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하는 안티에이징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뤄졌고, 그러니까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겹도록 들었다. 하지만 물만 마셔서 한 달 만에 주름이 펴지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그래서 도전했다. 3주 동안 꼬박 하루 2리터가 넘는 물을 마셔봤다.
물 한 잔 마시는 것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게 더 익숙한 마감 기간에 기필코 물을 마셔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기사를 접했다. 40대 여성이 하루에 물을 3리터씩 한 달 동안 마신 후 변화한 모습을 실은 영국의 일간신문 <데일리 메일> 기사였다. 몸무게와 허리둘레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얼굴의 다크서클과 잔주름은 마치 보톡스를 맞은 것처럼 눈에 띄게 옅어졌다. 물만 마셨는데 주름이 펴졌다는 말은,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말만큼 신선했다. 수학 공식 외우듯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셔라’라고 수없이 외쳤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힘들었던 물로 하는 안티에이징을 3주간 체험했다. 시작과 동시에 밀려오는 궁금증. 누구나 하루 2 리터를 꼬박 마셔야 하는 걸까?
미국 식품영양위원회의는 우리 몸이 섭취한 칼로리를 처리하기 위해 1kcal당 수분 1ml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루 2000kcal를 섭취하면 2리터의 물이 필요한 셈이다. 더불어 평균적인 식단에는 이 정도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러니 자신의 평소 식습관에 물이 얼마나 포함되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주의할 점은 커피나 차, 에너지 드링크처럼 카페인을 함유한 음료를 많이 섭취한다면 이뇨작용이 활발해져 섭취하는 양보다 많은 수분을 배출하게 되므로 이 경우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는 것. 그리고 육류를 자주 섭취할 경우에는 미네랄 함유량이 높은 경수를, 발효식품이나 채소를 주로 섭취할 경우에는 연수를 마시는 게 좋다. 고기와 김치, 커피, 에너지 드링크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골고루 먹고 있으니 일단 2리터를 마시는 것에 충실하기로 했다.
도전 첫날. 인터넷으로 먼저 2리터를 꼬박 마시기 시작한 사람들의 노하우를 찾아가며 500ml 생수를 하루에 4번 마시는 것으로 양을 체크하기로 했다. 마시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반 병을 마시고, 식사를 하기 30분 전에 또 반 병을 마셨다. 식사 중에 물을 마시면 소화액을 희석시켜 소화를 방해한다고 해서 밥을 먹는 동안 물을 마시는 것을 자제했다. 이건 첫날 첫 끼부터 힘들었다. 밥을 먹는 사이에 딱히 갈증이 나는 것도 아닌데 저절로 물에 손이 갔다. 그래도 참았다. 첫날이라 그런지 화장실에 가는 횟수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둘째 날부터는 밥을 먹으면서 목이 마른 것을 예방하기 위해 국물이 있는 음식을 찾게 됐다. 5일째가 되는 날까지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횟수가 늘어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물을 마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늘 배가 부른 상태가 되면서 하루에 5잔 정도를 마시던 커피를 자연스레 3잔 정도로 줄였다. 일주일이 지나도 식사하는 동안 물을 멀리하는 것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물을 부르는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한다거나 국수 같은 물이 있는 음식을 찾는 꼼수만 늘었다. 열흘이 지날 때까지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서 하루 2리터를 마시던 물의 양을 2.5리터로 조금 늘렸다. 갑자기 섭취하는 물의 양을 늘렸을 때 하루에 소비하는 대사량이 적을 경우 물이 몸에 남아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 평소 출퇴근을 걸어서 하는 등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습관 때문인지 체중이 늘지는 않았다. 그렇게 2주가 흘렀을 때, 분명 체중은 늘지도 줄지도 않았는데 살빠져 보인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얼굴이 밝아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물을 마시는 것 말고는 평소대로 생활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세 번의 술자리를 가졌는데, 이때도 마시는 술의 양만큼 물을 마셨다. 평소보다 잦은 화장실 출입으로 주변의 원성을 듣기는 했지만, 맥주 한 잔에도 금방 빨개지던 얼굴이 좀 더 천천히 빨개졌고, 다음 날 숙취도 덜했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은 평소보다 더 많이, 3리터에 가까운 물을 마셨고, 화장실에 더 자주 갔다. 소변을 자주 보는 게 곧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은 있었다.
체험 마지막 주가 되면서 느끼게 된 사실은 확실히 평소보다 덜 먹게 된다는 것이다. 습관처럼 뭔가를 입에 넣기에 바빴던 3주 전과 비교하면 간식을 먹는 횟수도, 식사 때 먹는 밥의 양도 줄었다. 더 놀라운 건 그럼에도 체중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 물로 하는 다이어트였다면 100% 실패에 가까운 결과였지만, 3주를 꼬박 채우고 나니 안티에이징 효과는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식생활에서 눈에 띄는 변화라고는 먹는 양이 준 것과 커피를 하루 한 잔 정도 마시게 된 게 전부였지만 얼굴은 평소보다 피지 분비가 줄어 덜 번들거렸다. 잔주름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부은 것 과는 다른 팽팽함이 있었다. 칙칙하고 퀭한 얼굴로 출근하는 일도 줄었다.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얼굴이 붓지 않았다. 평소보다 열심히 뛰지도 않았고, 유별난 피부 관리를 한 것도 아닌데 물만 마신 것치고는 꽤 흡족한 결과를 얻었다. 이름난 화장품 여러 개 바르는 것보다 보톡스나 필러 한 방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물 자체가 주는 효과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바뀌는 생활패턴이 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니까. 일단 마셔라. 그러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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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황민영
- 포토그래퍼
- 정원영
- 기타
- 도움말 | 김세현(린 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