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레스토랑
오직 사랑에 빠진 이들만을 위한 밸런타인데이. 레스토랑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테이블을 떠나는 순간까지, 모든 게 완벽하기를 바라는 연인의 마음가짐으로 6 곳의 레스토랑을 골랐다. 분위기도, 맛도 조금씩 다른 것은 물론이다.
1 아르모니움
늘 고깃집이 최고인 줄 아는 남자라도 프러포즈를 할 때면 격식 있는 레스토랑을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르모니움 에서라면, 그 어떤 고백이나 청혼도 받아들여질 것만 같다. 지난가을, 자리를 옮겨 새로이 문을 열면서 한층 더 넓고, 로맨틱해진 아르모니움은 미슐랭 스타 셰프인 로베르토 페차가 서울에 차린 레스토랑이다. ‘모든 계절은 각자 고유의 특징을 지니며, 우리는 그것을 접시에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가 모토인 이 유쾌한 셰프는 조국인 이탈리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자신의 왕국을 설립 중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가진 사르데냐 출신인 만큼 새로운 스타일에 머위, 굴 등 국내 식재료를 더한 신선한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단품 메뉴도 준비되어 있지만 밸런타인데이 당일에는 두세 달마다 한 번씩 한국을 찾는 스타 셰프가 특별히 고민한 코스요리를 준비할 예정이다. 바에 마련된 칵테일과 술까지 즐기고 싶다면 1층을,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2층을 예약하길.
가격 파스타 2~3만원대, 해산물 코스 8만5천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57-37 문의 02-792-3972
2 오키친 3
‘푸드 아티스트’라 불리는 남자, 스스무 요나구니. 60대의 셰프가 새로운 터전으로 삼은 곳은 의외로 광화문이다. 종로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소식이긴 하다. 종로에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는 것은, 소개팅에서 제 짝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려우니까. 오키친 이태원점의 장기가 기상천외한 파스타였다면, 오키친 3의 주인공은 고기다. 레스토랑 입구에 아예 숙성고를 차려놓았는데, 매주 숙성고에 투입되는 티본스테이크들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 위압적인 크기, 부드럽게 육즙을 쏟아내는 티본스테이크는 육식남인 남자친구가 환호성을 지를 메뉴라고 장담한다. 물론 오키친 3의 부엌에서 익어가고 있는 건 스테이크뿐만이 아니다. 살라미, 피클, 잼 등을 모두 직접 만드는데, 제품은 레스토랑 내부에 자리한 델리숍에서 구입할 수 있다. 델리숍 옆에는 홈메이드 파이를 판매하는 파이숍이 있으니 식사를 마친 이후에는 살라미와 파이, 그리고 와인 한 병을 구입해서 레스토랑을 떠날 것. 물론 2차는 남자친구의 집이 좋겠다.
가격 티본스테이크 1만원(100g 기준) 영업시간 정오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19 문의 02-722-6420
3 제로 콤플렉스
영화 <그래비티>의 두 남녀가 애틋해 보였던 건 그들이 우주 한복판에 고립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우주는 아니지만 일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연인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제로 콤플렉스’가 정답이다. 제로 콤플렉스를 구성하는 소재는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그리고 의자에 사용한 나무, 단 세 가지뿐이다. 음악조차 틀지 않을 정도로 간결한 제로 콤플렉스의 정체성은 요리의 정석에서 벗어나 쉽고 새롭게 프렌치 요리를 해석하는 ‘네오 비스트로’다. 파리의 한 네오 비스트로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20대의 젊은 셰프 이충후가 낯선 선택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비슷한 레스토랑이 여러 개일 필요는 없으니까! 푸아그라와 무화과, 오징어 먹물과 타피오카 등 신선한 조합으로 가득한 제로 콤플렉스의 테이블에 앉아 있노라면 권태기인 연인들조차 다시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참, 제로 콤플렉스는 저녁에만 문을 연다. 어둠이 내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초에 불이 붙으면 이 차가운 공간은 로맨틱한 공간으로 둔갑한다. 하긴, 우주에도 로맨스는 존재할 테니까.
