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블루칩
지금, 예능의 한자리를 차지한 두 남자. 데프콘과 정준영의 매력을 칼럼니스트에게 물었다.
이유 있는 4차원, 정준영 <슈퍼스타K 4>에서 “이족팡매야”라고 외칠 때부터 정준영은 심상치 않았다(이족팡매야는 광동어로 ‘밥 먹었니’란 뜻이다). 이족팡매야라니, 이 근본 없는 웃음 코드라니. 카메라 무서운 줄 모르고 무작정 달려들고 보는 한 마리 비글을 보는 것 같았다. 예능 대세남 정준영을 향한 첫인상이다. 정준영의 잔상이 긴 이유는 외모 덕이 크다. 순정 만화에서 뛰쳐나온 듯한 고독한 로커 같은 외모로, 예상치 못한 행동을 벌이니까. 보통 사람이면 차마 엄두도 못 낼 허세를 아무렇지 않게 부리다가도, 스스로 이것이 허세라고 자폭할 줄 아는 타이밍을 또 알며, 자칫 밉상을 사기 쉬운 부분은 실력으로 메운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부인인 정유미에게 대책 없이 굴다가도 진짜 대책이 필요한 순간에는 든든한 남편의 면모를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게스트로 출연한 <라디오스타>에서는 느긋한 태도로 김구라에게 한 번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가장 정준영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1박 2일>에서다. 막내는 부지런해야 한다, 형들을 모셔야 한다는 서열에 대한 한국 남자들의 관념을 철저히 파괴한 채, 그는 자기만의 막내 캐릭터를 구축 중이다. 그의 ‘근본 없음’이 주는 매력이 불편했다면 정준영은 <슈퍼스타K 4> 안에서의 4차원 캐릭터로 그쳤을 거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라디오로, 공중파 예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정준영은 얄미울 정도로 그 균형을 잘 잡을 줄 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 류한마담(칼럼니스트)
신 스틸러에서 주연으로, 데프콘 데프콘은 <무한도전>의 예능 상비군이었다. 조정 특집, 못친소 페스티벌, 자유로 가요제 등 부르기만 하면 달려왔다. <무한도전>에 계속 출연한다는 것은 절친 정형돈, 유재석에 이어 제작진까지 그를 든든한 게스트로 신뢰한다는 증거였다. 기존 멤버인 길이 그를 경계할 때, 데프콘은 말했다. “멤버가 되려고 수작부리는 것이 아니다. 그냥 스페어 타이어라고 생각해달라”고. 무리한 욕심을 내는 대신, 자신의 분량과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아는 감각은 데프콘의 가장 큰 장기다. 지난해 방송된 자유로 가요제를 돌이켜보자. 그는 지드래곤에게 동묘 시장에 대한 재치 있는 조언을 남기고, 무대에 ‘힙합 비둘기’로 등장해 신 스틸러로 활약한 후 미련 없이 떠났다.
외모와는 달리 데프콘은 알고 보면 여린 들꽃 같은 감성의 소유자다. <나 혼자 산다>는 그의 숨겨진 얼굴을 대중 앞에 성공적으로 드러냈다. 빨래를 가지런히 개어 정리하는 모습, 헬로키티 이불을 덮고 자고, <에반게리온>의 아스카를 향한 순정, 집에 있길 즐기는 ‘집돌이’의 면모 등 외모와 실제 성격의 간격은 그를 낯선 예능인에서 친근한 남자로 바꿔놓았다. 그 호감을 발판 삼아 <1박 2일>까지 진출한 그는 현재, 그동안 <주간 아이돌>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 전체 흐름을 읽는 경지까지 보여준다. <1박 2일> 팀을 위해 기른 지 20년 된 콧수염을 면도하고, 그날 방송의 의미를 되새기는 클로징 멘트까지 책임지는 데프콘은 원톱 MC가 사라진 지금의 <1박 2일>이 무리 없이 흘러가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다방에서 음료를 주문하며 “따자하오 쌍화~
오겡끼데스까” 등의 순발력 있는 멘트로 쉴 새 없이 자잘한 잽을 날린다. 성실하고 흐름을 읽을 줄 알며, 센스까지 갖춘 예능인이라니, 대세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코타 패닝을 닮았다는 그의 눈이 요즘 유난히 초롱초롱해 보이는 이유다. – 황효진(웹매거진 <아이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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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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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KB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