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다니는 그녀의 재테크

출근해서 퇴근까지 돈에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는 은행원은 어떻게 재테크를 할까? <얼루어> 독자와 비슷한 또래인 20 ~ 30대 그녀들의 돈 모으는 기술이 궁금해 은행을 찾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잘 놀고 잘 쓰기로 유명하던 중학교 친구 A가 은행에 입사한 지 3년째가 되어간다. 그녀는 어느덧 2천만원짜리 적금 만기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로 다니던 항공사를 그만둔 후배 B는 돈이라도 많이 벌겠다며 전공인 경영학을 살려 증권사에 입사했다. 예전에는 만날 때마다 새로운 가방을 들고 나왔지만 지금은 1년째 들고 다니는 가방 그대로다. 그녀들은 시간이 지나며 철이 든 걸까?

“내가 계좌를 개설해준 고객이 있어. 평범한 신입사원인데 내가 몇 년 동안 모은 것보다 더 큰 금액을 1년 만에 모은 거야.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보니까 존경스럽더라고.” A는 담담하게 말했다. 다음은 B의 경우. “나이 든 고객들을 보면 돈이 있으니까 자식들에게도 당당하더라고. 창구까지 따라와서 부모에게 애걸하는 자식들을 보면 씁쓸하면서도 부모가 돈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어.” 그랬다. 그녀들이 돈을 모으기로 작정한 것은 매일 접하는 금융 상품과 투자 정보 때문만이 아니었다. 타인들의 적나라한 통장 잔액을 지켜보면서 동기 부여를 받은 것이다. 돈을 모으겠다는 뚜렷한 목적 의식이 생기면, 재테크에 대해 듣고 보는 것이 많은 그녀들에게 재테크는 유리한 게임이 된다. 문득 첫 적금을 네 달 만에 해지하러 갔을 때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던 은행 직원이 떠올랐다. 보통의 우리들보다 돈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이 있는 그녀들이 이야기하는 재테크의 비결은 이것이다.

상품 비교는 철저히!
은행, 증권사 등 금융 기관을 자주 찾는 고객일수록 적금 해지율이 낮고, 돈을 성실하게 모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은행권에 근무 중인 그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기예금 이율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떨어진 요즘일수록 특판 예금이 출시되지는 않았는지, 인기 상품은 무엇인지 수시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매가 종료된 상품이 다른 이름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있어요. 작년에 신용카드 이용액과 계약기간에 따라 우대이자율을 적용해 인기를 끌던 적금 상품이 판매를 중단했다가 얼마 전 새로운 상품명으로 출시한 게 그 예죠. 이런 것이야말로 은행에 들러야 알 수 있는 사실이겠죠?” 우리은행 언주로 지점 조정수의 말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신증권 서여의도점에 근무하는 김아라는 대표적인 재테크 포털 사이트 모네타(www.moneta.co.kr)를 이용한다. “장기 주택마련저축에 가입할 때도 모네타 사이트를 통해서 가장 높은 복리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을 선택했어요. 전문가와 재테크 설계를 상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투자 상품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금융기관을 돌아다니며 컨설팅을 받다 보면 각 기관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을 거예요.”

‘남는 돈’이란 없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월급생활자의 재테크에 있어서 진리와 다름없다. 그녀들 모두가 보너스나 생활비에서 남는 자투리 돈은 무조건 저금하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세상에 ‘남는돈’은 없다. 그녀들은 심지어 월 지급식 ELS 상품을 통한 수익금도 적금이나 펀드에 부지런히 추가 납입한다. 은행에서 출시한 스마트폰 적금을 통해 틈틈이 금액을 납입하는 것도 납입금액을 자연스레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커피 아이콘을 클릭하면 커피 금액인 5천원이, 택시를 클릭하면 택시비에 해당하는 1만원이 납입되죠. 이 앱을 쓰다 보면 무심결에 지출할뻔했던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돼요.” 씨티은행 연희동 지점에 근무하는 이정은의 노하우다. 물론 살다 보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특히 사회 초년생의 경우 학자금 대출이 재테크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학자금 대출처럼 조기상환이 가능하고, 조기상환 수수료가 없는 대출의 경우 당연히 빨리 갚는 것이 좋다. “대출금리는 신용도가 좋아도 일반적으로 6%를 넘는 반면, 일반 적금이나 예금의 금리는 4%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죠. 목돈도 만들어야 하지만 대출 상환을 먼저 하는 것이 전체적인 재테크 그림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학자금 대출 상환을 두 달 남짓 남겨두고 현재 새로운 투자 상품을 물색 중인 하나은행 쌍용동지점 전은지의 말이다.

주식보다는 적립식 펀드
‘주식은 나중에!’ 특히 주식시장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수익률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에 투자를 생각 중이라면 그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주식은 결코 쉽지 않아요. 주식으로 단기간에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입니다. 그래도 주식을 하고 싶다면 차라리 유망한 우량주를 조금씩 사서 오래도록 보유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외환은행 강남지점에 근무하는 박유진은 말한다. 하지만 저금리 때문에 정기 예금과 적금이 ‘목돈 마련’ 외에는 의미가 없는 요즘, 약간의 모험을 해서라도 수익률을 내고 싶다면 적립식 펀드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국내 주식형을 추천해요. 비과세 상품인 데다가 해외 펀드에 비해 가치 평가도 쉽거든요. 예전에 화제가 됐던 브릭스 펀드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실하기 그지없었죠. 펀드를 구입할 때 환매 조건도 살펴보세요. 환매가 쉬울 경우에 자금 유출이 잦아 펀드가 불안정해지기 쉽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수지지점 천경이의 경험담이다.

