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과 나

잔잔하게 물결치는 파도에 햇빛이 눈부신 이상적인 휴양지 풍경, 그 풍경 속에서 당신은 어떤 수영복을 입고 있나요? 작년에 입은 그것 그대로인가요? 새로 사려는 그것이 옷장에 있는 것과 비슷한 건 아닌가요? 올여름엔 달라집시다.

매년 여름휴가 전에 옷장 속 수영복을 점검한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수영복을 샀지만 옷장 속에는 비슷한 디자인과 컬러의 수영복만 가득하다. 수영복은 많지만, 정작 마음에 드는 수영복은 없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예쁜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고 싶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배송으로 구입했지만, 막상 입어보니 밑위길이가 너무 짧거나 비키니 톱이 너무 작아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디자인만 생각해서 무조건 예쁜 수영복을 샀다가 기능성이 떨어져 실내 수영장에서는 입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내 몸매의 단점을 보완해준다고 굳게 믿었던 수영복이 사실은 내 단점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건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니다. 우리는 늘 내 몸매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기능을 가진 수영복을 어디서 사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모르는 채 수영복 쇼핑에 나선다. 그래서 알아봤다. 남들보다 더 많은 수영복을 접하고, 사보고, 입어봤다는 이들은 수영복을 어디에서 어떻게 쇼핑하는지.

원피스 수영복을 권함
비키니 수영복을 입기 민망한 ‘수영 전문’ 실내 수영장에 갈 일은별로 없었고, 고작해야 일년에 몇 번 해변과 야외 수영장에 가는 것이 다인데 굳이 원피스 수영복을 고집하는 건 어쩐지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요조숙녀처럼 보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원피스 수영복을 안 입는 게 아니라 못 입는 거다. ‘성숙’이나 ‘관능’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한참 먼 몸매를 지닌 내게 원피스 수영복은 몸을 감싸주는 척하지만, 몸매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한마디로 믿고 맡겼다간 뒤통수를 세게 내리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원피스 수영복이야말로 몸매가 받쳐줘야 그 매력이 십분 발휘된다.
그런데 생각이 달라진 건 원피스 수영복의 다른 면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모나코에 갔을 때 몬테카를로 비치 호텔 한쪽 벽에 전시된 빈티지 사진 속 여인들이 그랬다. 1920년대 촬영한 사진 속 여자들은 모두 심플한 원피스 수영복에 카플란 모자나 선글라스를 걸쳤는데, 그 모습이 무척 우아했다. 비키니 수영복이 발랄한 캘리포니아 걸 같다면 원피스 수영복은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젯셋족이 연상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진, 존 롤링스가 1953년 해변에서 촬영한 사진 속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인 역시 갈색 튜브톱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있다. 올여름 수영복 트렌드를 봐도 원피스 수영복을 시도해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다양한 로고 패턴 원피스를 비롯해 레트로 무드의 원피스 수영복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원피스 수영복에 처음 도전한다면 스포츠 브랜드를 추천한다. 탁월한 기능의 라이크라와 스판덱스 소재가 완벽하게 몸매를 잡아준다. 스포츠 브랜드의 수영복이라고 하면 검은색의 단정한 원피스 수영복이 떠오르지만 최근에는 웬만한 패션 브랜드보다 더 화려한 디자인도 많이 선보인다. 아디다스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스텔라 맥카트니 라인은 파스텔 컬러 수영복이, 오리지널스 라인은 흰색 줄무늬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남색 수영복처럼 아메리칸 캐주얼 무드의 수영복을 선보인다. 마이클 코어스, DVF, 토리 버치 등 패션 브랜드에서는 매 시즌 트렌디한 수영복이 쏟아져 나오지만, 좀 더 폭넓은 선택을 위해서는 수영복 전문 브랜드를 추천하고 싶다. 클래식 수영복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에레스와 월포드는 물론, 더욱 대담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아장프로보카퇴르의 관능적인 커팅 수영복도 고려할 만하다. 원피스 수영복은 길이가 딱 맞아야 입을 수 입기 때문에 사이즈가 다양한 브랜드에서 고르는 것이 좋은데, 빅토리아 시크릿은 브래지어 형태나, 팬티 라인의 커팅별로 세밀하게 분류되어 있어 자신의 체형에 맞는 디자인을 고를 수 있다. 또 편집매장 무이에서 만날 수 있는 호주 브랜드 ‘위아 핸섬’을 주목할 것. 위트 있는 프린트 수영복 컬렉션은 원피스 수영복도 ‘쿨’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하상희(스타일리스트)

