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조직 vs 남자의 조직

남녀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이별의 수순을 밟게 되듯, 여자의 조직에서 일할 때와 남자의 조직에서 일할 때, 그들의 심리를 헤아리지 못하면 회사 생활도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여자의 조직과 남자의 조직, 무엇이 같고 또 다른 걸까.

1Round. 정치

여자 조직 | 대세는 따르고 뒷담화는 경청하라 수직적 관계에 익숙한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수평적 관계로 상대를 바라본다. 수직적인 남자의 정치와는 달리 직급,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경쟁하려 들기 때문에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남자 조직이 대놓고 군대 문화라면 여자 조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군기와 텃세가 흐른다. 따라서 회사 분위기에 나를 맞추는 카멜레온 전법이 필요하다. 일단은 대세를 따르고,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후에 본색을 드러내도 늦지 않다. 여기에 눈치와 센스는 필수다. 여자 상사가 원하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스스로 하는’ 센스다. 센스를 기르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무엇이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된다. 뒷담화는 경청하되, 말을 옮기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뒷담화 세력의 중심이 되지 말고 오히려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파’가 언제까지나 유지될 거라는 착각은 금물.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공감 능력이 높은 편이고, 대화를 나눌 때도 상대방이 나에게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연인 관계에서도 여자가 하소연할 때 이를 남자가 공감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지적을 해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공감하지 못하면 대화에 끼기 어렵고, 대화에 끼지 못하면 자연히 정보와 인맥에서 소외될 수 있다. 처음부터 너무 똑똑하게 보이려고 하거나, 잘하는 걸 인정받으려고 애쓰거나, 예쁜 척하는 모습은 미운털이 박히는 지름길이다.

남자 조직 | 착한 여자 코스프레는 금물이다 남자 조직에서 여자가 정치하는 것이 어려울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 99명의 남자가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경쟁할 때 1명의 여자는 존재 자체로 주변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결과 중심의 일처리가 강한 데다가 여성들만큼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미묘함을 다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에 너무 몸을 낮추기보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눈치껏 행동하는 여우 같은 후배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해서 약한 척 하는 건 절대 금물. 겉으로는 칭찬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얕잡아 보기 일쑤다. 때문에 친절함을 유지하되 만만하게 보이지 않도록 행동하는 게 포인트다. 남성의 정치는 수직적으로 이뤄진다. 누가 강자고 약자인지를 가려내고자 하는 기질이 있고, 자신보다 힘을 지니고 있거나 서열이 높은 사람 앞에서 몸을 낮추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 된다. 때문에 일명 ‘라인 잡기’가 중요한데, 어떤 상사 밑으로 줄을 서느냐에 따라 공동 운동체로서 흥망성쇠를 같이하게 됨을 기억해야 한다. 고급 정보가 오가는 흡연 구역과 3차 술자리에 참석하기 힘들다면 각종 사내 소식에 밝은 정보통과 친분을 쌓자.

2Round. 회식

여자 조직 | 맛집 리스트를 확보하라 남자 조직의 회식이 주로 삼겹살에 소주라면 여자 조직의 회식 메뉴는 버라이어티하다. 깔끔하고 맛있는 남도식 안주가 나오는 막걸리 바를 찾는가 하면, 훈남 셰프가 운영하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에 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뜨는 ‘핫’한 장소를 꿰고 있는 사람이 회식자리의 실권을 잡는다. 평소 유명 맛집 블로그를 ‘즐겨 찾기’ 해놓거나 평소에 맛집을 찾아 다니며 리스트를 확보해두자. 술을 많이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가 한약을 먹고 있어서요” 같은 얌체 같은 핑계보다 “소주 두 잔이 치사량인데 오늘 치사량까지는 먹어보겠습니다”처럼 남자들이 선호하는 복종 문화를 가끔씩 연출해도 좋다. 상사가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분위기, 좋아하는 술의 종류를 기억해두면 더욱 도움이 된다.

남자 조직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술자리가 정말 고역이라면, 처음부터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 술을 못 마신다고 하면 ‘내숭 떤다’, ‘분위기 못 맞춘다’고 욕할까 봐 걱정하는데, 사람이란 자고로 한결같아야 한다. 술에 약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 ‘이 대리는 원래 술을 못하니까 음료수나 마셔’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반면, 술을 웬만큼 한다면 회식 전 숙취해소음료를 미리 복용하고, 술자리에서 정신을 놓지 않아야 한다. 또 물을 수시로 마시고,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바깥 바람을 자주 쐬는 것이 좋다. 일단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면 계속 시계만 쳐다보지 말고 그 시간을 동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보자. 애쓰는 모습이 기특해서라도 억지로 술을 먹이거나 막무가내로 2차에 끌고 가지 않을 거다. 무엇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본래 회식의 취지이기도 하거니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3Round. 후배

여자 조직 | 든든하되 만만하지 않은 맏언니가 되어라 여자 후배들은 남자 후배들에 비해 꼼꼼하게 일하는 편이지만 큰 그림
을 보지 못하고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업무를 전달할 때 일의 단편적인 지시만 내리지 말고, 해당 업무의 목적과 진행 과정 등 전체적인 그림과 흐름을 함께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은 상사의 지적이 일 그 자체가 아니라 인격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보고서 작성을 제대로 못해 보고서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자신의 인격을 공격했다고 느끼고 이후에 관계의 장벽을 칠 수 있다. 다른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혼내면 자칫 초상집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니 따로 불러내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무조건 잘못을 질책하기 전에 회사 생활의 고민이나 고충을 물어보고, 그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업무에 대해 지적할 때 효과가 더욱 좋아진다.

