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새를 담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 자리한 뉴기니 섬에는 극락조가 산다. 8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지구에 현존하는 39종의 극락조를 모두 카메라에 담은 팀 라만은 지금 우리 시대의 가장 끈기 있는 탐험가 중 한 명일 것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매달려 포착해낸 아름답고 오색 찬란한 새들의 시간.
보르네오의 피그미 코끼리와 열대우림, 남극 펭귄과 피지 섬의 산호초 등 당신의 카메라가 향하지 않는 곳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매번 이런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수의 사람들밖에 보지 못한 장소를 탐험한다는 흥분감,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희귀한 생명체들의 모습을 기록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사진가이자 학자로서의 학문적 욕구 때문이다.
뉴기니에 서식하는 극락조 39마리를 카메라에 담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을 것 같다.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9세기의 탐험가이자 인류학자, 생물학자였던 알프레드 러셀 월러스의 책이 발단이었다. 그는 찰스 다윈과 함께 진화의 개념을 창립한 인물로, 아마존 강 유역과 말레이 군도에서 답사 연구 결과를 책으로 남겼다. 이후 그 지역을 방문한 적 있는 과학자들을 만나며 해당 지역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프로젝트가 점점 구체화됐다.
진화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뉴기니에는 극락조를 포함한 보기 드문 생명체가 유독 많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지형적 요인이 가장 크다. 지리적으로 고립되면서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 셈이다. 새와 동물, 곤충, 그리고 풀과 나무까지도 말이다.
39종의 극락조를 모두 카메라에 담기 위해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다면 시작을 할 수 있었을까?
8년 동안 열여덟 번 탐사를 떠났다. 나와 내 파트너 에드 스콜은 5년이면 모두 촬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 기간이 길어진 건 촬영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탐사를 위한 지원금을 얻는 데 시간이 걸렸고, 중간에 다른 작업들도 하게 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당신은 사진가이기 전에 생물학자이기도 하다. 당신의 학문적 지식이 촬영을 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나?
생물학자로서 이미 몇 년 동안 야생에서 답사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다년간의 연구 경험을 통해 피사체를 더 잘 이해하게 됐고, 촬영 준비를 치밀하게 할 수 있었다. 피사체에 대한 학문적 지식이 쌓이다 보니 다른 학자들과 교류하는 일도 아무래도 수월하다. 이번 탐험이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지, 학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협력을 구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
새를 촬영하는 것은 힘들지 않나?
언제든 날아가버릴 수 있는 날개가 있다는 점에서 새는 결코 촬영하기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점에 끌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독특한 새의 행동을 포착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세상에는 무려 1만 종이 넘는 새가 존재하는데, 더욱 놀라운 건 앞으로도 기록할 만한 새의 종류가 무궁무진하다는 거다.
극락조는 분명히 그 이름처럼 아름답지만, 당신이 극락조에 매료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극락조로 분류되는 한 과(Family)임에도 불구하고 생김새가 놀랍도록 다채롭다는 것! 극락조들도 생물학적 위계에 따라 과에서 다시 10개의 ‘속(Genus)’으로 나뉘는데 프테리도포라(Pteridophora) 속의 극락조는 머리의 깃털이 길고 화려하며, 시시누루스(Cicinnurus) 속의 극락조는 꼬리에 나비 더듬이처럼 동그랗게 말린 장식이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슴 부분의 털이 유독 발달한 로포리나(Lophorina) 속의 극락조도 있다. 하나같이 믿기 힘들 정도로 개성이 넘친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가장 가까이에서 극락조를 바라본 사람일 거다. 직접 본 극락조는 도대체 어떤 새인가?
극락조의 습성은 다른 새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아침에 활동하고, 대부분은 과일을 먹고 살며, 암컷보다 화려하게 생긴 수컷들이 암컷에게 구애를 한다. 그래도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수명이 꽤 길다는 것? 극락조들의 평균 수명은 최소 20년에서 30년 정도니까.
뉴기니에서 당신이 보낸 시간은 상당히 고되었을 것 같다. 열여덟 번이나 뉴기니를 찾았다고 했는데, 그때의 일상은 어땠나?
답사를 한 번 떠나면, 몇 주간을 제한된 캠프구역에서만 머무르곤 했다. 캠프구역이라고는 하지만 정글 속이다 보니 식사는 매우 단조로웠고, 땅 위에 친 텐트에서 자는 수밖에 없었다. 비는 또 얼마나 자주 내리던지! 확실히 흔한 삶은 아니지만 고백컨대 나는 그 나날들을 꽤 좋아했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일정 기간 머무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촬영을 위해 특별히 사용한 장비가 있었나?
극락조의 활동 반경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커다란 카메라 렌즈를 들고 로프에 매달려 오르내리며 촬영을 해야 했다. 당연히 체력은 필수요건이었다. 다행히도 여러 번의 등반 경험이 있어서 로프에 매달려 나무를 타는 것을 해낼 수 있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촬영 동안 당신이 꼽은 최고의 순간이 궁금하다.
큰극락조(Greater Bird of Paradise)가 나무 꼭대기에서 날아오르는 모습을 포착했을 때다. 태양이 모습을 드러낼 때, 운 좋게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그 순간 특별한 장면을 담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지만 때로는 그 광경들이 파괴되는 것을 보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의 심경은 어떤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장소들이 사람들 손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때로 굉장한 좌절감을 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는 청정지역을 보호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신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가?
이 답변을 쓰는 지금, 인도네시아에 와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오랑우탄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최신기사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마루
- 포토그래퍼
- Tim La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