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랑 – 도산공원으로
도산공원과 한남동, 가로수길과 양재천, 상수동과 북촌까지 시차 없는 서울로 여행을 떠났다. 마음먹고 여행한다면, 그 어떤 도시보다 매력 있는 바로 그 동네로.
도산공원으로
청담동이 기력이 쇠하는 사이 도산공원 주변은 청담동보다 더 청담동 같은 곳이 되었다. 럭셔리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편집숍은 물론 곳곳에 숨어 있는 멋진 공간은 손님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맞추기 위해 있는 힘껏 노력 중이다. 그러니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완벽주의일지도 모른다. 최고의 초밥집이 서로의 솜씨를 자랑하는 사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시즌마다 멋진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문화에 대한 갈증을 채운다.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작지만 계절을 느끼기에 충분한 도산공원이 있다.
1. 313갤러리 도산공원 입구에 나란히 서 있는 호림미술관과 313갤러리. 건너편 오페라 갤러리까지 도산공원에 문화적 정취를 더하는 주인공들이다. 호림미술관이 단단한 껍질 속에 전시장을 숨겨두고 있다면 313갤러리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구조로 공공미술을 실현 중이다. 덕분에 이곳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아도 누구나 313갤러리가 선택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신사동 313번지라 313갤러리라 이름 붙은 이곳의 최근 전시는 프랑스 작가 소피 칼의 <Ouet Quand?>으로 소피 칼이 내한해 아트 토크를 열기도 했다 . 다음 전시는 갤러리의 소장품전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30-31 문의 02-3446-3137
2. 맨메이드 카페 도산공원의 새 식구인 맨메이드 우영미 안에 이렇게 멋진 카페가 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침부터 낮까지 높은 창에서 사정없이 햇살이 들어오는 이곳은 우영미의 스타일대로 온통 모던하지만 도심 속 캠핑처럼 자유로움이 묻어난다. 콜맨과 스노우픽의 캠핑 의자에 씌운 니트 커버는, 우영미 니트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실로 손으로 하나하나 뜬 것이라고. 마리아주 프레르의 차와 커피,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카페 안 모든 공간에서 흡연이 가능하지만 천장이 높고 환기가 잘되어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미덕을 가진 카페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8-1 문의 02-515-8897
3. 골든 버거 리퍼블릭 도산공원을 산책하다 갑자기 뜨겁고 고소하며 기름진, 잘 만든 버거를 먹고 싶어졌다면 골든 버거 리퍼블릭에 가면 된다. 좋은 재료로 만든 버거가 가득하니까 말이다. 오징어 먹물로 만든 검은 번에 직접 만든 야채 스튜 라타투이를 넣고, 체다 치즈와 베이컨을 올린 블랙 버거는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구운 파인애플과 바비큐 소스, 달걀이 어우러진 로트 버거도 고민하게 만드는 메뉴다. 20인분 정도를 주문하면 이곳을 몇 시간 동안 빌릴 수도 있다. 아이들의 생일파티 장소로도 인기 있다지만, 이 좋은 걸 아이들에게만 양보하란 법은 없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7-1 BK 빌딩1층 문의 02-548-0661
4. 마이쏭 도산공원 입구의 터줏대감 중 하나인 마이쏭이 최근 재미있는 일을 시작했다. 내부에 아일랜드 주방을 만들고 쿠킹 클래스를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요리 스승을 초빙할 계획이지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이송희 셰프의 어머니 임춘분 여사가 가르치는 ‘경주 밥상’이었다. 다섯 명이 오순도순 둘러 앉아서 배울 수 있는 쿠킹 클래스의 가격은 2회에 10만원. 전을 부치고 국수를 마는 쿠킹 클래스가 열리는 동안에도 마이쏭의 문은 그대로 열려 있다. 손님이 레드벨벳 케이크를 먹는 동안 한쪽에서는 집에서도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를 배우는 것이다. 마이쏭에서는 그래도 자연스럽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0-17 문의 02-518-0105
5. 아뜰리에 에르메스 도산공원 풍경을 고급스럽게 바꾼 주역인 메종 에르메스. 처음 도산공원에 들어섰을 때는 의외의 선택으로 여겨졌으나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스트리트 콘서트부터 겨울의 트리 장식에 이르기까지, 계절마다 도산공원을 예쁘게 밝혀주는 공신이다. 특히 3층에 자리한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에르메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좋은 전시를 무료로 선보인다. 현재는 크리스 마커의 <꼬레안들>전이 전시 중. 지하에 위치한 카페 마당은 일본인 여행자들이 도산공원에 오면 꼭 들르는 명소이며 같은 층에 에르메스의 유산을 전시하는 뮤지엄도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30-26 3층 문의 02-544-7722