가격 단일코스 7만원 영업시간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1-138 문의 02-532-0876
4 파씨오네
유난히 첫인상이 좋은 사람처럼 들어서는 순간 느낌이 남다른 레스토랑이 있다. ‘파씨오네’는 확실히 그런 곳이다. 나무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햇살이 낮게 비치고, 잘 자란 화분들이 테이블 사이사이에 놓인 단정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연 지 이제 1년을 조금 넘겼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친숙한 이 레스토랑의 오너는 이방원 셰프. 늘 4~6명의 스태프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오픈키친을 책임지는 그의 요리도 공간과 다르지 않다. 프랑스 요리책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기본에 충실한 파씨오네의 음식은 비주얼도, 구성도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아름다운 플레이팅과 복잡한 요리 과정을 거친 요리가 이토록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이 난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점심 코스와 저녁 코스로만 나누어진 메뉴는 매일 조금씩 바뀐다. 여전히 코스요리가 낯설기만 한 남자친구에게 훌륭한 프랑스 코스요리의 입문처가 되어줄 공간이다.
가격 점심 코스 4만1천8백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6-23 문의 02-546-7719
5 오버랩
처음에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그냥 그런 프렌치 레스토랑일 거라고 생각했다. 인형의 집 같은 하얀색 외관, 가로수길이라는 위치, 게다가 실내는 해외 인테리어 잡지에 나올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기름진 참다랑어 뱃살에 호불호가 극명하기로 이름난 고수 퓌레를 곁들인 요리를 접했을 때의 반전이란! 밥에 트뤼플을 뿌린 후 푸아그라와 함께 먹는 푸아그라 비빔밥, 뿌리째 튀긴 대파튀김 등, 얌전한 테이블에 올라오는 파격적인 메뉴들을 보고 있자면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다. 심지어 이 ‘상남자’ 같은 요리들은 돼지, 소, 양, 홍새우, 석화, 장어 등 그 재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코스마다 어울리는 와인이 페어링되어 나오는 커플 코스는 더없이 로맨틱하다. 확실한 건 사람도, 레스토랑도 반전이 있을 때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이다.
가격 런치코스 3만원대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1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6-1 문의 02-3444-4715
6 르 꽁뜨와
프렌치 레스토랑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를 이해한다. 가정식을 제외한 대부분의 프랑스 요리는 접시 위에 여백의 미를 실천하며, 심지어 한번에 다 나오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그 믿음을 깨버린 비스트로가 등장했으니 바로 르 꽁뜨와다. 요리와 사랑에 빠진 이후, 프랑스로 떠난 서문용욱 셰프는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10년 가까이 수석 셰프로 근무했다. 프랑스어로 계산대를 가리키는 ‘르 꽁뜨와’는 우리나라의 ‘백반집’, ‘중국집’만큼이나 현지에서 동네 식당에 편하게 붙이는 이름으로 편안한 프렌치 비스트로를 만들고 싶었던 셰프의 의지가 느껴진다. 심지어 셰프는 제법 손이 크다. 아보카도 샐러드는 아보카도가 그릇 가장자리에 넘칠 정도고,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에 추가 선택 메뉴로 푸아그라를 짝지어놓았다. ‘배부른 한 접시’가 정말로 가능한 셈이다. 밸런타인데이는 단품 메뉴만 선보이기로 유명한 셰프가 크리스마스와 함께 일년에 딱 두 번, 코스 요리를 차려내는 날 중 하루이니 예약은 필수다. 맥주도 참 맛있는데, 밤 10시면 문을 닫아버리는 건 조금 아쉽다.
가격 대구요리 3만2천원, 새우 아보카도 샐러드 1만8천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23-1 문의 02-792-8506
Non, Expensive!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프렌치 레스토랑 두 곳.
쉬떼르 르 코르동 블뤼 출신인 최승광 셰프의 캐주얼한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1년 전 문을 열었다. 합리적인 가격과 그에 상응하는 맛으로 인기가 높은데, 점심시간에 메인 메뉴를 주문할 경우 2~3만원대에 프렌치프라이와 라타투이, 샐러드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코키지 비용 역시 1만2천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문의 02-532-1021
라 룬 비올렛 프렌치 레스토랑을 도통 찾아보기 힘든 홍대 지역에 혜성처럼 등장한 ‘라 룬 비올렛’. 수비드한 양요리와 발로틴, 에스카르고 등 대표적인 프랑스 요리를 1만원대라는 놀라운 가격에 판매한다. 분위기와 플레이팅이 캐주얼하고, 디저트와 음료는 조금 심심하지만 그래도 가격과 맛, 양까지 만족스러운 메인 메뉴를 생각하면 다시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문의 02-333-9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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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마루
- 포토그래퍼
- 이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