시스가 클로에 쇼에서 시도한 것은 이거다. “이마 근처에서는 6대 4로 옆가르마를 타기 시작해서, 머리 뒤쪽으로 갈수록 가르마를 바깥쪽으로 향하게 타는 거예요. 그리고 머리를 모아서 오른쪽으로 넘겨 목 뒤쪽에서 고무줄로 묶었죠. 이렇게 하면 비대칭 커트를 한 듯해 보여요.” 존 갈리아노 쇼의 헤어를 담당 한 올랜도 피타 역시 머리카락을 좀 더 매끈하게 넘길 것을 추천한다. “십자 모양으로 옆가르마를 타고 섹션을 나눠 매끈하게 넘기면 멋스러워요. 마무리는 끈적임을 주는 젤 대신에 헤어 스프레이를 사용해서 고정했어요.”
헤어 디자이너 이희 원장은 가르마의 기준에 대해 이렇게 조언한다. “얼굴형이나 스타일에 따라 정해야겠지만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눈썹 산을 기준으로 가르마를 타는 것이 가장 좋습 니다. 1대 9 정도의 가르마는 이마를 살짝 가리게 머리를 내리면 시크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죠. 포마드나 젤을 사용해서 볼륨을 최대한 가라앉혀 차분하게 연출하세요.” 얼굴형에 자신이 없다면 파우더 왁스를 이용해 모발 텍스처를 살려 연출하는 방법도 있다고 이희 원장은 덧붙인다. “헤어 제품은 무거운 왁스나 크림 보다는 가벼운 제형의 헤어 세럼이나 스프레이로 모발 질감만 살리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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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강미선
- Photography
- James Cochrane, InDigital Medial, Gettyimages/Multib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