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향수

여기 향에 매료된 두 남자가 있다. 10대 환경운동가에서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 전문가로 변신해 친환경적 향수 브랜드를 내놓은 대니 서와 발레리노를 꿈꾸다 천재 조향사로 명성을 떨치고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 브랜드를 론칭한 프란시스 커정이 그 주인공이다.

1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대니 서 2 생화에서 향을 추출하는 특허 기술로 탄생한 대니 서 리저브 글로벌 오드퍼퓸. 50ml 65달러.

대니 서
한때 미국에서 활동하는 10대 환경운동가로 유명세를 탔던 대니 서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젊은 마샤 스튜어트’라 불리는 당신의 현재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어느덧 서른여섯 살이 되었고, 미국에서 라이프스타일 회사를 설립했지만 직업이 환경운동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방식이 조금 달라졌을 뿐. 친환경적인 삶도 근사하고, 누구나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환경운동의 방식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나?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집에 찾아왔다가 재활용한 가구로 집을 꾸미고 친환경적으로 음식을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흥미를 느껴 기사를 썼다.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이를 계기로 소소한 아이디어를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친환경 라이프스타일리스트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건가?
버려진 가구나 목재를 활용해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독성이 없는 조리도구와 초를 만드는 식이다. 지금까지 재활용 또는 친환경적 재료로 만들어 판매한 제품만 1000여 개가 넘는다. 친환경적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한 책도 쓰고, 칼럼도 연재하고, 미국 NBC의 에 라이프스타일리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삶을 알리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환경을 보호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거창한 일이 아님을 알리고 싶어서다. 집을 꾸미기 위해 구입한 가구나 매일 먹는 음식, 운전하는 차 등 우리 모두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이 환경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향수와 친환경적 삶은 왠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니 서 리저브 향수 브랜드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패션 브랜드나 스타의 이름을 딴 향수는 향 그 자체보다 이미지를 파는 데 치중하고 있다. 또한 향수의 원료인 에센셜 오일을 얻는 과정에서 수만 송이의 꽃이 사라진다. 이런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향수업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살아 있는 꽃을 꺾지 않고도 꽃과 주변의 흙과 햇빛, 공기의 향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네이처 프린트(Nature Print)’라는 특허 기술을 알게 됐다. 공정무역을 통해 향수의 원료를 구매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자활을 도울 수 있다는 점도 향수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 중 하나다. 첫 향수인 대니 서 리저브 글로벌의 원료인 베티버는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이티에서 재배한 것이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배한 천연원료만 담아 향수를 만들고 있다.

첫 번째 향수인 리저브 글로벌은 어떤 향수인가?
‘네이처 프린트’ 기술로 채집한 5월의 장미와 타히티의 티아레꽃, 공정무역으로 구매한 베티버의 향을 담았다. 장미와 티아레꽃, 작약의 진한 꽃 향에 베티버와 샌들우드, 머스크 향이 더해져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플로럴 계열의 향수다.

향수 라인을 계속 넓혀갈 계획인가?
각 나라를 상징하는 천연원료를 담은 향수를 계속해서 제작할 예정이다. 리저브 오스트레일리아와 리저브 아메리카는 이미 제작했고, 1월에는 리저브 아프리카에 사용할 바닐라 빈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난다. 공정무역을 통해 최상급의 바닐라 빈을 구매할 수 있고, 바닐라 빈 농장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여성들을 도울 수 있으니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셈이다.

향수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나?
한국에서 판매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니 서 리저브 온라인 쇼핑몰(www.dannyseoreserve.com)을 통해 만날 수 있다

1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 2 청량하고 상쾌한 향을 지닌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대표 향수인 아쿠아 유니버셜 오드뚜왈렛. 70ml 23만원.

프란시스 커정
스물다섯 살에 만든 첫 향수, 장 폴 고티에 르 말의 성공으로 천재 조향사라는 명성을 얻었다. 훌륭한 조향사를 만드는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많은 이들이 나를 천재 조향사라 부르지만 사실은 노력형에 가깝다. 좋은 시력과 청력이 훌륭한 사진가와 음악가를 만드는 필수 조건이 아니듯 조향 역시 타고난 후각보다 뛰어난 감각과 꾸준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향수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메종 프란시스 커정만의 매력은?
파리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젊은 감각의 트렌디한 향수 브랜드라고 자부한다. 향수 제조에 있어서만큼은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완벽한 향수를 추구한다.

조향에 있어서 당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내가 만든 향수를 뿌렸을 때 다른 사람이 향이 과하다고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 메이크업에 비유하자면 ‘노 메이크업 같은 메이크업’이랄까? 향수를 뿌리는 사람의 고유한 살 냄새와 내가 만든 향수의 조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피부는 향수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나 다름없으니까.

새로운 향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일하는 시간 외에는 향수를 멀리하고 밖으로 나가 자연의 향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향에 대한 영감은 시야를 열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데서 시작된다.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나 여행,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등 영감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향을 완벽하게 느끼는 방법은?
한국 여성들은 손목에 향수를 뿌리고 비비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분자가 파괴돼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없게 된다. 피부에 직접 뿌리기보다 피부와 가까운 옷의 안쪽 면에 뿌리기를 권한다. 그리고 여러 향수를 레이어드하기보다 자신의 채취와 가장 잘 어울리는 향수 하나를 선택해 향수와 자신의 고유한 채취의 만남을 즐기길 바란다.

<얼루어> 독자들에게 이 계절에 뿌리면 좋을 향수를 추천한다면?
메종 프란시스 커정을 처음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깨끗하고 상쾌한 향을 가진 아쿠아 유니버셜을,겨울에 어울리는 향수로는 아폼 팜므를 추천하고 싶다. 아폼 팜므는 오렌지꽃 향에 깊이 있는 시더우드 향이 더해진 향수로,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인에 대한 찬사를 담은 향수인 만큼 한국 여성과 잘 어울릴 것 같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조은선
    기타
    사진 출처 / Danny Seo Reserve, Maison Francis Kurkj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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