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 현실 적용편

<직장의 신>은 끝났지만 드라마가 남긴 어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취업난, 비정규직, 권고 퇴직, 그리고 사내 연애에 이르기까지 <직장의 신>의 배경이 된 회사, 와이장에서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를 현실에 적용해봤다.

박봉희 비밀스러운사내 연애에 임신까지한 도발적 비정규직. 미스김 오로지 자신과수당과 자격증만을 위해일하는 자발적 비정규직. 장규직 회사에 충성하고계약직에 매정한영업부 팀장. 정주리 88만원세대를 대표하는불운의 아이콘이자신입 비정규직. 고정도 꼬박꼬박나오는 월급에만족하는 무능한만년 과장. 무정한 팀원을 식구라생각하고 경쟁보다협력을 권하는 영업지원부 팀장. 황갑득 마케팅 영업부의절대 실제이자 막강권력의 부장.

내 아이디어 사수하기
직장의 신 계약직 정주리는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잠과 취기를 참아가며 기획안을 작성하지만 그 공로는 정규직 팀원들에게 돌아가버리고 만다. 과연 이것이 비정규직에게만 일어나는 일일까? 정규직인 장규직이, 무정한이 지방 공장으로 좌천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하자 미스김은 말한다. “파마씨(장규직)한테 기획안 뺏길 때부터 예상했던 일입니다.”
현실 적용 입사 동기의 아이디어도 빼앗는 것이 직장의 현실이다. 관건은 이 일에 대처하는 자세다. 만약 상사가 당신의 아이디어를 훔쳤다 해도 당장 사표를 쓰거나 억울한 사연을 가슴에 품고 살벌한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미 사건은 일어났고, 저항하기 힘든 구조라면 양자 모두 체면을 살리고 공생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중요한건 당사자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쐐기를 박는 것이다. ‘억울하지만 당신이 나의 상사인 만큼 공을 당신에게 돌리겠다’는 태도를 취하면 상사는 언젠가 그 빚을 한 번쯤은 갚을 것이다.

상사의 심부름에 대처하는 자세
직장의 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것 같은 불운의 아이콘 정주리는 회사 복사기를 만지다 결국 고장을 내고 만다.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층에서 복사를 시도하고, 직원들은 그걸 약점 잡아 온갖 심부름을 시키기 시작했다. 급기야 누군가 담배 심부름을 시키자 옆에 있던 다른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담배를 사올 것을 외친다. 메모지에 담배 브랜드를 받아 적는 정주리의 모습에 미스김은 울화통이 터진다.
현실 적용 물론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현실에서도 심부름을 시키는 상사는 부지기수다. 문제는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 그것을 심부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또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임에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데 있다. 어느 정도는 좋은 마음으로 해줄 수 있지만 자존심을 건드릴 정도라면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게 능사가 아니다. 객관적으로 판단해 정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일단 한 번은 하고, 이 심부름을 하면서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느꼈다는 식으로 정중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같은 심부름을 계속해서 떠안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또 상사가 심부름을 시켰을 경우, 언제까지 해야 하는 일인지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차라리 거절을 할지언정,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아무런 설명 없이 심부름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애써 심부름을 한다 해도 늦었다고 욕먹을 게 뻔하니까.

어떻게 입고 신을 것인가
직장의 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정주리는 운동화를 신고 있다. 편안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그녀를 불만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던 부장 황갑득은 결국 쓴소리를 늘어놓는다.“ 10분만 더 신경 쓰면 될 것을 옷차림이 그게 뭐야.” 낭창한 정규직 금빛나가 옆에서 한술 더 뜬다. “너는 왜 운동화만 신고 다녀? 구두 신으면 예쁠 텐데.”
현실 적용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정주리에게 금빛나가 신은 것 같은 휘황찬란한 하이힐 슈즈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운동화여야 했을까? 아무리 전쟁터 같은 출근길을 거친다 해도 플랫 슈즈 정도는 신을 수 있었다. 요즘 편하고 디자인도 깔끔한 플랫 슈즈가 얼마나 많이 나와 있나! 출근과 퇴근은 그렇다 쳐도 갑작스럽게 외부 미팅이라도 잡히면 어찌 할 건가! 이러한 돌발 상황에 대비해 한두 개의 구두는 책상 아래에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일만 잘하면 되지 그깟 의상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한 번 각인된 사람의 인상이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법이다. 직업에 어울리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나쁠 것이 없고, 그러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차림새만큼 확실하고 용이한 수단도 없다. 구두는 물론 깔끔한 재킷과 갑자기 구멍이 나도 당황하지 않도록 여분의 스타킹까지 준비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할 수 없는 회식을 위하여
직장의 신 미스김은 회사에서 하는 회식을 ‘몸 버리고 간 버리고 시간 버리는 자살테러’라고 정의한다. “저처럼 소속이 없는 사람이 회식에 참여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라며 참석을 거부해 팀장 장규직을 당황하게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직은, 아니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미스김이 아닌 정주리처럼 행동한다. 1차, 2차의 회식 자리가 끝난 뒤에도 붙잡혀서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억지로 마시는 것이다.
현실 적용 회식은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상사의 썰렁한 농담과 잔소리를 견뎌내야 하고, 최신 가요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워야 하고, 버스나 지하철 운행 시간을 넘긴다면 거금의 택시비까지 털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할 수 없으니 즐기는 수밖에! 이왕 미스김처럼 말하지 못할 거라면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과 좀 더 친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게 어떨까? 생각해보면 인맥을 넓히고 친목을 도모하는 데 술자리만 한 기회도 없다.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 절호의 기회로 만든다면 회식은 분명 하나의 ‘놀이’가 될 수 있다.

