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이야기

여자에게 있어 나이가 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가는, 시간의 흐름을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책과 영화 속 그 여자의 모습을 찾았다.

Book

1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_ 강수진
보통의 삶을 특별한 열정으로 살면 그게 바로 특별한 삶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열정이 있다면 깃털이 단 하나만 남아 있어도 날 수 있다는 걸 강수진은 자신의 인생을 통해 증명한다. 세기의 무용가에게 비결이란 건 없었다. 무려 20만 시간의 연습을 통해 자신의 한계와 싸우며 하루하루 성장할 뿐이었다. 사십이 넘은 그녀는 여전히 프리 마돈나로서 무대에 오른다. 인플루엔셜
2 나의 정원 _ 타샤 튜더
타샤 튜더가 정원을 가꾸는 방법은 단 하나다. 마음을 다해 꽃을 돌보고 그 꽃이 선물하는 아름다움을 맘껏 즐기는 것이다. 마음을 다해야 꽃이 응답을 해오고,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겨야 정원을 가꾸는 일이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그녀의 정원에 핀 꽃이 유난히 아름다운 건 그 뒤에 숨어 있는 그녀의 땀과 사랑 때문일 거다. 윌북
3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 _ 박경희
저자 박경희는 여자에게 있어 마흔은 요동치는 젊음의 거리를 지나 느긋한 노년을 향하는 길목이라 정의한다. 어느 때보다 자아와 여성성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시기라고도 말한다. 우리 모두 언젠가 마흔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마흔이 되었을 때 박경희처럼 말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자리 잡게 된 건 세월이 준 선물이었다”고 말이다. 고려문화사
4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_ 박완서
박완서는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과 자연, 그녀가 마주치는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기쁨과 평화를 찾았다. 이 책에서 그녀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담아 “내 몸이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다”라며 죽음과 가까워진 생에 대한 성찰을 거침없이 고백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진솔한 삶의 자세는 그녀의 삶과 글을 오롯이 관통한다. 현대문학
5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 _ 조안 앤더슨
20여 년 동안 헌신적인 아내와 어머니로, 가족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을 자신의 꿈으로 여긴 조안은 어느덧 자신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1년 동안 작은 어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사랑은 누군가를 소중하게 품는 것과 함께 자유롭게 놔둘 때 비로소 완전해지는 것임을 말이다. 따님
6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_ 페기 구겐하임
컬렉터, 후원자로서 현대 미술사에 전설로 남은 페기 구겐하임. 베네치아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립자이기도 한 그녀가 직접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페기는 거부의 집안에 태어났지만 편안한 삶을 거부했다. 세계를 떠돌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갔고, 기꺼이 가난한 예술가의 후원자가 되었다. 민음인
7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_ 신달자
시인 신달자의 화려한 삶에 처절한 고통이 함께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이 책에서 우리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간 수발하며, 암 투병 속에서도 삶과 문학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지 않았던 신달자를 만날 수 있다. 그녀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다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믿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가장 행복할 수밖에 없다. 민음사
8 생의 한가운데 _ 루이제 린저
니나 부슈만은 완벽하게 사랑하고, 타협하지 않으며 자기만의 길을 걸어갔다. 매너리즘을 거부하고, 늘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으며 그렇게 얻어지는 삶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 평탄하지 않은 삶의 질곡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950년에 발표된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여전히 살아 숨쉬며 오늘날의 우리를 위로한다. 문예출판사
9 나이 먹는 즐거움 _ 박어진
저자 박어진은 오십이 넘어 28년간의 월급쟁이 생활을 마감한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갱년기가 찾아왔고, 발목이 시큰거리지만 그녀는 행복하다. 스스로 해복해지라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고 있으니까! 우리는 자주 잊곤 한다. 인생의 즐거움은 아주 사소한 것에 있다는 걸 말이다. 작은 반란과 원칙이 있다면 나이를 먹는 것도 썩 괜찮은 일임을 그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한겨레출판사
10 시간 여행자의 아내 _ 오드리 니페네거
사랑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쓰는 이 시대에, 클레어의 사랑은 사랑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클레어는 시간여행을 떠나는 남편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밭고랑 같은 주름이 새겨지는 자신의 얼굴과는 반대로, 하루가 다르게 곱고 매끈해지는 헨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살림
11 백년의 지혜 _ 캐롤라인 스토신
알리스 헤르츠좀머는 극한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늘 주어진 생에 감사하고 주어진 하루에 기뻐한다. 1903년생인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바흐와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의 곡을 매일 세 시간씩 연주하며 예술가로서 의미를 찾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갖지 않은 것 때문에 슬퍼하지 않고 가진 것을 기뻐한다.” 1세기를 넘겨 살아온 여인의 눈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한다. 민음인
12 나는 무작정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_ 남인숙
올해로 결혼 15년 차에 접어든 저자 남인숙이 결혼 이후의 삶을 담담히 써 내려간다. 이 책에는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많은 오해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것들을 낱낱이 공개한다. 그중에서도 “삶을 행복하게 살아내는 사람은 잘못된 시작을 했을 때도 의연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그녀의 말이 가장 깊이 와 닿는다. 리더스북

