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남자들

아이가 부모를 닮는 것처럼 반려견 역시 그 주인을 닮았을까? 10명의 남자와 반려견이 맺어진 사연은 가지각색이지만 자신을 따르는 생명을 사랑하고, 책임질 줄 안다는 점에서 그들은 하나같이 멋진 남자들이었다.

팬츠는 카이아크만(Kai-aakmann).

팬츠는 카이아크만(Kai-aakmann).

오승수(22세, 모델) + 코코(3세, 비글)

코코와의 첫 만남 처음 코코를 분양받은 것은 친구였다. 일하던 가게 사장님으로부터 아기 비글을 분양받았다가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유기견 센터로 코코를 데려가던 길에 나와 우연히 마주쳤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한 인연이다. 코코의 매력 비글을 보통 ‘악마견’이라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물론 처음 1년은 힘들었다. 벽지, 소파, 가구를 전부 물어뜯는 바람에 집수리를 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지금의 코코는 아주 얌전하다. 아무래도 하루에 적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씩 함께 산책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강아지가 버릇이 나쁜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건 주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코코와의 에피소드 코코는 엄청나게 깔끔하다. 자기 오줌이 발에 묻는 것도 싫어하고, 변을 본 후에는 꼭 나에게 오는데 엉덩이를 닦아달라는 뜻이다. 한번은 산책을 하다가 다른 개가 싸놓은 똥을 밟은 적이 있는데 기분이 나빴는지 산책 내내 그 발을 들고 다녔다. 어찌나 웃기던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유기견 보호소에서는 입양되지 못하는 유기견들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시킨다는데 개들이 느낄 공포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유기견들을 끝까지 보살피는 보호소를 만들고 싶다.

팬츠는 잭앤질(Jac & Jill).

팬츠는 잭앤질(Jac & Jill).

최성욱(28세, 프리랜서 촬영감독) + 봉선화(12세, 요크셔테리어)

선화와의 첫만남 선화는 세 살 때부터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았다. 아는 사람 집에 방치되어 있다시피 한 선화를 큰이모가 보다못해 데려왔고, 큰이모 집에서 선화를 본 누나가 키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선화의 매력 선화는 잠을 꼭 내 옆에서 잔다. 그것도 새벽마다 와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니 자다가 꼭 한 번은 깨는 셈이다. 선화는 살짝 집착하는 여자친구 같다. 밥을 먹든, 화장실을 가든, 소파에 있든, 침대에 있든 항상 따라다닌다. 선화를 만난 후 달라진 점 동물 권리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 얼마 전에는 가죽 소파를 구입하려는 어머니를 말린 적도 있다. 동물복지법에도 관심이 많은데, 아직 우리나라는 동물 생명에 관한 인식이 너무 낮은 것 같다. 단적인 예로 로드킬이다. 살아 있는 생명을 치었으면 당연히 내려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그냥 무시하고 간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것만은 꼭 동물도 사람처럼 상처 받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전에 지내던 곳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선화는 지금도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화장실에 가둬놨는지 화장실에 갇히면 짖어대기도 하고, 청소기 소리도 싫어한다. 물론 지금 선화는 애교덩어리다. 선화가 온 이후 가족이 아주 화목해졌다.

재킷과 팬츠는 잭앤질.티셔츠는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

재킷과 팬츠는 잭앤질.
티셔츠는 커스텀멜로우
(Customellow).

전경민(31세, 인테리어 디자이너) + 나니(닥스훈트, 2세)

나니와의 첫 만남 2년 전, 방배동 카페골목을 걷던 중 애견숍의 창 너머로 나니를 만났다. 워낙 닥스훈트를 좋아해서 예전에도 닥스훈트를 키운 적이 있다. 나니를 보자마자 ‘이 아이다!’ 싶어서 바로 데리고 왔다. 나니의 매력 눈을 맞추고 빤히 바라볼 때가 제일 사랑스럽다. 닥스훈트는 다리가 짧고 허리가 길기 때문에 두 발로 일어서는 게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런데도 나와 눈을 가까이 맞추려고 자꾸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예쁘고 기특하다. 여자친구와 셋이 산책을 자주 하는데 아무리 여자친구가 잘해줘도 뽀뽀는 나에게만 한다. 나니와 만난 후 달라진 점 나니와 오래 떨어지는 것은 되도록 피하게 되다보니 해외여행의 횟수가 줄어들었다. 대신 전보다 산책 시간은 늘어났다. 산책을 하다가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되기도 한다. 모두 나니 덕분이다. 이것만은 꼭 ‘반려동물’은 말 그대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여전히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사는 개는 이미 야생동물이 아니다. 사람과 개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반려동물이 도시에서도 건강하게 잘살 수 있도록 돌봐주는 게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티셔츠는 카이아크만.