남자 조직 | 하극상을 막는 기선 제압이 필요하다 능글맞은 스타일의 남자 후배는 업무 지시를 애매하게 내리거나, 감정적으로 혼내면 대들고 기어오르는 경향이 있다. 일을 시킬 때는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처리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지시를 내리고, 만약 제대로 해오지 않았을 때에는 잘못한 사실을 기반으로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한다. 반대로 칭찬을 할 때는 “역시 정사원은 믿을 만해!” 등 신뢰와 책임감을 팍팍 불어넣는 멘트를 함께 날리면 좋다. 채찍질을 할 땐 매섭게, 당근을 줄 땐 당근 위에 초콜릿까지 발라서 줘라. 그들은 자신이 유능하고 특별하다는 존재감을 확인받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잘했을 때에는 충분하게 칭찬을 해 자신의 유능함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하고, 부족한 결과가 나왔을 때에는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이것밖에 하지 못했나”의 뉘앙스로 충고하는 것이 좋다.

4Round. 패션

여자 조직 | 안 보는 척, 위아래로 스캔하고 있다 남녀공학보다 여대에 다니는 이들이 더 잘 꾸미고 다니는 것처럼, 여초 회사의 직원들이 남초 회사의 직원보다 옷을 잘 입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기 때문이다. 패션과 뷰티에 대한 관심이 모여서 대화를 꽃피우는 순간, 단순한 관심과 흥미는 소비로 향하게 된다. 동기가 샤방한 원피스를 입고 오고, 신상 가방을 들고 오면 점잖은 지름신이라도 자극받을 수밖에 없다. 여자 조직에서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것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리 만무하다. 오히려 유행에 뒤처지는 옷을 입거나, 감 떨어진 헤어 스타일에 뒷말이 나오고, 센스 없는 여자로 낙인찍힌다. 패션 업계, 홍보 업계의 경우 직원의 스타일이 곧 회사의 이미지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스타일도 하나의 능력이 되는 것이다.

남자 조직 | 하이패션은 주말로 미뤄라 시대가 변해간다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은 패션에 보수적이다. 게다가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상의나 짧은 치마, 다리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은 여자를 볼 때 그들은 본능적으로 집중력을 잃는다. 그러다 뒷말이 나오고, 며칠 후에 직원들의 올바른 복장 가이드에 대한 전사 공지가 내려오는 게 수순이다. 파워숄더의 검정 재킷과 비 오는 날의 레인 부츠 등은 야하지 않으니 괜찮지 않냐고? 남자가 많은 조직에서 여자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관심 대상에서 관리 대상이 되고 싶지 않으면 옷은 너무 튀지 않게 입는 게 좋다. 업무 실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의상으로 점수가 깎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Round. 사내 연애

여자 조직 | 공개를 하되 속속들이 드러내지는 마라 공개를 하되, 질투나 시샘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관건이다. 연애를 하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고, 축하받고 싶은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다만, 조용히 만나는 느낌을 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싱글 선배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면 회사 내에서 닭살 돋는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 사람들이 둘의 연애에 대해 알고는 있되,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상상할 수 없도록, 그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도록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연애에 대해 물어보면 빙그레 미소 지으며 ‘그저 웃지요’로 일관하거나 “잘 만나고 있습니다” 하고 말을 아끼는게 상책이다. 연예인들의 연애 관련 인터뷰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단, 이별하게 되면 두고 두고 안주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게 함정이긴 하다.

남자 조직 | 회사의 분위기를 보고 공개 여부를 결정하라 남초 조직에, 보수적인 기업일수록 사내연애를 반기지 않는다. 일하라고 뽑아놨더니 연애질을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인사고과나 중요한 프로젝트 등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때문에 연애를 시작했더라도 청첩장을 찍기 전까지는 ‘비밀 연애’를 하는 것이 좋다. 한때 사내 커플이었던 은행원 A는 말한다. “동기였던 그와 헤어지고 난 뒤, 저만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받았어요. 더 화가 나는 건 다른 지점으로 옮긴 후에도 ‘누구의 전 여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는 거예요.” 보수적인 회사에다 조직원들의 사고까지 꽉 막혀 있다면 단 한 번의 사내 연애로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사내 연애의 공개 여부는 연애 자체를 고려하는 것만큼이나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에디터
    조소영
    포토그래퍼
    이주혁
    기타
    도움말 | 이미정(<똑똑한 여우들의 직장생활 다이어리> 저자), 이재은(여자 라이프스쿨 대표), 제품 협찬 | 킨키 로봇(Kinki Robot)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