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남자 대탐구 – 몸

세상에 이유 없는 뱃살 없고, 노력 없는 복근 없다. 누구나 처음부터 그렇고 그런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래서 물어봤다. 남자의 몸매, 근육에 대하여.

몸짱 vs. 몸꽝

아직은 복근을 보여줄 때가 아니라는 자
◆ 일단 먹는 게 너무 좋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가 없다. 점점 작아지는 옷을 보면 운동을 해야겠다 마음먹지만 맛있는 음식이 눈에 보이면 싹 다 잊혀진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점심 시간에 고구마를 싸와서 혼자 따로 먹기도 애매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직업이다 보니 연륜이 쌓이면서 뱃살도 함께 늘어났다. 이게 창피해야 할 일인가? – 이철희(보험 컨설턴트)
◆ 어느 한순간 갑자기 살이 찐 게 아니라 조금씩 쪄서 살이 7kg 정도 늘었는데도 체감하지 못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매일 슈트를 입으니까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주변에서 그러더라. 감출 수 있는 살은 살이 아니라고. 그리고 아직까지는 큰 계기나 욕심이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이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 외모를 가꾸는 데 들이는 시간이 학생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러니 운동을 하는 시간이 줄어든 건 당연한 거다. – 이주영(회계사)
◆ 결혼 이후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어머니와 함께 살때보다 밥을 더 잘 먹는 것도 아닌데 결혼 이후로 살이 20kg이나 찐 건 긴장감이 떨어진 탓이리라. 확실히 총각 때보다 누군가에게 더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덜든다. 어쩌면 남성호르몬이 덜 생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절실하질 않으니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도 오래 못 간다. – 최승호(직물 컨버터)
◆ 늘 잠이 부족한 탓인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 여자들에게 이런 이야기하면 욕먹기 십상이겠지만, 정말 수면부족보다 좋은 다이어트는 없는 것 같다. 맛집을 찾아 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회사 구내 식당은 입맛에 안맞는다. 그러다 보니 회식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과식을 할 일도 없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빼빼 마른 체형이 유지된다. – 김대한(대림산업 건축사업부)
◆ 운동을 시작하면 지켜야 할 것도 많고, 먹지 말아야 할 것도 많고, 운동도 코스별로 10번씩 3회를 해야하고, 바벨을 들어 올리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리면서 뱉어야 하는 것은 시작을 하기 전부터 숨이 막히게 한다. 큰마음 먹고 열흘 열심히 뛰어도 한 이틀 소홀히 하면 그동안 땀을 흘린 보람 없이 몸무게도 몸매도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도 싫다. 세상 모든 남자가 복근을 갖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 박현우(학생)

숨길 수 없는 운동의 매력에 푹 빠진 자
◆ 운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으니까. 아침에 하는 운동은 하루를 계획하고 더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운동을 해서 좋아진 몸매는 나를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해준다. – 윤태식(헬스 트레이너, 골든핏 대표)
◆ 아침마다 수영을 1시간 정도 한다. 좋은 옷을, 입고 싶은 옷을 맵시 있게 입고 싶어서 한다. 단순 반복인 웨이트 트레이닝이 따분해서 시작했는데 재미가 있으니 꾸준히 하는 게 가능하더라. 웨이트 트레이닝은 근육이 늘어나는 걸 눈으로 확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수영 실력은 금방 는다. 게다가 경쟁심이 생겨서 담배도 절로 끊게 되더라. – 김수엽(패션 디자이너)
◆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 3~4회 한다. 주말에는 농구도 한다. 업무상 미팅과 술 약속이 잦은 편인데, 운동을 하면 확실히 다음 날 몸이 덜 피곤하다. 살찌는 것도 싫고, 피부 탄력이 처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싫었지만 운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술을 좀 더 길게, 자주 마시기 위함이다. – 박서종(뷰티 마케터)
◆ 피부가 검은 편이라 몸이라도 건강하게 만들어 ‘새까맣다’가 아닌 ‘구릿빛’ 피부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몸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기까지 3개월 정도 걸렸는데, 그때부터 욕심이 생겼다. 6개월이 지나니까 그동안 해온 게 아까웠고, 그사이 식습관도 많이 바뀌어서 음식 유혹도 저절로 절제가 됐다. 몸이 자연스럽게 고단백저칼로리 음식을 찾게 되니까 이제는 몸매를 유지하는 게 별로 어렵다는 생각이 안 든다. – 이태용(텍스타일 디자이너)

시술로 만든 근육, 그 효과는?

지방 분해주사나 지방 흡입 수술, 근육 모양을 잡아주는 시술은 자체만으로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중요한 건 시술받는 당사자의 인식이다. 시술 후에도 전과 똑같은 생활패턴과 운동 습관을 유지하고 신체에 대한 상식 없이 단순히 시간과 노력을 아끼기 위해 시술을 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몸은 오래 유지할 수 없다. 그러니 생활패턴이 잡혀있고, 지속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이러한 시술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거다.

    아트 디자이너
    Illustration / Choi Ha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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