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걸었다 <2>
우리는 가장 가까운 서울을 두고 다른 도시를, 나라를 배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9일 동안 여행자로서 만난 서울은 때로는 익숙했고 때로는 놀라울 만큼 생경했다. 이 익숙하고도 낯선 곳에 자신을 밀어 넣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경험인지를 이제는 안다. 지금 당장, 당신도 이 도시의 특별한 여행자가 될 수 있다.
남산, 경리단길 | 남산을 상징하는 N서울타워 아래에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남산이 있다. 남산 산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경리단길로 내려간다. 이태원과 한남동에 밀려 있었던 경리단길은 하루가 다르게 변신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11:30 am 남산야외식물원 도심 속 매력적인 공원, 꽤 넓은 규모에 단정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곳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1984년 남산외인아파트와 외국인 단독주택이 모두 철거된 자리에 조성된 곳으로 꽃나무와 야생화원으로 꾸며졌다. 무려 2만 평에 달하는 규모라 빨리 둘러보아도 1시간은 걸린다. 허리만큼 오는 큰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외국인이 특히 많다. 러닝복을 입고 달리는 사람도 자주 보인다. 작은 연못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쉬어간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2동 258-148 문의 02-798-3771
12:30 pm 하베스트 남산 3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산마루에서 층층이 내려오는 구조라 레스토랑의 입구는 가장 꼭대기 층인 옥상 테라스에서 시작된다. 옥상 테라스에는 경북 상주에서 공수해온 오미자, 블루베리 나무부터 강원도 인제에서 옮겨온 다래나무를 비롯해 매화나무, 산수유, 앵두나무로 풍성하다. 나무와 텃밭을 다 구경하고 나면 그제야 남산의 너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구까지 들어가는 데 꽤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전복을 토핑으로 올린 피자, 거문도에서 자란 쑥으로 만든 해풍쑥차 등 메뉴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요리의 재료는 현지에서 공수한 것과 직접 기른 것을 기본으로 한다.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좀 시간이 걸렸지만 재촉하지 않은 건 호젓한 분위기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2동 258-202 문의 02-793-6669
02:30 pm 남산야생화공원 남산야외식물원으로 부족했다면 야생화공원도 들른다. 남산 한남지구에 만들어진 남산공원, 야생화공원은 하얏트호텔 건너편 작은 출입로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얏트호텔에서 남산체육관까지 800m에 해당하는 소월길 남산 자락이 모두 남산야외식물원으로 꾸며져 있고, 야외식물원으로 가는 진입로는 모두 세 개이지만 산책이 목적이라면 하얏트호텔 쪽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처음 보는 야생화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으면 잘 다듬어진 예쁜 자갈길이 나온다. 신발도, 양말도 벗고 걷는 이들도 눈에 띈다. 계절에 따라 빛깔도 향기도 다른 꽃이 피어나는 공원을 따라가면 본격적으로 숲 향기가 짙어진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03:30 pm 에브리띵벗더히어로 오픈형 천장 인테리어로 탁 트인 느낌을 주는 카페. 남산 산책을 마치고 경리단길을 내려가다가 왼쪽 길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카페가 있어 들어갔다. 가장 인기가 좋은 자리는 역시 창가,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이 빨리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커피를 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남산타워가 보이는 꽤 전망이 좋은 자리다. 커피와 함께 나온 초콜릿을 먹으며 땀을 식혔다. 향초와 디퓨저, 시그니처 컵도 판매하는데, 그냥 구경만 했다. 조인성 동생이 운영하는 곳이라는 건 한참 후에 알았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동 210-68 문의 02-792-7909