완벽한 수영복을 찾아서
몸 위에 걸치는 모든 의상이 그러하지만, 수영복 역시 나를 돋보이게 하느냐가 기준이다. 바싹 마른 몸매는 낙낙한 원피스나 스키니 진에 셔츠를 입는 등 다양하게 보완 가능하지만, 수영복을 입었을 때는 아니다. 몸매를 가리는 것보다 드러낼 때 단점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금 당장 전신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매를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많은 여자가 이 과정을 생략하고 자신의 체형을 무시한 디자인의 수영복으로 비치 룩을 완성한다. 몸매가 풍만한 여자가 프릴과 러플이 과도하게 들어간 비키니를 선택한다거나(이럴 경우 몸이 더욱더 풍만해 보인다), 어깨가 넓은 여자가 평소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이유로 검은색 수영복만 구입한다거나(자칫 잘못하면 남자처럼 보일 수 있다), 허리와 배, 허벅지에 살이 많은 하체 비만형 여자가 허리선이 높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는 식(이 경우 십중팔구 비키니 라인 위로 튀어나온 살들과 조우하게 된다)의 과오를 매년 여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니 말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박하게 재면 A컵, 모든 살을 가슴으로 모아 재면 B컵’인 나 역시 완벽한 글래머를 만들어준다는 반두형 비키니 수영복이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줄 알았다. 물속에 들어갔다 나올 때면 늘 수영복 상의가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곤 했지만, 남들도 다 그러는 줄 알았다.
하지만 LA의 오프닝 세레모니 매장에 갔을 때 점원의 추천으로 너무 섹시하고 야해서 입어볼 생각도 하지 않은, 가슴이 반은 드러난 삼각형 브라컵의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봤다. 이게 웬일. 반두형 브라컵의 비키니 수영복보다 훨씬 더 몸매가 예뻐 보였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역시 입어보고 구입하라는 것! 수영복은 속옷이나 마찬가지다. 보는 것과 입는 것의 차이가 확연히 크다. 또 이미 수영복을 구입해본 브랜드라고 해서 입어보지 않고 사이즈를 고르는 것도 금물이다. 보디라인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수영복 사이즈도 달라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을 추천하지 않는다(실제로 인터넷 쇼핑으로 수영복을 구입했다가 반품도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해외 수영복 브랜드를 수입하는 국내 쇼핑몰 중 가장 유명한 ‘키스 온 더 비치’는 오프라인 숍도 있다.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발견했다면 직접 입어보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다. 수영복 선택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피부를 드러낼수록 오히려 더 날씬해 보인다는 거다. 거기에 선명한 색상은 시선을 수영복으로 모아 몸매를 더 축소돼 보이게 한다. 색상으로 포인트를 줄 때는 장식은 없을수록 더 세련돼 보인다. 허리가 굵은 편이라면 비키니 디자인이 더 날씬해 보인다. 또 패드가 지나치게 볼록하게 들어간 수영복은 자연스러운 매력을 단번에 무너뜨리기 쉽다.
올여름 나는 나의 몸매와 취향에 딱 맞는 수영복을 입고 신나게 즐길 것이다. 내 몸매는 평균 한국인과 비슷하다. 다만 내가 하나 더 가진 건 당당함이다. – 이민혜(닐 바렛 홍보 담당)

