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의 어느 멋진 날
지난 12월 31일, 내로라하는 대한민국의 여배우들로 가득했던 <SBS 연기대상>에서 한지민은 단연 눈부셨다. 아름다운 한순간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시간들을 <얼루어>가 담아왔다.
이른 여름 한지민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또 만나요”라는 인사를 건넸었다. 그리고 12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다시 만났다.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그녀는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여행을 다녀왔어요. 언니랑 샌디에이고도 가고, 샌프란시스코도 가고 차를 빌려서 구석구석 돌아다녔어요. 맛있는 음식도 원 없이 먹고 정말 신나게 놀다 온 것 같아요.” 여행 이야기를 꺼내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서 시상식을 앞둔 여배우의 예민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여름날처럼 밝고 여유롭고 따뜻했다. “저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드레스룸으로 들어선 그녀는 곧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오 랜만에 갖는 공식적인 자리라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사실 예전에 시상식 드레스를 잘못 고른 적이 있어서 과한 욕심을 내지는 않아요. 하하.” 수에드블랑의 검정 시폰 드레스는 그녀의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강조해 더욱 드라마틱한 라인을 만들어냈다. “자주 시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미니드레스도 몇 벌 입어봤는데 이 드레스가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시상식 드레스는 옷이 예쁘고 안 예쁘고보다 제게 어울리는 의상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녀의 설명이 끝나자 옷 매무새를 다듬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덧붙여 말한다. “클래식하지만 모던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가미된 드레스로 준비했어요. 연말 시상식은 영화제와 달라서 대중적인 요소가 더해져야 대중과 배우의 만족도가 높아지죠. 검정으로 좀 더 우아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연출해보려고 했는데,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한혜연의 말처럼 한지민은 블랙 스완을 연상시키는 시폰 드레스와 더없이 잘 어울렸다. 크리스털이 무수히 박힌 목걸이도, 슈즈도 아름다웠지만 역시 가장 빛나는 건 그녀의 얼굴이었다. “이제까지 맑고 투명한 메이크업을 주로 했는데 오늘은 눈과 입술에 조금 힘을 줬어요. 눈매는 검정과 회색으로, 입술은 매트한 느낌의 흑장미 컬러로 마무리했고요. 아이라인은 펜슬로 그린 뒤에 펴 발랐어요. 사실 모공하나 보이지 않는 피부라 비비크림만 발라도 충분할 정도죠.” 메이크업을 담당한 제니하우스의 서희영 원장은 그녀의 깨끗한 피부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타고난 피부가 남다른 그녀지만 ‘여배우’인 만큼 평소 맑은 피부 톤을 유지하고 가꾸는 데도 열심이다.“가 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수분이에요.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수분팩을 자주 했어요. 겨울에는 특히 건조해져서 더 신경 쓰는 편이에요. 침대 옆에 수분크림을 두고 자다가도 눈이 떠지면 수시로 바르고요. 기초 화장품은 한 제품을 오래 쓰기보다는 여러 제품을 두고 그날그날의 피부 상태에 맞춰서 바꿔 써요. 가벼운 외출에는 혼자 메이크업을 하는데 아이라인은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럽게 그리죠. 별다른 색조 화장을 하지 않고 뷰러로 살짝 올리기만 해도 느낌이 달라져서 뷰러는 늘 챙겨 다녀요.”
헤어 아티스트 차홍이 그녀의 풍성한 머리를 하나로 묶으니 가늘고 긴 목선과 부드러운 어깨 라인이 더욱 도드라졌다.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는 드레스라 헤어는 일부러 자연스럽게 표현했어요. 포니테일은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뒤쪽에 살짝 거친 듯한 볼륨을 주었고요.” 대여섯 명의 스태프가 그녀를 둘러싸고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지민은 모든 스타일링에 대해 스태프들과 의견을 나누며 신중하고 꼼꼼하게 체크했다. “일할 때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도 잠깐이더라고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요. 얼마 전에 영화 <레미제라블>을 봤는데 앤 해서웨이의 멋진 연기에 반했어요. 그저 예쁜 배우라고만 생각했는데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짧은 머리도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2012년,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와 <옥탑방 왕세자>로 누구보다 귀하고 값진 한 해를 만들어낸 그녀는 2013년도 딱 올해만큼만 만족스러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기자로서 가장 기쁜 일은 역시 좋은 작품을 만나는 일인 것 같아요. 올해 만난 두 작품 모두 이제까지 해보지 못한 역할이었고,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게다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정말 감사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스태프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네고 차에 오른 그녀는 정확히 한 시간 뒤, 에 모습을 드러냈다. 곧 10대 스타상과 커플상, 드라마 스페셜 최우수연기상 등 3개의 트로피를 들고 무대에 섰다. 그녀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그렇게 쌓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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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조소영
- 포토그래퍼
- 안형준
- 스탭
- 스타일리스트/한혜연, 헤어 / 하민(차홍아르더), 메이크업/서희영(제니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