목돈은 어떡하지?
드디어 찾은 적금! 만기가 된 목돈을 어디에 쓸지 정확한 계획이 없다면 일단은 MMF나 CMA에 맡기자. 주로 국공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MMF의 금리는 2%대로 높지 않지만 CMA와 마찬가지로 입출금이 자유로워 적당한 투자처를 찾을 때까지 목돈을 묵혀두기에 용이하다. “본격적으로 목돈을 운용하고 싶다면 월 지급식 ELS를 추천하고 싶어요. 지금은 수익률이 10%대에서 6%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기예금보다는 훨씬 높거든요. 주가 지수에 따른 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6개월 단위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인 기존 ELS는 상환이 유예될 경우 2~3년 치 이자를 한꺼번에 받게 돼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요. 하지만 월 지급식 ELS는 상환이 몇 년 동안 유예될 일이 없죠.” 천경이의 말이다. 물론 ELS 역시 경우에 따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품이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는 복리정기예금 상품도 늘어나는 추세니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투자 비율을 조절하도록 하자.

돌아온 재형저축
‘재산형성 저축’을 일컫는 재형저축이 18년 만에 부활했다. 농협 당진해나루지점 김서희가 재형저축을 추천하는 이유는 농특세 1.5%를 제외한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비과세 상품이기 때문이다. 나날이 금리가 바닥을 치는 요즘, 처음 가입했을 때의 금리를 3년간 보장해준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7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점, 연봉 5천만원 이하만 가입 가능하고 분기당 3백만원으로 납입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 국세청에서 발급받은 자격 증명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 등 여러 조건이 붙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3월 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재형저축의 경우, 은행마다 금리 측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꼼꼼히 비교한 뒤 가입하세요. 처음 가입했을 때의 금리가 3년 동안 유지되니까요. 가입 자격은 가입 당시에만 적용되니 조건이 될 때 미리 가입해두는 게 좋습니다.”

세금, 재테크의 영원한 딜레마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절세가 재테크가 된다. “작년부터 세법이 바뀌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하향 조정됐어요. 여러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면 투자 상품들의 상환 시기를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정은은 많은이들이 상품 가입할 때 이율과 세금 혜택은 꼼꼼히 따지면서 막상 상품에 가입한 후 부과되는 세금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점을 지적한다.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어도 매년 일정한 세금이 빠져나간다는 걸 모르는 것이 그 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과세 상품, 소득공제 혜택이라는 말에 일단 솔깃해 한다. 대표적인 것이 저축보험상품이다. 중도 해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은 커녕 원금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도 비과세라는 이유로 인기를 끌고있다. 물론 운용 노하우는 있다. “저축보험은 납입기간보다 거치기간이길 때 해지금 환급률이 높아져요. 10년을 저축 기간으로 잡고 있다면 3년납, 7년거치 계약을 3년에 한 번씩 하는 방식으로 거치 기간을 길게 잡은 상품을 세 개 가입하는 게 10년 납부 계약 하나만 하는 것보다 해지금 환급률이 훨씬 높죠.” 김아라의 조언이다. 때때로 국세청이 내 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바로 연말정산 때이다. 청약 1순위 대기자 수가 수십만 명을 돌파하고 있지만 은행원들은 여전히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선호한다. 무주택 세대주에 미혼일 경우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연간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4백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한 연금저축도 미혼의 직장인들에게 환영받는 상품 중 하나다. “연금 저축의 소득공제 혜택은 소득수준이 약 5천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실질적인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논문을 본 적이 있어요. 연금저축은 연금으로 지급받을 때 소득세를 세금으로 내기 때문에 결국 조삼모사라는 거죠. 하지만 사회 초년생일 때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에요.”

노후, 어떻게 준비할까
국민연금만으로는 은퇴 후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정부에서도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면서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바로 연금저축이다. 연금저축은 크게 연금저축펀드와 연금저축보험으로 구분된다. 주식 공부에 관심이 많은 김아라는 지난 11월 신탁이나 보험상품으로 전환 가능한 연금저축 펀드에 가입했다.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을 때 매수해 현재 6%의 수익률을 보고 있지만, 연금저축은 10년이라는 장기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차후 원금이 보장되는 신탁이나 보험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박유진은 연금저축보험과 일반연금을 동시에 운용 중이다. “연금저축 상품은 당장 소득공제를 받는 것은 좋지만 펀드이건 보험이건 간에 연금 수령 시에 연금소득세를 내야 하는 단점이 있죠. 하지만 일반연금 상품은 당장은 세금 혜택이 없더라도 10년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연간 연금 준비금이 소득공제 한도인 4백만원이 넘는다면 연금저축보험은 하나만 유지하고 일반연금을 넣으세요.” 그녀의 말이다. 작년에 있었던 세제 개편으로 올해부터는 최소 납입기간이 5년으로 줄어들었지만 이전에는 최소 10년을 채워야 했던 연금저축보험은 중간 해지율이 높은 상품이기도 했다. 모든 보험상품은 중간 해지 시 해지금 환급률이 낮은 것은 물론이고 개인 설계사와 상담해서 가입할 경우 납입금액에 보험사의 사업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길.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마루
    포토그래퍼
    정민우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