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프, 어디까지 써봤니?
얇고 가볍게 마무리하면서 가릴 건 가리는 역할로 주목받고 있는 팩트나 쿠션 제품은 저마다 다른 퍼프를 포함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사용법도 다른데, 이제는 위생 문제까지 이슈가 되고 있다. 퍼프를 사용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아봤다.
지하철이나 버스는 물론이고, 사무실, 음식점, 거리의 벤치에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여자들의 손가락에는 쿠션형 팩트의 퍼프가 끼여 있다. 어쩌면 메이크업을 하는 우리나라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써봤을 쿠션형 팩트는 화장을 하면 두껍게 마무리되던 여성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 같은 존재였다. 제아무리 잘 팔리는 비비크림이나 파운데이션도 얇게 펴 발라야 제 역할을 한다. 제대로 펴 바르는 것부터가 난제였던 여자들에게 퍼프를 손가락에 끼고 팡팡 두드리기만 하면 가릴 것은 가리면서 매끈한 피부가 완성됐으니 열광하는 게 당연할 정도다. 그 안에는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과학이 숨어 있다.
일반적으로 팩트 안에 들어 있는 퍼프의 소재는 팩트 제형과의 궁합으로 결정된다. 리퀴드와 파우더, 크림 제형에 어울리는 흡수력과 밀착력이 다르기 때문인데, 쿠션형 팩트가 처음 선보였을 때 이슈가 됐던 촘촘하고 탄력 있는 파란색의 루비셀 퍼프도 마찬가지다. 폴리우레탄이라는 합성수지로 만든 이 퍼프는 습식성 퍼프로 내용물이 굳는 것을 최소화하고 처음 제형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쿠션 팩트 안의 스펀지가 파운데이션 액을 머금고 있는 제품에 최적화됐다. 제형의 쿨링감을 피부에 그대로 전해 산뜻하게 발리고, 퍼프의 표면은 물론 속까지 미세하게 코팅돼 있어 제형을 묻히면 듬뿍 머금었다가 톡톡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그대로 피부에 전달한다. 코팅력이 우수해 향균 효과도 있고, 탄력이 좋아 수분감 높은 제형으로도 잡티를 무난하게 가릴 수 있다. 이 코팅력과 탄력 때문에 브러시처럼 쓸어 내리듯 바르면 제형이 밀리므로 두드리면서 바르기를 권장하는 것이다. 이 파란 퍼프가 나오기 전에는 일명 펜타곤 퍼프로 불리는 합성고무 소재의 NBR 퍼프가 인기를 끌었다. 이 퍼프는 내용물을 많이 머금고 얇고 균일한 메이크업이 가능한 편이어서 주로 리퀴드 파운데이션이나 프라이머 등을 펴 바르는 용도로 쓰인다. 소재가 매우 부드러워서 얼굴에 강하게 문질러도 자극 없이 밀착되기 때문에 진동 파운데이션에도 주로 이 퍼프를 사용한다. 프레스트 파우더나 팩트처럼 미세한 가루 타입의 제형에는 가는 솜털이 박혀 있는 듯한 후로킹 퍼프가 적합하다. 후로킹 퍼프의 미세한 솜털이 파우더가 뭉치는 것을 방지하고 피부에 가볍게 얹듯이 발라 보송보송하게 마무리하고, 피지를 흡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한 듯 안 한 듯한 메이크업, 최대한 얇게 마무리되면서 가릴 것은 가려주는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제형과 퍼프의 궁합에 대한 연구도 발전했다. 퍼프 각각의 장점을 혼합한 퍼프도 나오고, 밀착력을 높이기 위해 경도를 높이거나 얇게 바르기 위해 코팅력을 높이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 후 퍼프에 잔존하는 내용물이 거의 없는 라텍스(쉽게 말하면 고무) 소재의 퍼프도 선보이고 있다. 루비셀 퍼프 이후로 오랜만에 이슈가 되고 있는 라텍스 퍼프는 내용물을 피부에 바른다고 하기보다는 닦아내는 쪽에 더 가까울 정도로 얇게 마무리되지만 아직까지는 커버력이 부족하다는 개선 사항이 남아 있다. 하지만 어떤 퍼프든지 사용하다 보면 느끼게 되는, 퍼프에 묻어서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묻어나는 게 적으면 세척하기도 쉽고, 사용하는 동안 위생적인 문제도 일부분 해결된다.
