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패션 맛보기 <2>
새해에는 어느 디자이너가 인기를 모을까? <얼루어>가 3명의 디지이너, ‘제이어퍼스트로피’의 이지연, ‘익스클루시브’의 강성도, ‘허환 시뮬라시옹’의 허환을 만났다.
J Apostrophe
고작 두 번의 컬렉션을 치른 신인이지만 서울컬렉션의 주요 쇼로 떠오른 ‘제이어퍼스트로피’. 미스코리아 출신 디자이너 이지선과 친언니 이지연이 전개하는 브랜드의 상승세가 놀랍다
제이어퍼스트로피에 대해서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동생 이지선과 밀라노 마랑고니에서 패션 액세서리를 공부한 언니 이지연이 의기투합한 여성복 브랜드다. 자매의 이니셜인 ‘J’를 사용해 이름 그대로 ‘제이의 무엇’이라는 의미다.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브랜드를 전개하겠다는 의지랄까? 2011년 1월, 뉴욕과 LA, 파리 등의 해외 트레이드 쇼의 문을 먼저 두드렸고, 지난 3월 서울컬렉션에서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각자의 역할 의류는 이지선이, 액세서리는 이지연이 담당한다. 서로의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매 시즌 주제를 정하면 소재와 컬러, 디자인 방향에 대해서 함께 논의한다.
2014 봄/여름 컬렉션 추상미술의 대가, 칸딘스키의 작품에서 영감 받아 기하학적인 도형과 컬러를 옷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뉴욕 다운타운의 독립적인 삶을 사는 여성을 뮤즈로 삼았으며, 남성복에서 볼 법한 직선적인 실루엣에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의상은 피날레였던 이현이의 블랙 드레스. 강소영이 들고 나왔던 원형 가방도 빼놓을 수 없겠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러와 실루엣 블랙&화이트 컬러의 미니멀 룩. 화려한 프린트보다는 절개의 미학이 돋보이는 디자인과 소재 개발에 집중한다. 가장 큰 특징은 액세서리 라인을 갖췄다는 것. 앞으로도 가방 라인을 탄탄히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좋아하는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와 알렉산더 왕. 간결하고 절제된 실루엣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말하는 디자이너다. 분명한 색깔이 있다는 점을 본받고 싶다.
2014년의 목표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미미한 편이다. 제이어퍼스트로피라는 이름을 더욱 많은 사람이 알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Exclusive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4’의 훈남 디자이너 강성도를 기억하는지. 청각 장애를 딛고 스타 디자이너로 우뚝 선 그가 자신을 꼭 닮은 브랜드 ‘익스클루시브’를 론칭했다.
익스클루시브에 대하여 2012년부터 차곡차곡 준비한 브랜드다. 디자이너로서 보여주고 싶은 디자인과 소비자가 구입하고 싶은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브랜드 이름의 의미 뉴욕에서 공부할 때, 매장마다 특별한 의상에 ‘Exclusive’를 붙여서 판매하던 게 생각났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매 시즌 표현하고 싶은 특별한 디자인을 선보이자는 의미로 ‘익스클루시브’라고 이름 붙였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실루엣과 컬러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볼륨감이다. 지금은 오버사이즈 실루엣에 집중하고 있는데, 입었을 때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만들어 몸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든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실루엣을 실험할 생각이다. 2014 봄/여름 컬렉션은 화이트, 블랙, 골드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컬러를 사용해 완성할 생각이다.
디자인 영감의 원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주변 사람들의 옷차림을 유심히 살핀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입는 옷은 무엇인지 눈여겨보는 편인데, 디자인 영감을 떠올릴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포스터들도 유심히 관찰한다. 재미있는 그래픽 디자인은 의상에 접목시키기도 한다.
존경하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과 정욱준. 특히 탄탄한 재단 실력을 갖춘 디자이너 정욱준을 존경한다.
익스클루시브를 만날 수 있는 곳 편집매장 커드와 온라인 편집매장 W 컨셉트, 익스클루시브의 온라인 쇼핑몰(exclusiveseoul-shop.com).
2014년의 목표 가장 큰 목표는 브랜드를 탄탄히 만드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 흥미로운 디자인의 옷을 많이 만들고 있다. 익스클루시브를 통해 패션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천천히 내실을 다진 다음, 서울컬렉션에 참가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Heohwan Simulation
제9회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수상자 허환을 만났다. 그는 의류학과 인문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3년 전 ‘허환 시뮬라시옹’을 론칭한 숨은 실력자다.
당신은 누구 한양대학교에서 의류학과 인문학을 복수전공하고, 루비나에서 여성복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런던의 왕립예술학교에서 남성복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2년 가을/겨울 런던패션위크로 데뷔했다.
허환 시뮬라시옹에 대해서 2010년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다. 실제가 아닌 가상 이미지의 공간을 의미하는 ‘시뮬라시옹’이라는 단어처럼, 런던, 서울 등 지리학적 배경보다 지정학적 미학을 갖춘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한다. ‘패션의 역사와 동시대 패션 현상의 비평’이라는 주제로 ‘크리틱 컬렉션 프로젝트 20’을 기획해 컬렉션을 이어간다.
2014 봄/여름 컬렉션 5번째로 선보인 컬렉션의 주제는 ‘하이퍼 하이퍼’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촬영한 동일 인물의 초상화를 하나의 자화상으로 만들어내는 사진작가 토마스 루프에서 영감을 받았다. 1950년대의 엘레강스한 무드를 1980년대 스트리트 무드에 결합시켜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 사이에 나타나는 세대간의 격차를 이해하고, 새로운 클래스의 디자인을 만들고자 했다.
디자인 과정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찾은 다음, 나만의 비평적인 시각을 그 안에 투영한다. 예를 들어 거대 기업들의 노동력 착취 등의 이슈를 프린트로 의인화하는 식이다. 나름의 시각으로 패션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비평을 함께 풀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자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허환 시뮬라시옹을 만날 수 있는 곳 편집매장 디누에와 플로우, 10 꼬르소 꼬모 서울.
2014년의 계획 SFDF를 발판으로 허환 시뮬라시옹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김미주, 패션 에디터 / 시주희
- 포토그래퍼
- 안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