05:00 pm 레코드잇슈 20여 년 동안 레코드를 모아온 조세현 대표가 단지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레코드가 좋다는 이유로 시작한 레코드잇슈. 지난해 12월 오픈한 따끈따끈한 가게다. 레코드 가게가 사라지는 이 시점, 오픈 소식이 반가워 경리단길에 가면 꼭 들러야지 마음먹었던 곳이다. 인상 좋은 사장님은 단순히 레코드를 판매하기 위해 문을 연 것이 아니라 했다. 지나가는 어느 누구와도 가볍게 음악이야기를 하고 싶어 테이블을 하나 마련했다고. 덕분에 레코드 하나를 사 오는 길에 그가 직접 내린 원두 커피를 한 잔 더 마셨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동 258-227 문의 010-5132-4024
06:00 pm 그랑 블루 경리단길 골목대장 장진우가 문을 연 재즈 비스트로, 그랑 블루를 채우는 건 길고 널찍한 테이블, 그리고 피아노가 전부다. 재즈 비스트로라는 수식어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매주 금요일 밤이면 재즈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가끔씩은 마이큐, 요조, 박주원 등 뮤지션들의 게릴라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이곳에 들를 거라면 미리 공연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솜씨 좋은 친구가 만들어준 것 같은 해산물 요리를 먹으며 테이블 피아노를 치는 뮤지션을 바로 등 뒤에서 지켜봤다. 한 끼 저녁 식사값치고는 넘치는 호사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동 249-15 문의 010-2673-0872
그 밖의 남산, 경리단길
1 골목바이닐앤펍 이곳 사장이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모은 LP 음반 1만여 장이 압권이다. 수제 맥주와 칵테일 등도 즐길 수 있어 여느 LP바보다 젊고 트렌디한 느낌이다.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은 춤을 추고, 아는 노래를 따라 불러도 웃어주는 그런 곳이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동 557 2층 문의 02-790-5979
2 오지상 함박스테이크 오지상 함박스테이크를 맛보기 위해서는 어느 날이든 서둘러야 한다. 일본에서 공수해온 철기에 신안군 천일염을 비롯 고급 식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며, 질 좋은 호주산 청정우의 양지 차돌 부위를 매일 직접 갈아서 구워주는 정성 때문이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2동 662 문의 070-4407-0712
3 까올리 포차나 경리단길 뒷골목에 숨어 있는, 태국 식당. 가게를 들어서면 태국 향신료 냄새로 자욱하다 못해 매캐하다. 지금 이곳이 한국의 서울이 아니고 태국 시장 바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지 스타일을 자랑한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2동 706 문의 010-9019-1995
4 어촌횟집 신선하기야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가격도 저렴하다. 큼직하게 떠준 광어 대자의 가격이 2만원 정도. 방어, 놀래미, 석화 등 고루 취급하며 매운탕 맛도 훌륭하다. 종종 모여드는 와인 모임 손님들을 위한 좋은 와인잔도 구비돼 있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2동 273-12 문의 02-749-1014
5 서울핑퐁펍 탁구 치며 맥주를 마시는 핑퐁펍이 인기다. 패션 모델 친구들이 꾸준히 드나들며 유명해지는 것에 일조하긴 했지만, 운동과 음주의 결합이란 실로 상큼하다. 주소 용산구 이태원동 705 문의 010-4223-1467
이태원, 한남동 | 이태원은 경리단길과 한남동으로 지분을 나눠준 듯히다. 그러나 여전히 이태원의 새벽 거리를 따라갈 곳은 없다. 한남동은 상한가를 치던 시기를 지나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다. 갤러리와 편집숍이 생겨나면서 문화의 동네로 변모하는 듯하다.
11:30 am 블루스퀘어 블루스퀘어에는 공연이 없을 때도 들른다. 지하 1층에는 뮤지컬 뮤지엄 ‘드레스 서클’이 있다. 영국 웨스트엔드에 위치한 가장 오래된 뮤지컬 전문숍의 최초 해외 분점으로 국내 뮤지컬뿐 아니라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인기 뮤지컬의 대본에서부터 악기, 시디, 디비디 등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공연 관련 기념품을 구경할 수 있으니까. 1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야외 쉼터로 가 월아트와 조각상도 둘러본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727-56 문의 1544-1591
12:30 pm 지익스비션 갤러리서미의 큐레이터 정승진 대표가 지난해 오픈한 갤러리 지익스비션은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이헌정이 만든 컵과 그릇, 이광호가 만든 조명, 의자에서부터 신진 디자이너가 만든 생활 소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3월부터는 주얼리 브랜드 아베크 뉴욕의 전시와 판매, 홍보까지 맡았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68-18 문의 070-4800-4921
