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전쟁
보기 좋은 장미는 피부에도 좋다. 피부를 탄력 있게 하고, 다크 스팟을 지우며, 트러블을 진정시키는 장미가 화장품 속에 만개했다. 화장품 회사에서 장미 성분을 함유한 제품들을 끊임없이 내놓는 이유다.
팔방미인 장미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것은 당연지사. 2013년 봄/여름 컬렉션에는 블루걸의 장미, 샤넬의 수국, 드리스 반 노튼의 튤립, 폴앤조의 국화 프린트처럼 갖가지 꽃으로 가득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꽃의 물결 중에서 뷰티계가 주목하는 것은 장미다. 사실, 장미가 피부에 좋은 성분이라는 것은 꽤 오래전부터 입증됐다. 네로 황제는 두통과 소화불량을 장미 오일로 치료했고, 클레오파트라는 욕조에 장미 꽃잎을 가득 채워 목욕을 했다. 중세 시대의 약제사들은 소화불량과 생리통, 혈액순환 장애에 다마스크 로즈와 센티폴리아 로즈 차를 처방했다.
더마스터 피부과의 권한진 원장은 “장미에는 에스테트류, 유기산, 프로 비타민B 등 인체에 이로운 성분이 들어 있다고 현대 약리학책에 기록되어 있죠”라고 말하고, 메디컬 에스테틱 스킨파크 서재돈 원장 역시“장미에는 비타민 A, B, C, E가 풍부해 건조한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생기를 주기에 그만이에요. 특히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좋아요”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장미 꽃잎 100g 안에는 레몬보다 17배 많은 비타민 C, 토마토보다 20배 많은 비타민 A, 석류보다 많은 에스트로겐 성분이 담겨있다. 또, 리놀산과 리놀렌산이 고농축돼 기미를 옅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장미는 다른 꽃에 비해 2배 많은 활성 산소를 제거할 만큼 안티에이징 효과가 뛰어나고, 피부에 수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를 유지해준다. 프랑스 아르데시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넝쿨 식물 주변에 달콤한 향으로 작은 곤충과 기생충을 끌어들이는 장미를 심는다. 파네졸이라는 성분이 세균을 억제해 각종 해충에도 끄떡없는 장미 덕분에 넝쿨 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미의 항균 효과는 피부에도 마찬가지로 작용해 피부의 세균 번식을 억제해 피부 트러블을 잠재운다. 이렇게 장미의 효과는 피부 톤, 다크 스팟, 안티에이징, 수분, 트러블 개선까지 다양해 화장품 원료로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장미에서 향기를 빼놓을 수 없다. 화장품을 구입할 때 향이나 텍스처를 기능만큼이나 중요시하는 여성에게 장미향은 무척 매력적인 요소다. 향기로운 장미향에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있다. 권한진 원장은 “장미 향기는 신장을 강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그래서 쉽게 피로하지 않고 기분 좋은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죠”라고 언급한다.
장미 정원 장미의 종류는 100여 가지가 넘지만, 화장품에 사용되는 장미는 로사 다마스케나, 로사 센터폴리아로 나뉜다. 우선, 로사 다마스케나는 다마스크 로즈, 불가리안 로즈 등으로 불리며 불가리아와 터키에서 주로 자란다. 꽃잎으로 음식을 장식하거나 차를 우려 마시기도 하는데 화장품에 사용할 경우 분자 구조가 미세해 피부 속으로 빠르게 침투하는 장점이 있다. 또, 여성 호르몬 균형을 유지시킨다고 한다. 로사 센터폴리아는 프로방스 로즈, 모로칸 로즈, 메이 로즈로 불리는데,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와 모로코에서 자란다. 디올 코스메틱이 프랑스의 장미 장인인 앙드레에브와 함께 7년간 연구해 무슈 디올의 정원에 있던 장미를 고스란히 재현해 재배하고 있는 장미도 이와 같은 종이다. 일명 ‘5월의 장미’라고 불리며, 꿀처럼 달콤한 향이 특징이다. 또, 알프스 산맥 근처에서 자라는 야생 장미도 화장품 성분으로 자주 사용되는데,1%의 야생 장미의 추출물은 세포 내 아쿠아 포린을 53% 증가시킨다.
장미 다루는 법 재료가 같아도 요리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장미 장인이 재배하고 이른 아침에 일일이 손으로 딴 장미는 추출법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영화 <향수>에 등장하는 냉침법은 가장 고전적인 추출법으로, 정제된 기름을 바른 유리틀에 꽃잎을 하나하나 올려놓고, 꽃의 진액이 정제된 기름에 흡수되면 떼어낸다. 정제된 기름에 로즈 에센셜 오일이 포화될 때까지 반복하고, 그 후 증발 과정을 통해 에센셜 오일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오랜 시간과 많은 노동력을 들여야 하고 추출되는 양도 적어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로즈 오일의 향이 풍부하고 수분과 영양이 가득해 고가의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다. 또 하나 오래된 추출법은 앙플랑주이다. 식물성 오일에 장미 잎을 담가 불린 후 유효 성분을 추출하는 것으로 뽑아낸 성분은 수분 지질막을 복원해 피부를 촉촉하게 해준다. 스팀 증류법은 장미를 넣은 통에 열을 가해 생기는 증기를 냉각관을 거쳐 액체로 만든다. 이 액체는 시간이 지나면 오일과 물이 분리돼 각각 장미 오일과 장미수가 되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아쿠아 포린을 증가키는 효과가 있는 장미 추출물의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미 꽃잎을 뜨거운 물에 담가 우려내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물론 추출 방법만큼 함량도 중요하다. 약 3000송이에서 추출한 1ml의 질 좋은 로즈 오일은 값이 1백만원 상당일 정도로 귀하기 때문이다.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이민아
- 포토그래퍼
- Jung Won Young
- 기타
- 도움말 | 서재돈(메디컬 에스테틱 스킨파크 원장), 권한진(더마스터 피부과 원장), 박지영(지앤영 피부과 원장), 디디에 테브난(멜비타 인터내셔널 트레이닝 매니저), 조은정(디올 교육팀 부장), 박수미(프레쉬 코리아 교육부 부장), 최주현 (록시땅 교육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