6. 애술린 라운지 애술린 라운지가 문을 활짝 열었다. 충분히 따뜻한 계절이 도래하면서, 그동안 닫아두었던 테라스 공간을 더 넓고 산뜻하게 정돈했다. 아트북 출판사 애술린의 아시아 최초 라운지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오픈한 이곳은, 이제 샴페인과 커피, 칵테일뿐만 아니라 제법 맛있는 브런치와 점심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브런치 명소가 많은 도산공원이지만 애술린의 매력은 여전히 한적하고 조용하다는 것이다. 날씨 좋은 날, 테라스 자리에 앉으면 일어나기가 싫어진다. 게다가 늘 새로운 책이 눈에 들어와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선물하기 좋은 작은 소품도 많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31-36 지하1층 문의 02-517-0316
7. 산타 마리아 노벨라 산타 마리아 노벨라 매장은 다른 곳에도 있지만 독채로 이루어진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향수 레이어링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단일 향을 섞어서 나만의 향기를 만드는 것도 그렇다. 좋아하는 꽃으로 부케를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8가지 이상의 향을 조합해도 여전히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차를 맛볼 수도 있다. 안쪽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장미차와 여러 잎을 블렌딩한 릴랙스차 두 가지 중 선택해 티팟 가득 우린 차를 천천히 즐길 수 있다. 차는 아직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아 직접 피렌체에서 사오지 않는 한, 여기서만 마실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0-18 1층 문의 02-546-1612
8. 살바토레 쿠오모 키친 여전히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살바토레 쿠오모. 진부하다 싶으면 가차 없이 외면받는 도산공원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피자에도 인증이 있다는 걸 알려준 DOC 피자는 여전히 의무처럼 주문하게 되는데 요즘은 점점 안티파스토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초여름의 테라스는 도산공원을 바라보며 낮술 마시기 좋은데, 다양한 모둠생햄과 살라미, 올리브, 치즈를 올린 생햄 플레이트에 생맥주나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면 행복이 뭐 별건가 싶어진다. 피자는 작은 것과 큰 것 두 가지 사이즈로 주문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6-2 문의 02-3447-0071
9. 맛다방 좋은 것과 멋진 것들, 다시 말해 값비싼 것들이 주를 이루는 도산공원 일대에 한 달 전, 분식집이 생겼다. 이름하여 맛다방. 기차역처럼 멋스럽게 지은 이곳의 메뉴는 여느 분식집과 비슷하다. 떡볶이, 튀김, 순대볶음과 쫄만두. 하지만 만들어진 튀김이 완벽하지 않다며 지금은 튀김을 팔 수 없다는 셰프가 있는, 소신 있는 분식집이기도 하다. 한 접시에 9천원을 받는 닭도리탕은 분식집과 한식집의 딱 중간 맛이고,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순대볶음도 한 접시가 든든하게 나온다.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곳은 곧 도산공원의 명소가 될 것 같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31-10 1층 문의 02-547-0531
10. 요코모리 준 스시 마츠모토 아래층에서 매일 저녁 요코모리 셰프가 갓포 요리를 선보인다는 것은 아는 사람만 안다. 현재 도산공원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 중 하나인 요코모리 준. 갓포 요리는 계절의 미학을 선보이는 가이세키 요리에 기반을 둔 술집 요리를 말한다. 다양한 요리와 함께 사케, 맥주를 즐길 수 있는데, 미소를 곁들인 가지구이, 최상급 참치와 농어, 벤자리 등 계절의 맛이 오른 재료를 맛있게 차려낸다. 바 자리에 앉아서 꼬치요리를 한입 베어 물면 지금까지 먹어온 꼬치는 다 뭐였나 싶다. 특히 닭껍질 꼬치는 맥주도둑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30-1 지하1층 문의 02-545-6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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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안형준, 이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