02:00 pm 삼성미술관 리움 리움이라서 가능한 전시가 있다. 아니시 카푸어가, 히로시 스키모토가, 알렉산더 칼더가 그랬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갤러리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 요즘, 만원에 가까운 입장료는 비싼 편이다. 하지만 입장료를 받고서라도 리움만이 데려올 수 있는 작가가 있다면 열심히 성사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만든 리움의 건축물도 유심히 봐야 한다. 알렉산더 칼더와 아니시 카푸어의 조각 작품은 입장료를 내지 않은 관객에게도 언제나 열려 있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747-18 문의 02-2014-6900
03:30 pm 응봉근린공원 한남 더힐 정문 왼쪽에 생긴 응봉공원 산책로 입구는 주소는 한남동이 아니지만 한남동에서의 접근이 쉬운 산책코스다. 개나리와 벚나무, 아카시아 나무가 많아 봄에는 싱그러운 꽃내음이 퍼진다. 남산과 장충단 고깃길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능성이를 따라 10여분 더 가면 돌탑이 나타나고 조금 더 가면 배드민턴 코트와 각종 운동기구가 설치된 체력단련장, 팔각정도 보인다. 주소 성동구 금호동2가
05:00 pm 스타일보드숍 한남동 낮은 골목길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거리다. 제일기획 옆 샛길로 조금만 들어오면 작고 개성 있는 가게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디자이너 가게만 어림잡아 20곳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디자이너 스티브 J&요니 P가 운영하는 스타일보드숍이다. 실제로 라이딩을 즐기는 그들이 엄선하여 고른 100% 핸드메이드의 롱보드를 만날 수 있다. 옷만큼이나 패셔너블한 예쁜 롱보드를 보고 있으면 탈 줄 아는 것과 전혀 상관없이 하나 갖고 싶어진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685-12 문의 070-7733-4766
07:00 pm 나리의 집 냉동 삼겹살이 삼겹살이냐고 묻는 사람에게 나리의 집의 냉동 삼겹살은 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얇은 냉동 삼겹살은 철판에 포일을 깔아 올리자마자 굽혀 빨리 먹어야 한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아 기침이 좀 나기도 한다. 식사를 하고 1시간이 지난 뒤에도 친구에게 저녁 메뉴를 들키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리의 집에 간다. 냉동 삼겹살만큼이나 맛있는 파무침, 김치와 순두부를 넣어 끓인 일명 ‘짬뽕’이 번갈아가며 생각나니 어쩔 수 없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738-24 문의 02-793-4860
그 밖의 이태원, 한남동
1 볼트 82 1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에게 ‘싱글몰트 위스키’란 공공연한 음주 행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픈 1주년이 된 볼트 82의 굳건함은 새로운 음주 패러다임의 정점에 위치한다. 클래식한 인테리어는 좀 부담스럽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653-94 문의 02-792-9234
2 커피바K 50여 종의 싱글몰트 위스키와 400여 종의 위스키를 갖췄다. U자 형태의 빛나는 칵테일 바가 배치돼 있어 ‘나홀로족’에게도 부담 없는 곳. 주소 용산구 한남동 263-10 문의 02-796-9311
3 빙봉 제일 인기 있는 브런치 메뉴만 모아놓은 3단 브런치 트레이가 유명하다. 1층에는 비포선라이즈 크레페가 들어가는데, 노른자를 깨서 곁에 있는 빵과 베이컨으로 돌돌 말아 먹는다. 2층에는 에그베네딕트와 키슈로렌이 들어가고, 3층에는 시즌 디저트로 채워진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261-6 문의 02-790-6245
4 디 퀸즈, 퀸즈파크 한남동 파리크라상 건물 옆에 새롭게 들어선 곳. 빵과 샐러드류의 간단한 디저트를 즐기려면 1층의 디 퀸즈로, 브런치 식사를 하고 싶다면 2층의 퀸즈파크로 가면 된다. 발렛, 대관 및 프라이빗룸 예약이 가능하며, 오픈은 다소 파격적인 오전 8시. 주소 용산구 한남동 273-2 문의 02-796-9580
5 R&D 스모키 살룬, 보르 드 메르 등을 이끌어온 셰프 데이비드 현이 새롭게 선보이는 미국식 이자카야. 한국의 식재료와 미국 음식의 조화를 추구한다. 메뉴판에 각 메뉴에 어울리는 주류를 표기한 세심함도 갖췄다. 한남동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이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68-29 문의 02-749-4891
홍대 | 클럽과 밤 문화로 대표되는 홍대에 여유로운 평일의 낮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반항적인 십대의 홍대를 건너뛰고 사색하고 싶은, 혼자 걷고 싶은 홍대 인근의 플레이스를 찾았다.