티셔츠는 카이아크만.

손종수(23세, 모델) + 리나(8세, 믹스)

리나와의 첫 만남 8년 전, 어머니의 지인분에게서 분양받았다. 요크셔테리어와 시추의 믹스견인데 커다란 눈 때문에 리본과 레이스가 잘 어울린다. 하지만 리나는 이미 8세의 ‘할아버지’ 시추라는 것! 리나의 매력 초인종 소리가 들릴 때 외에는 절대 짖지 않을 정도로 얌전하다. 러시안 블루 고양이도 함께 살고 있는데 둘이 껴안고 잘 정도로 사이가 좋다. 눈치도 아주 빨라서 혼날 만한 일을 했다 싶으면 먼저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구석에 앉아 있는다.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 혼낼 수가 없다. 얄미운 건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리나를 만난 후 달라진 점 리나는 예민해서 조금이라도 인상을 쓰면 겁을 먹는다. 리나에게 화를 참는 것이 버릇이 되다 보니 사람에게도 화를 내지 않게 됐다. 이것만은 꼭 개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따르고 신뢰한다. 그러므로 짓궂은 장난이나 화풀이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막냇동생이 생겼다는 마음으로 대하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다.

이효섭(35세, 마케터) + 리샤(2살, 플랫코티드 리트리버)

리샤와의 첫 만남 지인이 샌프란시스코에서 플랫코티드 리트리버 한 쌍을 데려왔는데 그게 바로 리샤의 부모님이다. 리샤와 함께 태어난 다른 7마리를 분양받은 사람들과 자주 만남도 갖고 있다. 리샤의 매력 사람을 좋아하고 순하기로 유명한 리트리버인 만큼 성격도 어른스럽다. 여기에 눈빛이 깊고 덩치도 크다 보니 의지가 되기도 한다. 단점이 있다면 28킬로그램이나 나갈 정도로 덩치가 크고 털도 새까맣다 보니 산책할 때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정도다. 리샤와의 에피소드 원래 사냥감을 회수해오는 조렵견이라 그런지 공을 좋아한다. 한번은 월드컵공원을 산책하다가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을 제치고 축구공을 뺏어온 적도 있다. 그때 그 아저씨들의 황당한 표정이란! 리샤를 만나고 달라진 점 해외여행에서 돌아왔더니 애견 호텔에 맡겨뒀던 리샤가 병이 난 적이 있다. 아픈데도 오랜만에 보는 나를 향해 반갑다고 힘껏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그만 울 뻔했다. 개에게는 북어가 보약이라는 말을 듣고 당장 북엇국을 끓여 줬는데 그런 내 모습에 내가 놀랐다. 아직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지만 ‘동물자유연대’ 트위터를 팔로우하며 소식을 접하고, 동물학대방지법에 서명을 하는 등 동물과 관계된 뉴스에도 늘 신경을 쓰는 편이다.

재킷은 카이아크만.셔츠는 커스텀멜로우.

재킷은 카이아크만.
셔츠는 커스텀멜로우.

레이 강(39세, 뮤지션) + 소피(2세, 믹스) + 래미(3세, 믹스)

소피와 래미의 입양을 결심한 이유 친구인 기타리스트 이상순이 동물보호단체 ‘카라’를 통해 강아지를 입양했다는 소식을 듣고 유기견 보호소의 존재를 알았다. 봉사활동을 갔다가 매우 놀랐다. 기껏해야 수십 마리일 줄 알았는데 수천 마리가 있을 줄이야! 소피와의 첫 만남 카라 사무실에 갔을 때 열다섯 마리 정도가 구조돼 있었다. 한겨울이었는데 상자 맨 밑에 작고 못생긴 강아지가 있는 것이 보였다. 날씨가 추우니까 바닥에서 다른 강아지들을 이불처럼 덮고 있었던 거다. 재미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래미와의 첫 만남 래미는 보호소에서 다른 강아지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보호소는 대부분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강아지가 많이 아파야만 병원에 갈 수 있다. 병원으로 갔을 때 래미는 다리 세 개를 거의 쓸 수 없는 상태였다. 7개월의 치료를 받은 후 함께 살게 됐다. 이것만은 꼭 미국에서는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를 좋지 않게 본다. 중성화수술도 의무화됐다. 개가 새끼를 한 마리만 낳는 것도 아니고, 책임질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기견이 받은 상처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소피와 래미가 사랑받으며 얼마나 예쁘고 활발해졌는지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유기견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과 캠페인이 중요하다. 레드망고 대표를 비롯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강아지 옷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벌이려고 한다. 단체 이름은 ‘폴리틱(www.paulitic.com)’으로 정했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마루
    포토그래퍼
    이훈주
    스탭
    헤어·메이크업 | 성지안(토니 앤 가이)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