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시, 그 남자 <1>

도시의 풍경이 다르듯 옷차림도 다르다. 특별한 치장이 없어도 멋낼 줄 아는 파리 남자, 컬러와 패턴의 강약을 조화롭게 소화하는 런던 남자, 중후한 슈트와 섹시한 캐주얼 룩을 동시에 즐기는 밀라노 남자, 레이어드에 능한 도쿄 남자의 스타일 분석!

1 변덕스런 날씨에 맞춰 패딩 점퍼와 케이프로 멋을 냈다. 2 단정한 슈트에 스니커즈로 캐주얼함을 더했다. 3 스웨트 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선글라스로 완성한 캐주얼 룩. 4 빨간 트렌치코트의 깃만 세워도 스타일이 달라진다. 5 캐멀색 코트에 회색 머플러로 포인트를 준 모델. 6 검은색 트렌치코트와 청바지로 실용적인 바이커 룩을 연출했다. 7 파란색 셔츠와 면바지에 카무플라주 패턴 재킷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8 스트라이프 티셔츠로 연출한 캐주얼 슈트 룩. 9 캐주얼 룩에 재킷 하나만 더해도 단정해진다. 10 셔츠, 카디건, 점퍼의 세련된 레이어드 룩

1 변덕스런 날씨에 맞춰 패딩 점퍼와 케이프로 멋을 냈다. 2 단정한 슈트에 스니커즈로 캐주얼함을 더했다. 3 스웨트 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선글라스로 완성한 캐주얼 룩. 4 빨간 트렌치코트의 깃만 세워도 스타일이 달라진다. 5 캐멀색 코트에 회색 머플러로 포인트를 준 모델. 6 검은색 트렌치코트와 청바지로 실용적인 바이커 룩을 연출했다. 7 파란색 셔츠와 면바지에 카무플라주 패턴 재킷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8 스트라이프 티셔츠로 연출한 캐주얼 슈트 룩. 9 캐주얼 룩에 재킷 하나만 더해도 단정해진다. 10 셔츠, 카디건, 점퍼의 세련된 레이어드 룩

클래식 아이템의 멋을 낼 줄 아는 파리 남자
특별한 치장 없이 단순한 아이템도 멋지게 보이는 건, 멋을 통달할 대로 통달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패션을 좀 아는 파리 남자가 바로 그런 특권을 누리는 남자다. 그렇기 때문에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파리 남자들에겐 옷을 지배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옷 잘 입는 파리 남자 하면 떠오르는 세르주 갱스부르와 장 폴 벨몽도가 그 대표주자다. 흰색 셔츠에 낙낙한 핏의 바지, 여기에 파리 남자들 옷장에 무조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피코트를 입는 모습에서는 자유로운 멋이 느껴진다. 타이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어야 하는 밀라노 남자들과는 달리 슈트에 티셔츠나 반바지를 즐겨 입고, 스니커즈와 클러치백으로 마무리하는 파리 남자들은 슈트라는 단단한 패션 법칙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멋쟁이다. 경건한 것은 사소하게, 사소한 것은 경건하게 대하는 프렌치 애티튜드가 그대로 패션에 녹아들어간 것이다.
최근 파리 남자 중 스트리트 패션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모델 조단 헤리온의 스타일을 보면 파리 남자들의 룩을 더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했다. “니트 스웨터, 스웨트 셔츠, 단색의 톱에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는 평범한 룩이다. 특히, 다양한 셔츠를 즐겨 입는다. 스웨트 셔츠나 니트 스웨터도 좋아하지만, 항상 셔츠와 겹쳐 입는 편이다. 타이트한 것보다는 적당히 여유가 있는 핏의 팬츠의 끝 단을 접어서 입고, 여기에 반스의 올드 스쿨이나 나이키 에어 같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클래식 스니커즈를 신는다.” 파리에서 공부한 <얼루어> 패션 에디터 박정하 역시 조단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파리 남자들은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룩을 즐겨 입는다. 아페쎄의 생지 컬러 청바지, 생 제임스로 대표되는 스트라이프 티셔츠, 여기에
피코트를 걸치는 심플한 캐주얼 룩이 파리 남자들의 대표 스타일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파리 남자들이 스웨터나 셔츠,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신고, 좀 쌀쌀한 날씨면 칼라가 없는 가죽 점퍼나 트렌치코트, 피코트를 입는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모습이 왠지 멋지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색 때문이다. 파리 남자들의 머리색, 눈동자색, 피부톤, 그리고 불어를 발음하는 음성까지 모두 파리의 하늘색, 건축물 색, 심지어 보도블록 색깔과도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단순히 옷이나 액세서리만으로 멋을 부린 게 아니라 그 속에 파리라는 도시를 담아냈기 때문에 더 멋진것이다. 멋진 파리 남자들의 스타일? “C’est Tout(이게 다예요)”.

