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가 아니어도 좋아
잘나가는 아이돌이 차고 넘치는 요즘, 이들의 이름이 조금은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대세도 아니고, 리더도 아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누구에게도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1 블락비 | 지코
‘난리나’나 ‘닐리리 맘보’를 부르며 무대 위를 뛰어다니고, 불안할 정도로 카메라를 도발하는 블락비. 그들의 악동 이미지는 미니 3집 앨범 타이틀곡 ‘Very Good’ 가사에서도, 자신들의 콘셉트라고 밝힌 ‘개판 오분전’ 무대 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연 지코가 있다. 카메라 앞에서의 애티튜드부터 패션까지 늘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인데, 이 같은 도발적인 느낌 때문에 지드래곤과 우열을 가리려는 팬들 사이의 설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한 래퍼가 지코와 그의 팬들(BBC)을 ‘디스’하는 곡을 발표했다는 사실 또한 그의 존재감을 증명하는데, 이 같은 관심의 배경에는 단연 그의 실력이 있다. 여러 장의 믹스테이프를 통해 작사, 작곡, 프로듀싱 실력까지 닦았고, 현재 블락비의 앨범뿐 아니라 다른 아이돌의 앨범까지 프로듀싱한다. 이런 지코가 케이블에 나와 살이 찌면 코가 자란다는 걱정을 늘어놓고 있는 만 스물하나라는 사실은 정말이지 믿기 어렵다. – 양리원(칼럼니스트)
2 스피카 | 김보형
스피카 멤버 중에 약간 나온 턱, 동그란 이마,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보형이다.긴 턱은 웃을 때 더 도드라지고, 양 갈래 머리는 막내라는 사실을 어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녀는 스피카에 들어오기 전 YG에 있었다. 작곡이 가능한 보컬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2NE1의 최종 멤버에서 탈락했다. 그러고는 자존심도 없이, 1년이나 더 그곳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방황 끝에 스피카에 합류했지만 핫한 걸그룹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X언니’ 이효리 덕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김보형은 툭하면 울고 눈치 없고 말귀가 어두운 사오정 막내지만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곤 했다. ‘I Have Nothing’을 부를 때, 연예인이 아니라 뮤지션이 되고 싶어 하는 그녀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니나다를까 노래가 끝나자마자 혓바닥을 내밀고는 못난이 얼굴을 만드는 허술함이라니! 신혼여행 중인 효리대신 보형만의 ‘X언니’라도 되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 조소영(<얼루어> 피처 에디터)
3 레인보우 | 김지숙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 풋살 결승전, 다들 앉아서 손뼉을 치고 있을 때, 어깨춤을 추면서 엉덩이를 실룩이는 여자 아이돌이 카메라에 잡혔다. 레인 보우의 김지숙. 요즘엔 그렇게 ‘ 쿨’한 사람보다는 푼수 같은 사람이 좋다. 여자든 남자든, 해서 뭐하나 싶은 표정을 짓기보단 내키는 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쪽이 개운하다. 이후 그녀가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걸 알았다. 요리, 맛집, 화장품 정보를 올리고, 질문에는 차근차근 답해준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타이포그래피를 연습하고 같이 해보자고 권하기도 한다. 친근한 게 아니라 커피 한잔, 빵이라도 더 사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대학후배에 가깝다. 대학 다닐 땐 분명 있었는데, 최근엔 만나볼 수 없는 그런 여대생. 새삼 그녀가 자신을 소개하는 멘트가 기억난다. “레인보우의 ‘볼매’ 지숙이에요.” 별명도 이름도 어찌나 정겨운지. – 양승철( 피처 에디터)
4 에이핑크 | 윤보미