퍼프를 관리해야 피부가 산다
쿠션형 팩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수정 메이크업 등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이 넘게 얼굴을 두드리면서 제품의 위생 상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쿠션이라는 게 파운데이션이 묻어 있는 스펀지이고, 그 위를 퍼프로 꾹꾹 눌러 사용하다 보니 ‘얼굴에 묻어 있던 노폐물이나 오염물질 등이 제품에 그대로 묻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 그렇다고 이미 파운데이션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를 교체할 수도 없는 일이다. 화장품 브랜드들은 항균 처리된 쿠션형 제품의 경우 매일 사용한다면 1~2개월 안에 다 쓰기 때문에 평소 뚜껑을 잘 닫아두면 피부 트러블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납득은 가지만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나는 소중하고 내 피부는 민감하니까.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은 그럴수록 퍼프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한다. “다 쓴 팩트 용기에 비비크림과 자외선 차단제 등을 채워 넣고 새로운 스펀지를 끼워 넣는 식으로 DIY 쿠션 팩트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블로그 포스팅을 봤어요. 하지만 제품은 사용 방법만큼이나 생산 공정도 중요해요. 오염된 환경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그만큼 더 쉽게 부패할 가능성이 높죠. 최근에는 스펀지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제품도 선보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퍼프의 청결에 신경 쓰는 게 중요해요. 가능하면 매일 빨아 쓰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건 거의 불가능하죠. 최소한 메이크업을 한 뒤 퍼프가 머금고 있는 내용물을 티슈로 닦아내 퍼프를 마른 상태로 보관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세척하는 게 좋아요.”
퍼프마다 자체의 코팅력과 사용하는 제형에 따라 씻기는 정도가 다르지만, 세척 방법은 같다.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나 전용 세정액을 풀어 주무르듯 빨면 된다. 퍼프는 촘촘한 밀도가 중요한데, 비비면서 세척하면 균일한 층이 흐트러지고 코팅이 벗겨질 염려가 있으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손바닥 안에서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세척하는 게 좋다. 그 다음 세제나 팩트 액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헹군 후 티슈 등으로 물기를 확실히 제거하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그늘에서 완전히 말려야 한다. 물기가 제거되면 피부에 직접 닿는 부분은 햇볕에 한 번 더 말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세척을 제대로 했더라도 위생적인 측면에서는 짧게는 3주, 길게는 3개월 정도 사용하면 퍼프를 교체하는 것이 좋다. 퍼프는 얇은 코팅막이 벗겨지거나 상하면 제품을 흡착하는 힘이나 피부에 밀착되는 힘이 약해져 제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쉽사리 끓는 물에 담가 살균할 수도 없다. 퍼프의 축축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세균 번식의 위험도 높아지므로 민감한 피부라면 2개의 퍼프를 하루씩 번갈아 사용해 퍼프가 마를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2000년대 초반,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르고 뉴트럴 계열의 파운데이션을 바른 뒤 파우더로 보송보송하게 마무리하는 ‘뽀샤시’ 메이크업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건, 피부결을 매끈하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티 나지 않을 정도로 얇게 메이크업을 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런 기술 없이도 매끈한 피부결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매일 수백 번 얼굴을 두드리는 퍼프에 더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황민영
- 포토그래퍼
- 정원영
- 기타
- 도움말 | 정샘물(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 김은희(겔랑 교육팀), 홍명현(라네즈 교육팀), 신은숙(헤라 메이크업 크리에이션팀), 김경아(오휘 어시스트 브랜드매니저), 박선미(이니스프리 BM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