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초상

사진가들에게 ‘가족’을 담은 사진을 부탁했다. 거기에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운명처럼 만난 강아지가, 오랜 스승이 있었다. 함께 울고 웃으며 평생을 껴안고 살아갈 내 사람이 여기에 있다.

나에게 개들은 숙명이다. 나의 의지로선택할 수 없는 형제, 부모와 같다. 사진의세 아이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난 뒤, 또 어디선가 숙명처럼 내게 왔다.기대어 쉴 수 있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온전한 나의 가족이다. - 김태은 올해 1월, 평생을 함께할 사람에게반지를 끼워줬다. 소중한 가족이생겼다는 건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그녀 덕분에 행복한 일들이 일어날것 같다. - 유영규 2006년 4월 27일, 나는 엄마가되었고, 남편은 아빠가 되었고,우리는 비로소 가족이 되었다.제왕절개로 개복한 배를 닫기도전에 아이와 함께 찍은 첫 번째가족 사진이다. - 조선희 우리가 만나서 앞으로 얼마나 함께할 수 있을지모르겠다. 영원함은 가능한 일이 아닌데, 마치시간이 무한한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끝은모르지만 서로에게 주어진 시간의 많은 부분을공유하고 살아갈 사람이다. - 이솔네 어떠한 순간에도 내 편이 되어주는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친구 같은남편. 어시스턴트도 없던 시절, 그를데리고 다니며 테스트 컷을 촬영하곤했다. 덕분에 그의 사진은 테스트컷뿐이다. 그게 좀 미안하다. - 신선혜 어느 날 친구에게 가족 사진을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가끔가던 카페에, 동네의 담벼락에허름한 의자를 가져가서 사진을찍는 동안 어머님께서 많이웃으셨다. 그래서 유독 기억에남는다. - 김상곤 나의 아버지와 조카 박시하, 강아지 봉고는 함께 산책을 했고 나는 속도를 늦춰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걸었다.세 살짜리 조카는 할아버지를 따라 자주 뒷짐을 지고 걸어 다니곤 했다.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과의 한순간. - 박기숙 그녀와 오월이면 가족이 된다. 사진가로독립하면서 그녀에게 포트폴리오작업을 부탁하게 되었고, 그렇게 인연이시작되었다. 연인이 되고 가족이 될 수있게 해준 바로 그 사진이다. - 주용균 친구랑 같이 살게 되면서 덩달아 함께살게 된 고양이 코코는 나의 발 냄새를좋아하고 나는 그의 말랑한 발바닥을좋아한다. 많이 아팠던 그가 마취에서깨어났을 때,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찍었다. 오래오래 같이 살자던 내 말은아마 못 알아들었을 거다. - 황혜정 2007년, 내가 사진가 김태은의어시스턴트로 일할 때, 그녀는34살이었고, 나는 27살이었다. 함께출장 간 피렌체의 어느 길목에서그녀를 내 카메라에 담았다. 올해로나는 34살이 되었고, 우리는 오랜시간을 함께 나눈 사제지간이 되었다.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녀가 내게 해준말들이 생각난다. - 목정욱
    에디터
    조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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