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 오닐이 걸어가는 길
오는 3월 31일, 예술의전당은 비올라의 깊고 그윽한 선율로 가득해질 것이다. 1집부터 7집을 망라하는 단독 공연 <My Way>를 준비하고 있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서면으로 먼저 만났다.
MBC <안녕?! 오케스트라> 이후의 근황이 궁금하다. 세계를 누비는 당신, 지금은 어디인가?
시애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공연으로 바쁘게 지냈다. 지금은 뉴욕에서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2005년에 한국 데뷔를 했으니 벌써 7년이 흘렀다.
정경화 선생님과 세종 솔로이스츠 연주를 한 것이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나를 지지해주는 많은 한국팬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활동은 관객에게도 당신에게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한국만큼 나를 열렬히 지지해주는 곳은 없다. 게다가 한국관객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열정적이고 훌륭한 관객이다. 많은 클래식 관계자가들이 관객층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것을 걱정하는데, 한국은 젊은 관객이 유난히 많다. 게다가 클래식 공연 마니아와 처음으로 클래식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허물없이 섞이기도 한다. 이보다 더 좋은 관객은 상상할 수 없다.
7개의 앨범 활동을 정리하는 공연인 만큼 프로그램을 짜는 일 역시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
1집부터 7집까지의 레퍼토리를 고르면서 이런 날이 내게 왔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다. 어렸을 때 상상만 하던 일이 정말 벌어진 거니까. ‘클라크’는 1집에 수록한 소중한 곡이고, 2집 <라크리메>는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이라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다. 3집 <겨울여행>은 처음으로 도이치 그라모폰을 획득한 앨범이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들려줄 기회는 많았지만 정작 ‘겨울나그네’는 연주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연주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미스터리오소>나 <솔로>도 매우 귀중한 레퍼토리다. 그래서 곡을 고르기가 무척 힘들었다.
확실히 당신 덕분에 비올라라는 악기가 많이 알려졌고 사랑받고 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비올라에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이다.
당신의 음악을 두고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음악이라는 말들을 한다. 그런 반응에 공감하는가?
비올라가 어둡고 진한 음색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인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선택하는 레퍼토리는 단순히 슬프거나 행복한 것이 아니다. 드라마틱한 곡들을 골라온 것이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개인적인 삶과 뮤지션으로의 삶을 잘 조율하고 있는가?
음악가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삶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 그 사이에서 좋은 밸런스를 유지해가는 게 음악에도, 나의 삶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
꾸준히 마라톤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달린다는 건 당신에게 어떤 일인가?
예전에 우연히 춘천마라톤에 출전했다. 연습하는 기분으로 참여했는데 풀 코스를 뛰게 되면서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졌다. 뛰는 동안에는 머릿속으로 음악을 그리곤 한다. 심포니 하나가 40~50분씩이니 뛰다 보면 금방이다.
용재 오닐의 음악인생에 ‘디토’는 어떤 존재인가?
디토 멤버들은 최고의 음악가인 동시에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다. 우리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새롭고 젊은 관객을 클래식으로 이끌고 있다. 앞으로의 시간이 무척 기대되는 즐거운 프로젝트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
더 많은 사람과의 공감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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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조소영
- 기타
- Photography | Courtesy of Credia, Choe Hye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