1 빨간 재킷에 점퍼를 걸쳐 캐주얼하게 마무리했다. 2 강렬한 파란색 슈트로 멋을 냈다. 3 슈트와 니트 스웨터의 컬러를 맞춰 통일감을 주었다. 4 손수건 대신 가죽 장갑으로 행커치프를 연출해 재미있게 마무리했다. 5 빨강과 노랑, 검정의 강렬한 색상 대비. 6 평범한 런던 남자들의 시그너처 룩. 7 런더너들이 좋아하는 체크 재킷에 머플러를 더했다. 8, 11 마크 론슨의 슬림 슈트 룩. 9 패턴 셔츠로 화려하게 마무리한 블랙 슈트 룩. 10 제퍼슨 핵의 웨스턴 룩.

1 빨간 재킷에 점퍼를 걸쳐 캐주얼하게 마무리했다. 2 강렬한 파란색 슈트로 멋을 냈다. 3 슈트와 니트 스웨터의 컬러를 맞춰 통일감을 주었다. 4 손수건 대신 가죽 장갑으로 행커치프를 연출해 재미있게 마무리했다. 5 빨강과 노랑, 검정의 강렬한 색상 대비. 6 평범한 런던 남자들의 시그너처 룩. 7 런더너들이 좋아하는 체크 재킷에 머플러를 더했다. 8, 11 마크 론슨의 슬림 슈트 룩. 9 패턴 셔츠로 화려하게 마무리한 블랙 슈트 룩. 10 제퍼슨 핵의 웨스턴 룩.

세련된 디테일의 차이를 드러내는 런던 남자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만은 디올 옴므에서 일할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파리 남자들은 꾸미기를 좋아하고, 뻣뻣하며 그리고 보수적이다. 반면 런던 남자들은 놀라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멋쟁이가 되고 싶다면 파리 남자들은 잊어버려라.” 패션계에 디올 옴므 신드롬을 일으킨 그가 이렇게 극찬한 런던 남자들의 스타일은 과연 무엇일까? <얼루어>의 런던통인 패션 에디터 시주희는 런던 남자들의 패션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보통의 런던 남자라면 바버 재킷에 목도리를 두르고, 스키니 진을 즐겨 입는다. 여기에 첼시 부츠나 워커를 신고, 머리는 항상 손질 안 한 듯 부스스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런던’ 하면 떠오르는 펑크 스타일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즐기지만, 평범한 런던 남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새빌로의 슈트도 마찬가지다. 맞춤 양복이 유명하지만, 상류층 남자들의 취향이나 슈트를 좋아하는 남자들만의 문화로 여겨진다.” 갈색이나 회색의 퀼팅 점퍼, 머플러, 스키니 진 등 지극히 평범한 룩을 즐겨 입는다지만 런던 남자들의 룩에는 분명 특별한 점이 있다. 뮤지션 마크 론슨이나 영국판 <데이즈 드앤컨퓨즈드>의 편집장 제퍼슨 핵, 그리고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아이돌 그룹 원디렉션의 멤버들까지 옷 잘 입기로 소문난 사람들은 모두 런던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마크 론슨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스타일에 접근하는 방법은 늘 한 가지다. 항상 클래식을 간직하고 싶다. 스타일을 예로 들자면, 리처드 제임스나 버버리의 슈트, 혹은 나이키의 조던 포스 같은, 디자인에 뭔가 클래식한 것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 것들은 좀처럼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바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다. ” 특별한 행사에 참석할 땐 원색 컬러의 슈트를 차려입지만, 평상시에는 단색의 심플한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워커를 즐겨 신는 마크 론슨의 스타일이 바로 에디 슬리만이 말한 런던 남자들의 스타일이다. 때에 따라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기본적으로 클래식하고 캐주얼한 감성을 유지해 스타일의 다양한 매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말이다. 여기엔 디테일의 차이도 크다. 제퍼슨 핵은 재킷의 칼라 깃을 올려서 입거나, 머플러의 길이를 조절하거나, 팬츠의 밑단 길이에 따라 신발의 발목 높이를 다르게 매치하는 식의 사소한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런던 남자들은 특별한 날에 늘 격식에 맞춰 슈트를 입는다. 하지만 그 슈트 차림은 품이 넉넉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슈트가 아니라 허리까지 오는 길이의 짧은 재킷에 원 버튼 또는 투 버튼 재킷에 발목까지 타이트한 팬츠 슈트다. 이병헌의 결혼식 턱시도를 담당해 화제를 모았던 남성 맞춤복 전문점 ‘로드 앤 테일러’ 대표 김민정은“타 탄 체크와 함께 파랑, 빨강, 녹색 등 원색 컬러가 더해진 영국식 신사스타일이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할 것이다. 글렌 체크 슈트를 한 벌쯤 소장해도 좋은데, 전통적인 스리피스 슈트가 금상첨화. 어깨 라인 끝을 살짝 세운 실루엣의 글렌 체크 슈트는 우리나라 남성들의 체형 보완에도 좋다”라고 조언한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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