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 조동혁
조동혁이 더욱 간결해졌다. 이제야 인생을, 자신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고, 그건 무엇보다 지금 살고 있는 시간에 기댄 것 같았다. 서른일곱, 남자로서든 배우로서든 참 좋은 나이의 그가 요즘 생각하는 것들
‘남자다, 조동혁’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때요?
“왜요?”라고 묻고 싶어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서요.
조동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보니 그랬어요. <심장이 뛴다> 현장에서도 아니면 아니라고, 할 말은 하는 걸 보고 생각을 굳혔죠. 어느 정도는 팀을 위해서 한 것 아닌가요?
의사소통이 별로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아요. ‘무작정 시키는 대로 해’ 뭐 이런 식이었어요. 여러 무리한 상황이 이어지니까, 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화가 났죠. 그런데 그게 다 나올 줄은 몰랐죠. 원중 형이 워낙 사람이 좋고, 또 동생들도 다 착해서요. 저라도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회하는 건 아니죠?
아뇨. 후회는 안 해요. 덕분에 오해를 다 풀고 촬영을 더 잘할 수 있었어요. 이틀 정도 계속 싸우고 있던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다 터놓고 이야기한 후에 굉장히 사이가 돈독해졌죠. 모두를 위해서 잘된 일 같아요.
모두를 위해서 누군가 나서야 될 때가 있죠. 하지만 방송은 다 남잖아요.
그렇죠. 저 원래 나서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조용조용히 있는 걸 좋아하는데…. 맞아요. 방송은 오래 남죠.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촬영하면서 정말 심장이 뛸 것 같더군요. 현장에서는 어떤 기분이에요?
심장이 뛰죠.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서 출동하면 심장이 뛰어요. 특히 화재 출동이요. 물론 다른 출동도 다 중요하고 힘들기는 하지만…. 그거 아세요? 사이렌 소리도 다 달라요. 화재 사이렌 소리, 구조 사이렌 소리, 구급 사이렌 소리 모두 다 다르거든요.
정식대원이 될 만큼 시간이 흘렀으니, 그런 것도 더 잘 보이겠어요.
화재 사이렌 소리가 딱 들리면요, 확 가슴에 와 닿아요. 소방차 안에서 무전을 들을 수 있어요. 우리는 잘못 알아듣지만, 소방대원분들은 대번에 다 알아듣죠. 이분들이 가만히 무전을 들으면서 방화복을 안 입으면, 갔다가 그냥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 많아요. 하지만 이분들이 급하게 옷을 입으, 면아 정말 큰일 났구나 생각하죠. 그때부터는 심장이 마구 뛰죠.
이제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 같은데요?
섣불리 개입하면 안 돼요. 그게 원칙이죠. 하지만 정말 위급한 상황인데 나밖에 없다면 제가 해야죠. 사실 <심장이 뛴다>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그거였어요. 우리 때문에 누구도 피해를 보면 안 된다는 것. 사실 굉장히 조심스럽게 촬영하고 있어요.
처음에 <심장이 뛴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나 기대를 가지고 있었어요?
소방대원이라는 직업이 그 중요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조명 받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영화에는 많이 나왔지만 ‘소방대원들은 정말 고생도 많이 하고, 멋있는 직업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미국에서는 정말 존경 받는 직업인데요. 그런 소방대원의 일을 알고 싶고, 또 알리고 싶었어요. 또 안 해본 경험을 좀 해보고도 싶었고요.
너무 고생스러워서, 괜히 했다고 후회했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막상 경험을 해보니, 우리 방송을 계기로 소방대원들의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정말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촬영해요.
어떤 게 가장 안타까워요?
늘 전쟁이에요. 방화복 같은 것도 전국 소방대원이 다 똑같지 않아요. 쉽게 말하면 동네마다 달라요. 사정이 더 나은 어디서는 좀 더 좋은 것을 입죠. 하지만 불은 다 똑같이 뜨겁잖아요? 공원이나 놀이 동산에 가도 군인과 경찰은 할인이 되요. 하지만 소방대원은 안 되요. 그런 것도 바꾸고 싶고요.
소방관 다 되었네요! 사람들과 정도 많이 들었죠?
조금 쑥스럽지만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전국을 돌면서 촬영하기 때문에 소방서가 계속 바뀌어요. 앞으로도 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고요. 곧 촬영할 드라마 팀에도 <심장이 뛴다>를 병행할 거라고 얘기를 해둔 상태예요.
드라마 <감격시대> 촬영이 시작되었다면서요?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라고 알려져 있는데, 어떤 작품인가요?
얼마 전에 최종본이 나왔어요. 저는 일본인 역할이에요. 검을 쓰죠. 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많은 드라마일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을 오래 할 것 같고, 고생도 할 것 같고요. 분명히 볼거리는 많을 테니까 재미도 있을 것 같고 그래요.
