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봄/여름 트렌드 맛보기

달콤한 파스텔 컬러, 이국적인 아프리칸 모티프, 궁극의 여성스러움을 발하는 레이스, 갤러리 속 미술 작품을 그대로 담은 아티스틱한 패션까지 2014년 봄/여름을 근사하게 밝힐 트렌드 읽기

1 디저트 컬러
마카롱과 아이스크림 등 달콤한 디저트를 연상시키는 파스텔 컬러가 소녀를 위한 의상보다 좀 더 성숙한 여성을 위한 의상에 담겼다. 점프슈트와 카디건으로 컬러 블록 룩을 연출한 샤넬, 레이스 소재의 스커트와 셔츠, 니트 소재 카디건으로 우아한 룩을 완성한 버버리 프로섬, 하늘색, 민트색, 분홍색, 레몬색 등 모든 파스텔 컬러로 한 벌의 옷차림을 완성한 DKNY 등은 모두 파스텔 컬러를 성숙한 무드로 연결한 컬렉션들이다. 파스텔톤을 한결 고급스러운 무드로 연출하기 위해서는 소재 선택이 중요한데, 디자이너들은 레이스와 튤, 오간자 등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소재를 선택한 것이 눈에 띈다.

2 반짝반짝 빛나는
이번 시즌 런웨이는 그야말로 누가 더 반짝반짝 빛나는지 내기라도 하듯 광택이 있는 메탈릭 소재가 대거 등장했다. 황금색, 청록색, 보라색 등에 이르기까지 메탈 컬러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출한 랑방, 화려한 황금 동전을 붙인 드레스로 이탈리아의 유산을 표현한 돌체앤가바나, 스포츠 스타일과 아르 데코 스타일을 혼합해 가늘고 긴 실루엣의 메탈 컬러 룩을 선보인 구찌까지 올봄 우리의 낮은 밤보다 화려해질 전망이다. 이런 메탈 컬러 룩은 낮에는 검은색 백이나 슈즈로 깔끔하게 연출하고, 밤에는 골드 귀고리나 목걸이로 화려함을 더해 파티 룩으로 즐길 수 있다.

3 꽃보다 아름다워
꽃무늬는 봄이 오면 으레 등장하는 트렌드이지만 올봄에 더 예술적으로 변신했다. 꽃잎 하나하나를 그대로 붙인 듯한 마르니, 하얀 장미꽃으로 모던한 팝아트 작품을 연상시킨 스텔라 맥카트니, 수국, 진달래, 작약 등 다양한 꽃을 한 벌의 원피스에 모두 그려 넣은 마리 카트란주 등이 그 예다. 이번 시즌 꽃무늬를 멋지게 소화하기 위해서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는 영국 정원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처럼 잔잔한 프린트나 꽃장식을 선택할 것. 둘째는 같은 꽃무늬 패턴으로 상•하의를 조합할 것. 셋째는 날렵한 앞코의 하이힐 슈즈로 모던함을 더할 것.

4 주름 접기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소재를 마치 종이 접기 하듯 각지게 주름 잡은 플리츠 디테일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단, 주름이 표현하는 무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채롭다. 마치 소용돌이처럼 주름을 잡은 천을 돌돌 만 스커트로 화려한 무드를 연출한 드리스 반 노튼, 실크 소재 가운 위에 같은 소재의 주름 잡은 천을 덧붙인 지방시, 서로 다른 주름을 장식해 우아한 드레스를 선보인 클로에처럼 그야말로 이번 시즌 런웨이는 우리에게 ‘플리츠 스커트, 어디까지 입어봤니?’라고 묻기라도 하듯 다채로운 변주를 보여준다.