Movie

1 러브 어페어(Love Affair)
각자의 약혼자가 있는 마이크와 맥케이는 뉴욕행 유람선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다. 후에 그들은 마이크의 지혜로운 숙모를 만나게 된다. 숙모는 맥케이에게 행복하냐고 묻고 맥케이는 원하는 걸 얻어서 행복하다 말한다. “인생은 소유가 전부가 아니며 지속해서 그것을 원하느냐가 중요하다”라는 캐서린 헵번의 조언은 주인공은 물론 영화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동하게 한다.
2 뮤리엘의 웨딩(Muriel’s Wedding)
뮤리엘은 화려한 결혼식으로 자신의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보상받길 기대한다. 하지만 친구 론다의 암, 자신의 실패한 결혼, 어머니의 자살, 아버지의 파산 등 연달아 발생하는 불행 앞에서 그녀는 요란한 빈수레 같은 환상들을 무참히 부수고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향해 걸어나가기로 결심한다. 결국 뮤리엘이 말하고 싶었던 건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일이다”가 아니었을까?
3 사랑을 기다리며(Waiting to Exhale)
사반나는 버팀목 같은 오랜 친구가 셋 있다. 버나딘과 로빈 그리고 글로리아는 사반나가 괴로워할 때면 언제나 달려와준다. 같이 울어주고 또 같이 웃게 한다. 그녀들의 삶의 행복 순위가 남자로부터 시작되지 않는 것은 다행스럽고 대견한 일이다. 우정은 절대 남자만의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겨도 친구와의 관계에서 얻는 안위는 채워질 수 없다. 사반나와 친구들은 오랜 시간 그 우정을 지켜낸다.
4 콰르텟(Quartet)
사랑의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레지와 진, 소녀같이 순수한 씨씨와 윌프는 한때 세계적 명성을 날린 오페라 가수들이지만 모두 은퇴하고 요양소에서 살아간다. 재정난에 빠진 요양소를 지키기 위한 갈라 콘서트에서 그들은 무대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씩씩하게 늙어가자는 씨씨의 말처럼 인생의 끝이라 생각한 순간, 그들은 다시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다.
5 레터스 투 줄리엣(Letters to Juliet)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된 클레어는 줄리엣의 집 담벼락에 50년 전 남몰래 남겼던 편지의 답장을 받은 날, 일생일대의 용기를 내기로 한다. 젊은 날의 사랑, 하지만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가슴 떨리게 하는 그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녀와 똑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려는 손자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을 얘기할 때 늦었다는 말은 있을 수 없어.” 그녀의 용기는 남은 인생을 바꾸었다.
6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
리즈는 이혼 후 모든 것을 접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일에는 자신이 없다. “어떻게 찾은 마음의 균형인데, 사랑으로 무너질까 두렵다”고 말하며 새롭게 만나게 된 남자를 밀어내던 그녀는 이내 곧 마음을 연다. 시행착오를 겪고 흔들려도 좋다. 이 모든 게 그녀를 더 단단하게 해줄 테니 말이다.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 용기를 내고 행동으로 실천한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누릴 가치가 있다.
7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Vicky Cristina Barcelona)
두 미국 여자가 바르셀로나로 간다. 크리스티나는 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을, 비키는 유럽의 예술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하비에르를 만나는 순간 크리스티나에게 여행은 장기간의 정착, 비키에게는 순간의 일탈로 바뀌고 만다. 그래도 목적지는 같다. 결국 돌아오는 것이며, 평범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 환상과 현실이 균형을 이루는 두 여자의 여행은 우리에게 여장을 꾸릴 충분한 명분을 준다.
8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
사랑할 때 버려야 할 것들은 많다. 나만의 것이었던 영역은 우리의 것이라는 새로운 테두리 안에
재정비되며, 수많은 피로감을 동반한다. 나이가 있는 이들의 사랑은 그래서 더 어렵다. 성공한 극작가이자 고집스러운 성격의 에리카가 딸의 남자친구였던 63세의 해리에게 마음을 허물고 다가가는 모습은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게다가 그녀는 그녀가 버려야 할 어떤 것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9 맘마미아!(Mamma Mia!)
딸 소피와 함께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도나는 딸의 결혼식 날, 자신의 옛 사랑 세 명을 만나게 된다. 비극이 될 수도 있었을 해프닝을 꾸민 소피는 사고뭉치라기보다 도나의 거울이다. 도나는 딸을 통해 자신의 젊은 날을 비추어본다. 아마추어 그룹의 리드싱어였던 그녀는 꿈도 포기하고 자신의 인생을 바쳐, 혼자의 힘으로 소피를 키워냈다. 소피의 결혼식이 도나의 지난 인생을 위로하는 축제처럼 다가오는 이유도 그 때문일 거다.
10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브리짓은 노처녀로 살아가는 것에 불안을 느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매일 일기에 적어나간다. 살을 빼고 술을 줄이리라는 결심은 번번이 실패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현명한 여자다. 직장 상사 다니엘과 인권 변호사 마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게 된 그녀는 쉽게 물드는 다니엘이 아닌 천천히 물들어 오는 마크를 택한다. 쉬운 건 빨리 잃게 된다는 진리를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11 카모메 식당(Kamome Diner)
중년의 일본인 여성 사치에는 그저, 핀란드가 좋아 핀란드로 떠나기로 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주먹밥집을 내고 미도리, 마사코와 함께 식당을 꾸려나간다. 사치에는 자신이 숨기고 있는 상처의 깊이만큼이나 외로운 인간이다. 그러나 숨어버리기보다 다른 사람과 부딪치는 편을 택한다. 때문에 그녀가 만든 작고 단단한 주먹밥은 숨어버리고 싶은 또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12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I Don’t Know How She Does It)
영화는 일과 가정 모두 완벽하고 싶은 현대 여성의 삶을 들여다본다. 능력 있는 펀드 매니저이며, 충실한 주부인 그녀는 어느 쪽도 잃고 싶지 않은 욕심쟁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녀는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를 알아본다. 첫 눈이 오는 날, 아이와 함께 눈사람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장을 포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조소영
    포토그래퍼
    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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