사내연애와 임신이라는 딜레마
직장의 신 계약직 박봉희는 계약 연장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사내연애’와 ‘임신’ 사실을 숨긴다. 하지만 비밀은 오래가지 못한다. 교제 사실은 물론 임신 사실까지 알게 된 팀원들의 섭섭하다는 반응에 박봉희는 말한다. “임신한 걸 밝히면 재계약 안 될 거 뻔히 아는데 어떻게 말해요 . 나도 남들처럼 축복받으면서 회사 다니고 싶었다고요.”
현실 적용 계약직 신분이라면 결혼이나 임신이 마냥 기쁜 일일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결혼과 임신을 늦출 수도 없는 일이다. 결혼도 임신도 타이밍이 관건이다. 회사도 분위기가 좋을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경기가 좋은 시점을 노려야 하고, 무엇보다 평소에 팀원들과 끈끈한 관계를 쌓아둬야 한다. 또 육아 휴직 중에도 회사와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좋다. 틈틈이 안부를 묻고, 업무에도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복귀하기 몇 주 전에 회사에 들러 인사를 하고, 자신의 업무를 맡아준 동료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 예의다. 가장 친한 사원과 점심을 먹으며 그간 회사 내부의 조직원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속속들이 알아내야 복귀한 후의 적응 시간을 단축 할 수 있다. 아주 기본적인 일이라도 당신이 없는 빈자리가 공허하게 느껴질 만큼 똑 부러지게 해둔다면 회사는 기꺼이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외국인과의 비즈니스 미팅
직장의 신 러시아의 대형마트 ‘째로바치’의 CEO 사라시바와 수출계약 미팅이 있는 날. 장규직은 밤새워 러시아어를 공부했지만 고집 센 러시아 CEO 사라시바의 억지흥정 때문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회의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퇴근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아챈 미스김은 사라시바에게 러시아어로 윽박질렀고 그녀의 카리스마에 눌린 사라시바는 결국 와이장이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현실 적용 현실에서도 업무 중에 외국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어 울렁증’을 호소하며 미팅 자리를 꺼리기 일쑤지만 사실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일 뿐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가 아니다. 국적이나 인종, 언어에 상관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임한다면 그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장애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미팅 전후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 상대방이 관심 있어 할 만한 대화 소재를 찾고 서로 민감해질 수 있는 정치, 종교, 인종적 이슈는 피해야 한다. 그가 돌아간 후 “만나서 반가웠다, 다음번에 네가 추천한 그곳에 가보겠다” 등의 이메일과 메시지를 간간이 보내면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

무능한 상사도 엄연히 상사다
직장의 신 와이장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 닥친 가운데 고정도 과장이 권고사직 통보를 받게 된다. 착하고 줏대 없는 상사 무정한이 미스김에게 고 과장이 권고사직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 부탁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 선배 자리 보존을 위해서 계약직 몇 명이 교체되는지 아나요? 고장 난 시계는 버려지는 게 현실입니다.” 다행히 옛 방식을 고집하는 거래처 회장이 고 과장의 손 글씨에 감동해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권고사직을 면할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해피엔딩은 극히 드물다.
현실 적용 고 과장은 확실히 무능한 상사다. 하지만 무능한 상사도 엄연히 상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에게도 수년간의 사회생활을 통해 쌓은 눈치가 있고, 스스로도 업무 능력이 좋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를 탓하기에 앞서 무능력이란 게 일부분에 제한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해보는 건 어떨까?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근무 태도가 어떠한지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 의외의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무능함을 탓하기보다 그의 강점을 찾아,팀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이롭다. 그가 훌륭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책을 권하는 것도 방법이다. “꼭 읽으셔야 합니다”가 아니라 “이 훌륭한 책을 읽다가 부장님을 떠올렸습니다. 부장님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설사 그가 끝까지 유능한 상사가 되지 않는다 해도 평생을 함께할 인생의 선배를 찾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직장의 신 ‘말말말’>

“저는 회사에 속박된 노예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황갑득 부장이 미스김에게 정규직 전환을 제안하자 과감하게 뿌리치며 미스김이 하는 말. 대한민국의 수많은 비정규직이 그녀의 말에 통괘함을 느꼈다.

“회사는 생계를 나누는 곳이지 우정을 나누는 곳이 아닙니다”
무정한이 해고 위기에 처한 장규직을 도와달라고 미스김에게 부탁할 때 미스김이 하는 말.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는 비정규직에게는 동료와 우정을 나누고 동료를 위해 내 것을 포기하거나 배려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회사에서 내 의자를 잃는 것보다 무서운 건 동료를 잃는 거야”
장규직은 동료인 무정한과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빼앗으려 했다. 장규직이 “내 의자 지키려면 남의 의자 밟고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하자 미스김이 하는 말. 어쩔 수 없었다며 이기적인 길을 택하는 장규직을 정통으로 힐난한 것이다.

“이번 달도 무사히 버텼네요”
월급 날, 정주리는 ‘다음 달 월급까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날을 버텨야 할까?’라고 독백했고, 미스김은 동료의 납골당을 찾아 “이번 달도 무사히 버텼네요”라고 말했다. 장규직은 아버지의 납골당을 찾아 “이번 달도 무사히 월급 탔습니다”라고 안도했다. 정규직도 계약직도 회사에서 한 달을 버텨내는 건 마찬가지였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넌 그냥 너의 길을 가면 되는 거야”
미스김은 계약이 종료되자 미련 없이 사무실 사람들에게 인사를 고했다. 정주리가 왜 재계약을 하지 않느냐고 묻자 미스김이 하는 말. 그녀의 조언 덕분에 정주리 역시 용기 있게 정규직 제안을 거부하고 동화 작가로 거듭난다.

    에디터
    조소영
    기타
    PHOTO / KBS,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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