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의 정석

내게 맞는 화장품을 고르기 위한 첫 단계는 테스트에 있다. 기초부터 메이크업 제품까지, 화장품을 직접 발라볼 때 필요한 올바른 기준과 방법에 대하여.

오늘따라 부쩍 얼굴이 거칠어진 것 같고, 다크서클도 짙어진 것 같고, 탄력도 줄어든 것 같다. 게다가 어제까지 없던 오톨도톨한 미세한 돌기가 뾰루지로 이어질까 불안하다. ‘화장품을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에 인터넷 세상에 넘쳐나는 제품 사용 후기를 검색한다. 그동안 쌓인 웹서핑 노하우로 평소 나와 피부 타입이 비슷하다고 체크해뒀던 블로거의 후기에 특히 더 주목한다. 공감이 가는 뷰티 관련 기사를 보면서 소개된 제품도 체크한다. 그렇게 점찍어둔 제품을 사기 전에 마지막으로 매장을 방문해 직접 사용해본다. 제품을 조금 덜어 손에 바르고 제품이 잘 스며드는지, 향이 어떤지 확인한다. 메이크업 제품을 고를 때에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베이스 메이크업이 유난히 들떠 보이고, 가을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은 마음에 메이크업 제품을 살 때에도 인터넷에서 발색과 지속력 등에 대한 평을 찾아보고 직접 가서 발라본 후에 제품을 구입한다. 문제는 제품을 테스트하는 과정 자체에 있는 게 아니다. 너무나 익숙한 과정이다 보니 제품을 평가하기 위해 세워야 하는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에 있다.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출시된 제품 중에 바른 즉시 피부를 촉촉하게 하지 못하는 제품이 있을까? 손등에 발랐을 때 반짝이지 않는 립스틱은? 스킨케어는 어차피 제 효과를 100% 느끼려면 피부 재생 주기가 한 번은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족히 한 달 이상을 써봐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제대로 테스트하는 방법이다. 제품을 바르면서도 이게 좋은 건지, 별로인 건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거쳤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도 한순간이니까. 피부 타입이나 취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화장품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하더라도 제품을 직접 써볼 때 원하는 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가지고 있어야 최소한 실패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많은 제품을 써봤을 전문가들에게 제품을 테스트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에 대해 물었다.

Check List

매장에 들러서 제품을 발라볼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20가지 법칙.

젤 아이라이너
1 눈에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면 라인을 그린 후 수차례 깜빡여본다. 펜슬 타입보다 쉽게 번지지 않는 것을 선택해야 하므로 눈을 깜빡이면서 속눈썹에 엉키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2 손등에 테스트를 해야 한다면 바른 직후에 문지르는 것은 무의미하다. 차라리 땀과 유분이 많은 팔꿈치 안쪽에 바른 다음 시간이 지났을 때 번지는 정도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마스카라
3 속눈썹 끝에만 바르지 말고 속눈썹 모근 가까이 발라 자극 정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4 평소 마스카라가 잘 번지는 게 고민이라면 제품을 바르고 1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번짐을 확인하는 게 좋다.

에센스
5 에센스는 어떠한 효과를 갖고 있든 간에 각질층을 뚫고 그 속으로 흡수돼야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물론 한 번 발라보는 것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 그러니 향과 질감 외에는 고기능성 성분이 피부에 자극적이지는 않은지 목과 귀 밑에 조금 발라보는 것이 최선이다.

크림
6 손등에 발랐을 때 윤이 나 보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윤기가 피지선이 많이 발달해 있는 얼굴로 가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7 보습제는 크림이든 에멀전이든 하나로 끝낸다는 생각으로 피부가 지금 필요로 하는 보습력에 맞춰 고른다. 손등에 발라 향을 맡아보고, 귀 밑이나 겨드랑이 안쪽에 발라 자극정도를 확인한다.

네일 에나멜
8 제품에 따라서 서너 번 덧발랐을 때 가장 예쁘게 발색되는 색이 있으니 테스트 전에 매장 점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9 발색 외에도 브러시의 너비와 탄력 정도, 브러시 결 자국이 진하게 생기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토너
10 피부 수축을 위한 토너인지, 피부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인지, 노폐물과 각질을 제거하기 위한 것인지 먼저 파악한 다음 pH 농도를 확인한다. 화장솜에 덜어 손등을 닦는 것보다 얼굴에 가까운 목선을 닦으면서 자극 정도를 확인한다.
11 민감한 피부라면 향이나 첨가물이 가능한 한 적은 제품을 선택하고, 향을 테스트할 때에도 제품에 직접 코를 갖다대고 맡지 말고 화장솜에 덜어서 확인한다.

립스틱
12 립스틱을 손등에 바르면 어떤 컬러도 다 예뻐 보인다. 얼굴에 바를 때에는 입술 모양과 피부 톤과의 조화를 함께 보게 되지만, 손등에 발랐을 때에는 오로지 색만 보게 된다는 데 있다. 입술과 손등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입술에 직접 발라봐야 한다.
13 입술에 바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입술의 혈색과 비슷한 손가락 끝에 발라서 색을 비교한다. 이때 손가락 끝을 비벼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색과 점성을 확인할 수 있다.
14 매장의 조명에 속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제품을 바르고 밖으로 나가 햇볕에서 확인하는 것뿐이다.

아이섀도 팔레트
15 아이섀도 팔레트를 고를 때에는 발색보다는 팔레트에 들어 있는 아이섀도끼리의 조화를 먼저 확인한다. 하나씩 따로 바르기보다는 베이스로 쓰기 좋은 제품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색이 진한 제품을 덧발랐을 때의 색과 뭉치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발색이 부족할 때에는 물을 조금 묻혀 바른다.

블러셔
16 볼은 얼굴에서 평평한 부위이기 때문에 색을 잘못 고르면 땀구멍이 두드러질 수 있다. 발색도 중요하지만 피부 부위의 단점을 부각하는 색은 아닌지 확인한다.
17 블러셔를 민낯에 바로 바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순서상 베이스 메이크업을 한 위에 바르는 제품이기 때문에 손등에 테스트를 할 때에도 베이스 메이크업을 먼저 바른 다음에 테스트해야 한다.

파운데이션
18 얼굴 톤과의 어우러짐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 번에 3가지 이상의 색을 발라 색을 비교한다. 발랐을 때 붉거나 노란 기운이 도는 색은 피한다.
19 파운데이션 색이 피부에 맞는지 확인할 때 얼굴에 직접 발라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손거울에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거울을 보면 얼굴의 피부 톤과 비교할 수 있다.
20 손등과 얼굴은 색뿐만 아니라 피부결도 다르기 때문에 얼굴에 직접 발라서 테스트하는 게 좋다. 이때 얼굴 중앙처럼 빛을 받는 부분에 묻혀 비교하는 것보다 턱옆쪽처럼 얼굴의 외곽선에 대는게 중요하다. 얼굴의 어두운 곳을 살짝 밝혀주는 색이어야 얼굴 전체에 발랐을 때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포토그래퍼
    이주혁
    기타
    도움말 | 박태윤(메이크업 아티스트), 이현아(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소연(네일리스트), 조애경(위클리닉 원장), 제프리 테스커(로라 메르시에 글로벌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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