당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면, 어떤 인물이죠?
조용히 날 서 있는 남자. 항상.
시니컬한 남자인가요?
하지만 시니컬하게 보이지 않게 연기해야 할 것 같아요. 조용조용하게 얘기하는데 거기서 뭔가, 더 숨기고 있는 듯하게요. 일본에서는 최고 검사로 나오니까요. 일단 2회인가 3회에 등장하자마자 서너 명 정도 죽이더라고요. 아직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되요. 하지만 저는 제 역할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오래 쉬었으니 이번 작품에 기대가 클 것 같은데요?
<브레인> 할 때도 많이 느끼고 배웠죠. 하지만 아쉬웠어요. 의사나 실장님같은 번듯한 옷을 입는 역할은 많이 해봤으니까, 다른 게 해 보고 싶었어요. 뭐랄까 제 색깔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소방대원을 해보겠다고 한 것도 남자다운 모습을 조금 더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동안 당신의 진짜 색깔을 드러내지 못 했다고 생각해요?
좀 더 편안한 연기를 하고 싶은데, 그게 직업 자체가 편안해야 편한 연기가 되기도 해요. 우리도 평상시에 슈트 입었을 때와 반바지 입었을 때 마음가짐이 다르잖아요.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거든요. 반바지 입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자꾸 슈트만 입혀주는 거예요.
누가 봐도 슈트가 잘 어울리니까 그렇죠!
하하. 그래서 오늘은 반바지를 입고 왔어요. 정말 편해요. 이런 걸 좀 더 하고 싶어요. 그러면 분명히 보는 분들도, ‘어 연기가 편해졌네’ 이렇게 얘기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건 또 얼굴 생김도 많이 작용한다고요. 밋밋하게 생긴 사람하고, 세게 생긴 사람하고, 또 연기하는 게 다르니까요. 저는 좀 세게 생겼잖아요?
음, 눈매는 선한데요? 웃을 때 주름도 아주 예쁘게 지고요. 남자배우는 눈빛과 목소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죠.
맞아요. 저 되게 선한데. 웃기도 잘 웃고.
몇 년 전과는 확실히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달라졌어요.
외적인 걸로 변화를 많이 주려고 했죠. 태닝도 해보고, 체중도 많이 줄여보고 그랬죠.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몸 만드는 게 유행이던 시기가 있었잖아요. 그거에 막 휩쓸린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건강 지키는 선에서 운동해요. 더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할까? 이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연극 무대에도 서고, 소방대원도 마다하지 않고, 또 캠핑도 가죠. 욕심 많은 배우 아닌가요?
욕심 많죠. 전 욕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욕심이 진짜 많더라고요. 뜬금없지만, 요즘은 골프를 싱글까지 치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골프가 정말 어려운 운동인 것 같아요. 배우는 작품을 시작해야 연기에 몰입할 수 있거든요. “나 어떻게 해야 연기 잘하지? 아 연기!” 항상 이럴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뭔가 다른 거에 자꾸 꽂히는 거예요. 연기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요. 그리고 자기만의 시간이 많기 때문에, 뭔가에 안 꽂히면 힘들어져요.
균형을 잡는 방법인가요?
<심장이 뛴다>도 아마 예전 같으면 아니다 싶어도 꾹꾹 참았을 거예요. 시키는 대로만 했겠죠. 하지만 제가 원하는 대로 했고, 그러니까 모든 게 잘 풀리기 시작했어요. 중학생 때, 친구들과 ‘야, 친구는 목숨이야’ 하고 다녔죠. 그때 느꼈던 뜨거운 걸 대원들과 동료들에게도 느끼거든요. 제 안에 이런 감정이 있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올해는 어떻게 기억될 것 같아요?
<심장이 뛴다>를 하면서, 그동안 생각 못하고 살았던 것을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연예인, 배우로 보는 관점 말고 소방대원이 되어서 여러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가 너무 이기적으로 산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기적인 사람들이 너무 싫고요. 그러니까 되게 창피했어요. 올해 느낀 건 그런 것 같아요.
변화가 많았던 청춘을 이제야 비로소 통과한 사람의 여유가 느껴지는데요?
예전에는 다 친하게 지내고, 그렇게 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러면 뭐랄까. 허탈해져요. 더 많이 공허해지고. 그런 게 요즘 두려워져요. 저는 술을 잘 못 마셔요. 하지만 그래 우리 술 한 번 마셔보자, 그래야 친해진다고 하니까 그러면서 술만 마셔본 적도 있고, 원래
말수도 적은데 일부러 말도 많이 해봤어요. 그러면 집에 온 다음 진짜 허탈하거든요. “나 왜 이러고 살지?” 싶죠. 그래서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러니까 아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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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스타일 에디터 / 김지후
- 스탭
- 메이크업/선애, 메이크업 : 강미(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