<에이핑크 뉴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물론 거기서도 메인은 손나은, 가창력은 정은지라는 공식은 유효했지만, <에이핑크 뉴스>를 이끄는 건 윤보미였다. 과장된 요정 콘셉트로 무대에 섰을 때도, 윤보미의 털털함과 방송에 대한 과하지 않은 열정은 요정이니 공주니 하는 콘셉트가 주는 메슥거림을 상당 부분 감해주었다. 까불고 깔깔대는 그녀가 있기에 손나은의 미모도, 정은지의 능력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에이핑크도 어느덧 자리를 잡아 <에이핑크 뉴스> 같은 B급 방송에 굳이 출연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에이핑크와 윤보미가 이만큼 해내서 무척 기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가 아닌 방송에서 그녀들을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다행히 윤보미는 정형돈과 데프콘이 진행하는 <주간아이돌>에 등장했다. 윤보미는 거기서 두 비만 아저씨가 발산하는 육식성 에너지를 청량음료처럼 희석시키고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스파클링 보미다. 페리에보다 사이다처럼, 맑고 깨끗하게 활동하길! – 서효인(시인)
5 B.A.P | 젤로
2012년 데뷔 이후 무려 11장의 싱글 앨범을 낸 B.A.P는 푸시업, 구르기 등을 시연하며 ‘정의’를 부르짖는다(심지어 노래 제목은 ‘Warrior’, ‘Badman’ 같은 식이다). 반전이 있다면 리더 방용국을 제외한 B.A.P의 다섯 멤버는 대부분 귀엽다는 거다. 1996년생인 막내 젤로는 그중에서도 가장 아기 같다. 성장판이 아직도 자라는지 큰 키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누구보다 정확하고 깔끔하게 랩을 한다. 최근 아이돌 랩이 YG 스타일을 연상시키거나, 기존과 별 차별점을 두지 못하는 가운데 젤로의 목소리와 래핑은 분명 눈에 띈다. 고백하자면 나의 ‘젤로 앓이’는 “나쁜 자슥들 씹어주는 게 사내아입니까?”라고 랩을 하던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소속사 누나인 시크릿이 주춤하고, 신인 아이돌이 쏟아지는 이 상황에서 팬심과 일말의 불안감을 담아 이 글을 쓴다. 우리 젤로, 흥하게 해주세요! – 이마루 (<얼루어> 피처 에디터)
6 테이스티 | 대룡
테이스티는 뉴욕에서 연습생 시절, 비욘세, 크리스 브라운, 니요의 안무가를 매일 찾아가 춤을 배웠다. 성실함과 재능을 모두 갖춘 덕분에 세계적인 댄스 에이전시의 러브콜도 받았지만, 둘이서만 팀을 이뤄 가수가 되겠다는 신념이 강했다. 이제 데뷔 1년 차. 스윙 힙합이란 장르에 덥스텝을 추는 모델 같은 외모의 이 쌍둥이 그룹에서 좀 더 눈에 들어오는 쪽은 형 대룡이다. 동생 소룡이 입을 다물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할 때, 대룡은 토끼 같은 앞니를 드러내고, 입꼬리를 고리처럼 말아 올리고는 강아지 같은 얼굴을 하고서 마냥 웃는다. 대룡은 마냥 철없는 형처럼 장난스럽게 굴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철석같이 속 깊게 동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룡이 고안한 45도 각을 예리하게 맞춰야 하는 시계 안무만큼이나 치밀한 그의 성격 덕분에 이들은 뭘 해도 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딴 놈 쳐다보지 말랬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 – 유다연(프리랜스 에디터)
7 빅스 | 홍빈
미의 기준이 꽤나 독특한 편인데도, 취향과 별개로 깎아놓은 듯 잘생긴 피사체를 마주하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를테면 6인조 보이 그룹 빅스의 홍빈처럼. 또렷하고 깊은 눈망울, 웃을 때면 초승달처럼 쪼개지는 눈매는 백 마디 시를 읊는 것보다 서정적인 눈빛을 담는다. 반듯하고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에 날렵한 턱과 작은 얼굴, 181cm-61kg의 적당히 슬림한 체격, 은근히 탑재된 복근까지! 어떤 앵글이나 의상, 헤어와 메이크업도 웬만큼은 번듯하게 소화해 스태프들의 마음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미덕의 소유자인 셈이다. 중저음의 목소리, 운동에 열광하는 건강함,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 좋다는 소탈함, 솔로 무대에서 보여주려고 몰래 기타를 샀으며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결’을 써서 지갑에 넣고 다닌다는 귀여움까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홍빈의 이름을 검색하는 건, 이제 와 고백하는 길티 플레저다. – 강경민(<보그 걸> 피처 에디터)
최신기사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조소영
- 기타
- 사진 출처 / Courtesy of B2M, DSPmedia, Cub, Woollim, TS, A-cube, Jelly 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