포기할 수 없는 비키니 수영복
내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지는 사실 몇 년 안 됐다. 예전에는 살이 쪄서 그랬는지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다른 옷에는 대담한 편이면서도 수영복만큼은 왜 그렇게 원피스 스타일을 고집했는지. 물론 하이레그의 원피스 수영복은 웬만한 비키니보다 섹시하다. 그러나 내가 입었던 원피스 수영복은 올림픽 경기에 출전한 수영 선수들이 입는 수영복 같았다. 지금도 내가 땅을 치며 후회하는 것은 올랜도 블룸 같은 멋진 남자들이 해변가에 득실거리는 태국의 피피 섬에서조차 그 원피스 수영복을 늠름하게 입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살을 빼고 연애에 눈을 돌리며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기 시작했다. 세부나 하와이 같은 휴양지에서 판매하는 비키니 수영복은 오히려 명품 브랜드보다 예쁘고 심지어 가격도 저렴하다. 나의 첫 번째 비키니 수영복은 세부에서 구입한 비취색 수영복이다. 비키니 초보자라 브라 패드가 있고고 팬티 모양도 너무나 안정적인 실루엣을 택했지만 비취색이 물속에서 워낙 시원해 보여 아직까지 즐겨 입는다. 어쨌거나 자신감을 얻은 나는 조금씩 변형된 스타일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톱숍에서 구입한 검은색 비키니 수영복은 홀터넥 스타일로, 목 뒤와 팬티 옆 부분을 리본으로 매듭 지을 수 있어 섹시해 보인다. 자라나 H&M 같은 SPA 브랜드에는 항상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비키니 수영복이 가득하다. 이런 SPA 브랜드의 수영복은 패드가 없고 팬티의 허리선이 낮은 섹시한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국내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지만 제이크루나 아소스도 가격 대비 디자인이나 기능이 좋은 비키니 수영복을 많이 선보인다. 옷에 비해 수영복은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의 수영복도 즐겨 구입한다. 클로에나 돌체앤가바나를 즐겨 입는데, 기억해야 할 점은 이거다. 막상 입어보면 브라컵이 매우 작아 가슴 포인트만 살짝 가리는 정도이고, 팬티의 허리선도 매우 낮고 하이레그 스타일이어서 신경 쓸 게 많고, 선탠을 위한 수영복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비키니 수영복을 구입할 때에는 상의의 모양도 중요하지만, 팬티 라인이 어떤지도 꼭 체크해야 한다. 바다의 푸른빛에 대비되는 흰색 사각 팬티 수영복은 클래식하게 연출하려고 구입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다리가 짧아 보이고, 태닝을 잘못하면 하얀색 사각 팬티를 입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원피스 수영복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래전 영화 <지난여름 갑자기(Suddenly, Last Summer) >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입은 하얀 원피스 수영복이나 영화 <텐(Ten) >에서 보 데릭이 입은 수영복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만큼 섹시하다. 그러나 비키니 수영복을 입는다는 것은 내게 있어 ‘젊음’과 ‘열정’을 상징한다. 그것은 예쁘게 보이기 위해 하이힐을 신는 마음과 비슷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조금 더 비키니 수영복을 즐기고 싶다. 호피 무늬 수영복을 입을 때는 골드 뱅글을 하고, 검은색을 입을 때는 스카프를 머리에 매고, 롤리팝처럼 달콤한 원색의 비키니를 입을 때는 크리스털 장식의 샌들을 신고 여름을 만끽하고 싶다. – 황기애(<엘르> 패션 에디터)

1 라이크라 소재 비키니 톱은 1만5천8백원, 하의는 1만8천8백원, 포에버 21(Forever 21). 2 스판덱스 소재 수영복은 7만8천원,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3 라이크라와 폴리우레탄 소재의 깅엄 체크 수영복은 39만6천원, 토리 버치(Tory Burch). 4 레터링 프린트가 시선을 잡아주는 폴리에스테르 소재 수영복은 3만9천원, 풀앤베어(Pull&Bear).

그녀들의 선택 수영복의 고수들이 선택한 수영복은 바로 이것!
1 Big Bottom 하체 비만인 사람은 하이레그의 비키니 팬티로 엉덩이가 펑퍼짐해 보이는 것을 방지하자.
2 Round 전체적으로 통통하다면, 삼각형의 브라톱과 보이 쇼츠로 이뤄진 수영복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3 Boy-Shape 일자형 몸매의 사람은 와이어가 있는 반두형 비키니를 선택해 가슴을 모아주는 것이 좋다.
4 Potbelly 유독 배와 옆구리에 살이 쪘다면 비키니보다는 허리의 살을 잡아주는 원피스 수영복을 추천한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주
    포토그래퍼
    이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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