5 속이 비쳐요
실크, 시폰, 오간자, 머슬린의 두 가지 공통점은? 첫 번째는 투명할 정도로 얇고 비치는 소재라는 것. 두 번째는 올봄 런웨이에서 디자이너들의 폭발적인 애정 공세를 받았다는 것! 특히 이런 시스루 룩은 우아하게 섹시함을 드러낼 수 있게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발렌시아가는 시폰 소재의 재킷으로 턱시도 재킷 드레스를 연출했고, 3.1 필립 림은 특유의 스포티하고 펑키한 느낌으로 스웨트 셔츠를 선보였다. 펜디는 마치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여러 겹의 오간자 소재 드레스와 스커트 등으로 거의 모든 의상을 속살이 은은히 비치도록 표현했다. 지겹도록 추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 햇살이 비출 때, 이토록 가볍고 물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소재보다 더 이상적인 소재는 아마도 상상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6 스포츠 시간
월드컵 때문인지 올봄 런웨이는 제대로 스포츠 시대를 개막했다. 메시 소재의 스커트에 아노락 점퍼를 두른 스텔라 맥카트니의 경쾌한 테니스 룩도 멋지고, 육상 선수의 쇼츠처럼 짧은 발렌시아가의 쇼츠는 벌써부터 입고 싶을 지경이다.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처럼 집업 점퍼에 같은 소재와 색상의 쇼츠, 그리고 목에 프티 스카프를 살짝 둘러 세련된 조깅 룩의 기본을 보여준 예도 있고, 반대로 트레이닝 룩에 정교한 테일러링을 더하거나, 광택이 돋보이는 실크 소재로 고급스러움을 더한 사카이와 스포트막스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색을 많이 섞거나 여러 겹으로 입지 않는 것이다. 몸에 딱 맞게 입고 전체적인 톤을 맞추는 것이 근사한 스포츠 룩의 첫째 조건이다.

7 데님의 귀환
2014년 봄바람을 타고 돌아온 데님의 귀환! 금색 지퍼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한 발맹, 다양한 문양을 패치워크해 캐주얼하게 연출한 DKNY, 데님 소재 위에 그래픽 패턴으로 장식한 할스턴까지 올봄 데님 소재가 다시 트렌드로 등장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생지 데님’이라 불리는 짙은 인디고 블루 컬러 데님과 완전히 물 빠진 듯한 아이스 블루 컬러 데님이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디자이너들은 이 데님들을 한 벌로 입혀 앙상블처럼 연출했는데, 결과적으로 스트리트에서 한때 유행했던 한 벌의 데님 룩이 런웨이 버전으로 좀 더 고급스럽게 포장돼 올봄을 강타할 트렌드로 거듭났다. 그러니 올봄에 데님 팬츠 스커트 슈트처럼 똑 떨어진 라인에 화려한 디테일의 데님 한 벌 룩을 입은 멋쟁이들을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다.

8 아프리카 여행
지난 시즌 디자이너들이 아시아로 여행을 떠났다면,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재발견한 대륙은 다름 아닌 아프리카였다. 마사이족의 마스크를 비즈로 표현한 지방시의 재치, 태슬 장식과 천연 염색 소재, 다양한 아프리카 전통 패턴으로 세련된 룩을 연출한 드리스 반 노튼의 센스, 그리고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입을 것 같은 한쪽 어깨만 두른 드레스에 그래픽 문양을 입힌 도나 카란의 심미안까지! 마치 정글과 사파리, 사막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의상들이 디자이너의 손에 의해 한층 세련된 모습으로 거듭났다.

9 패션 갤러리
올봄 런웨이가 갤러리로 바뀌었다. 이번 시즌 유독 많은 디자이너가 다양한 아트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브라사이가 찍은 길거리 사진 속 그래피티를 활용한 세린느, 컬러 블록을 원피스 속에 반복적으로 표현한 알렉산더 맥퀸, 화가의 아틀리에에서 힌트를 얻은 샤넬, 그리고 폴 고갱의 작품을 그대로 옷에 담아낸 아퀼라노 리몬디까지. 그동안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패션 스타일은 많지만,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단순하게 드러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스타일을 과하지 않게 즐기기 위해서는 옷 이외의 액세서리는 최대한 컬러를 자제하고, 실루엣은 간결한 것을 고른다.

10 록 음악에 빠질 때
지난 시즌 데이비드 보위나 마돈나처럼 화려한 슈퍼 스타들의 룩이 트렌드였다면, 봄/여름 컬렉션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1990년대 초 런던의 클럽 룩을 담아냈다. 섹시한 미니스커트, 현란한 프린트의 미니 드레스 등은 잔뜩 멋 부린 클러버의 룩 그 자체! 불꽃을 연상시키는 패턴의 미니 드레스로 뜨거운 클럽의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생 로랑, 섹시한 가죽 드레스로 록 시크 룩을 전개한 베르사체, 검은색 가죽 벨트를 엮은 스커트와 톱으로 현란한 로큰롤 스타일을 완성한 파우스트 푸글리시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올봄 컬렉션에서 선보인 록 시크 룩을 찬찬히 살펴보면 검은색 가죽 소재의 아이템으로 상•하의를 입는 것이 가장 세련된 방법이라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주
    포토그래퍼
    KIM WESTON ARNOLD, JAMES COCH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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