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에 가까운 실핀의 씀씀이
비록 크기는 작지만 씀씀이가 다양해 늘 휴대하게 되는 실핀. 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이 실핀의 역할은 ‘만능’에 가깝다. 그들의 증언을 한번 들어보자.
크기 3~4cm, 무게 0.01g. 이것의 이름은 실핀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실핀을 잃어버렸다고 찾는 경우는 없다. 그냥 옆 사람에게“실 핀 하나만” 하고 빌리거나, 지나다가 눈에 띄는 상점에 들어가 사면 그만이니까. 너무 작고 가벼워 가끔 존재 자체를 잊곤 하는 이 실핀을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은 크기별로 정리해 다니며 애지중지한다. “헤어핀은 보험과 같은 거예요. 폭탄 맞은 머리도 잘 정돈해주거든요.” 헤어 스타일리스트 샘 맥 나이트의 말이다. 특히 뷰티 세계에서 헤어핀의 역할은 ‘만능’에 가깝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는 시뇽 스타일, 번 스타일, 땋은 머리, 포니테일 등등 헤어핀을 다양한 스타일에 응용한다.
샘 맥 나이트는 작은 핀은 가발이나 번, 땋은 머리를 눈에 보이지 않게 고정할 때 사용하고, 큰 핀은 가벼운 느낌의 올림 머리나 늘어진 시뇽 스타일을 연출할 때 애용한다. “검은색의 작은 실핀 덕분에 헤어 스타일링이 완벽해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끝에 고무캡이 달린 납작한 형태의 실핀을 좋아하는데, 이 핀은 주로 부스스하게 부풀린 헤어를 연출할 때 사용해요. 헤어를 부풀린 다음, 이마 라인에 가깝게 핀을 꽂으면 여성스러우면서 클래식한 느낌이 살아나죠.” 그는 다양한 색과 장식의 핀을 애용하는데, 지난 가을/겨울 샤넬 컬렉션에서도 다양한 크기의 핀을 이용해 헤어 연출을 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귀애 역시 실핀을 애용하는데, 특히 잔머리를 깨끗하게 고정하기 위해 고정력이 좋은 실핀을 사용한다고. 반면 땋은 머리나 얼키설키 꼬아 올린 번 스타일을 연출할 때에는 U자 모양 핀을 바느질하듯 꽂는다. “밝은 금발에는 검은색의 실핀이 포인트 액세서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검정 머리에는 액세서리의 효과는 없어요”. 그녀는 검정 머리에는 금색이나 보라색 같은 실핀이 잘 어울린다고 덧붙인다.
일반 실핀보다 두 배 정도 긴 길이의 핀을 가르마를 탄 뒤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꽂으면 앳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 역시 이런 이유로 실핀을 애용한다. “실핀을 꽂았을 때와 안 꽂았을 때의 느낌은 전혀 달라요.” 단발머리에 실핀을 꽂으면 여성스러우면서 복고적인 이미지가 연출된다고 말한다. 단 머리카락 숱이 너무 없거나 축 처지는 타입이라면 머리를 감을 때부터 볼륨 전용 샴푸를 이용해 머리카락 전체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 에디터
- 조 엘리슨(Jo Ellison), 안소영
- 기타
- Photography | James Cohcrane, Lee Ju H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