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을 기대해
담담한 이야기의 단만극들은 작지만 큰 위로가 되어준다.
화려한 출연진, 짧게는 12부작, 길게는 50부작을 훌쩍 넘기도 하는 TV 드라마의 세계. 시청률이 높을수록 방송 시간 앞뒤로 수 많은 광고가 붙고, 주연 배우들에게 CF와 행사 섭외 등 온갖 러브콜이 쏟아지는 이 어마어마한 드라마 비즈니스에서 단막극의 존재를 보고 있노라면 글쎄, 멀티플렉스의 틈새에 낀 독립영화 상영관이 떠오른다. 그나마 작은 상영관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는 것처럼 단막극 역시 나름의 위치를 점유해왔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고 할까.
지난 6월, 반년 만에 돌아온 KBS <드라마 스페셜>이 수요일 밤으로 방송 시간을 옮기며 잔잔했던 단막극 시장에 작은 바람이 불었다. 예능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스타>, SBS <짝>과 같은 시간대였다. 시간대를 옮긴 후 첫 방송된 <내 낡은 지갑 속의 기억>은 <제빵왕 김탁구>를 연출한 이정섭 PD가 메가폰을 잡고, 류수영, 남보라 등이 출연했던 작품이다. 첫 도전에서 시청률 3%라는 의미 있는 성적을 기록한 <드라마 스페셜>은 납량특집 <기묘한 동거>와 <엄마의 섬>을 연달아 편성하며 더 이상 <전설의 고향>을 보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1일에는 2부작 <연애를 기대해> 1부가 전파를 탔다. 수목드라마 <칼과 꽃>이 끝난 자리에 숨 고르듯 들른 <연애를 기대해>는 20대 남녀의 연애를 그린다. 풋풋한 커플인 주연애(보아)와 정진국(임시완), 현실적인 커플인 차기대(최다니엘)와 최새롬(김지원). 서로 너무 다른 연애를 하고 있는 주연애와 차기대는 SNS를 통해 접점을 갖게 되고, 이 접점이 두 사람의 연애에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밀당과 어장 관리, 데이트 비용과 스킨십 진도를 둘러싼 요즘 연애의 현실적인 부분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단막극 팬이라면 반가울 소식이 또 하나 있다. MBC가 10주간 10편의 단막극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정규편성은 아니지만, 2007년 <베스트 극장>을 폐지한 후 6년 만에 MBC 단막극 시리즈가 부활한 셈. <드라마 페스티벌>이라는 제목으로 돌아온 시리즈는 토요일 심야 시간대에 편성돼 빠르면 9월 말, 늦으면 10월 초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SBS 역시 2014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단막극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완전한 ‘대세남’으로 자리 잡은 이종석이 박수하와 <학교2013>의 고남순이 되기 직전에 출연한 작품은 <드라마 스페셜 – 내가 가장 예뻤을 때>였다. 단막극은 배우뿐 아니라 작가, 감독들에게 어떤 기회가 된다. 또 한편으로는 언젠가부터 화제의 중심에서 비껴나게 된, 활동할 토대가 자꾸 좁아지는 이들의 기반이자 지평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단막극이 없다면 우리가 이문식이 주연인 드라마, 정웅인과 소희가 남녀 주인공인 드라마를 어디에서 만날까. 그리고 그게 우리가 이 작지만 소중한 땅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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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