11:00 am 비하인드 벌써 12년째 홍대 앞을 지키고 있는, 홍대 문화의 시작을 함께한 카페 비하인드. 키오스크 프렌치 토스트와 브런치 세트 메뉴를 주문하고 앉아 있으니 금세 빵 굽는 냄새로 카페가 온통 달콤해졌다. LP와 CD를 판매하며 책도 여러 권 꽂혀 혼자 온 손님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른 식사를 하고 당인리 발전소 앞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주소 마포구 서교동 404-26 문의 02-3141-7212
01:00 pm 땡스북스 북카페는 아니다. 그런데 이곳에 가면 자연스레 책이 읽힌다. 홍대 상상마당 근처에 자리한 아담한 동네서점 ‘땡스북스’는 편집 디자이너,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이기섭 대표의 취향이 그대로 묻어난다. 책을 비치하는 기준은 ‘홍대 앞’. 홍대 주거민, 홍대 앞을 자주 다니는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구비하고 비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형 서점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맛이 있어 동네 슈퍼에 들르듯 자주 찾게 된다. 주소 마포구 서교동 367-13 문의 02-325-0321
03:00 pm 절두산 순교성지 처음 이곳을 본 사람은 절벽 같은 암석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 탄성을 쏟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의 역사를 알고 나면 그리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지는 못한다. 이곳이 ‘절두산’으로 불리는 건 병인양요 이후 1만여 명의 천주교 신자가 처형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절두산성지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절두산 성당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절두산을 빠져나와 마을버스 종점 옆으로 50미터가량 걷다 보면 양화진 외국인선교 묘역을 만날 수 있다. 주소 마포구 합정동 96-1 문의 02-3142-4434
04:00 pm 망원 한강공원 합정동 절두산 순교지에는 망원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오른쪽 주차장 앞으로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기구가 있고, 강 바로 앞에 드문드문 벤치가 놓였다. 평일 낮의 한강공원은 한적했다. 벤치에 앉으니, 꽤 더운 날씨인데도 강바람이 불어서인지 금방 추워진다. 추울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상책. 운동 기구가 있는 곳으로 가 허리도 돌리고 팔도 돌렸다. 폼이 좀 안 나기는 하지만 십분 정도 움직였더니 하나도 춥지 않았다. 주소 마포구 망원동 205-4 문의 02-3780-0601
05:00 pm KT&G상상마당 인디밴드 공연이 열리는 라이브 홀, 음반과 디자인 서적을 갖춘 북 살롱,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 갤러리, 카페 등이 모여 있어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다. 아카데미 프로그램으로 사진 이론 및 실습, 음악 제작, 포스터 제작, 큐레이팅 등 다양한 강의를 선보이는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홍대 뮤지션과 작가들이 직접 강의도 한다. 주소 마포구 서교동 367-5 문의 02-330-6200
07:00 pm 어쩌다 가게 카페를 찾는 건 단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카페의 분위기를 누리고 싶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다 가게는 욕심나는 공간이다. 낡은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한 ‘어쩌다 가게’에는 무려 8개의 가게가 들어가 있다. 서점 주인이 입맛대로 고른 책만 파는 서점, 가죽 수제화숍, 손님 한 명에게 딱 세 잔까지만 판다는 원칙을 세운 싱글몰트 위스키 바, 1인 미용실 등이 둥지를 틀었다. 카페인 어쩌다 라운지와 마당은 입주한 이들이 함께 사용한다. 8개 공간을 옮겨 다니며 구경하고 놀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주소 마포구 동교동 148-12 문의 02-6217-8838
그 밖의 홍대
1 구스토 타코 멕시코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타코집. 토르티야에 올리는 고기 선택의 폭이 다양하며, 양이 넉넉한 부리토는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주소 마포구 상수동 146-6 문의 02-338-8226
2 경스시 ‘대체 이게 어디서부터 늘어서 있는 줄이지?’ 일반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 대개 초밥집이다. 경스시도 그런 곳이다. 고작 1만3천원의 가격으로 여러 가지 스시를 주르륵 맛볼 수 있는 ‘오늘의 모둠초밥’이 일품. 주소 마포구 서교동 394-20 문의 02-322-9768
3 시타라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뜻하는 힌두어인 ‘시타라’는 그동안 향이 강한 인도 음식에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요란할 것 없는 내부 장식이 이를 말해준다. 청아한 파란색 타일이 벽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별처럼 올망졸망한 은빛 조명이 노출 콘크리트로 깔끔하게 마감한 천장에서 빛난다. 주소 마포구 합정동 413-18 문의 02-325-5623
4 상수동 블루스 가게 모퉁이 벽 전체를 도배한 로버트 그레이엄 초상의 픽셀 아트가 멀리서부터 반겨주는 다이닝 캐주얼 펍. 만드는 데 40분이나 걸리는 ‘마리네이드 족발구이’가 맥주를 부르는 일품 메뉴. 라이브 공연이나 바비큐 파티도 종종 열리는 정감 있는 공간. 주소 마포구 상수동 334-16 문의 02-335-4026
5 상수동만화방 10년 가까이 하던 플로리스트 일을 접은 후,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리얼>을 보면서 힐링을 경험한 예쁜 여자 사장이 운영하는 만화방. 꼭 읽어야 할 만화 100선을 기준으로 열심히 리스트를 채워나가고 있다. 주소 마포구 상수동 313-3 문의 010-4533-2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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