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사 청과 엠마 스톤의 한바탕 수다

과학을 사랑하고, 생화학 무기의 발포를 막았던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다. 알렉사 청이 때마침 엠마 스톤을 만나 한바탕 수다를 떨었으니까.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금발미녀처럼 보였던 엠마야말로, 알렉사만큼이나 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다.

카디건은 프링글스 오브 스코틀랜드(Pringles of Scotland).미니스커트는 지트로이스(Jitrois).구두는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Rouboutain).반지는 티파니앤코(Tiffany&Co).

카디건은 프링글스 오브 스코틀랜드
(Pringles of Scotland).
미니스커트는 지트로이스(Jitrois).
구두는 크리스찬 루부탱
(Christian Rouboutain).
반지는 티파니앤코(Tiffany&Co).

엠마 스톤은 지금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얼굴 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흑인 가정부의 권리를 위해 함께 싸웠 던 <헬프(Help)>의 여기자 역할로 먼저 알려진 그녀지만 사실 해외에서 엠마의 존재는 코미디 여배우에 가까웠다.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어떤 남자와 비밀스러운 관계에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그 소문이 전교에 퍼지며 소동을 겪게 되는 영화, <이지 A(Easy A)>의 여고생 역할로 MTV 영화제에서 최고의 코믹연기상을 수상한 경력이 그 증거다. 미국 제일의 코미디 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 aturday Night Live)>에도 두 번을 연거푸 출연한 엠마 스톤은 여전히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은 아무도 그녀를 웃기기만 하는 여배우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Amazing Spiderman)>에서 엠마는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롱부츠를 신고 스파이더맨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자 첫사랑으로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볐다. 전작에서 커스틴 던스트가 선보인 스파이더맨과의 빌딩 키스 신처럼 로맨틱한 장면을 만드는 대신에 씩씩한 21세기형 여주인공을 창조하는 쪽을 선택한 거다. 심지어 그녀는 얼마 전 개봉한 <갱스터 스쿼드a(Gngster Squad)>에서 라이언 고슬링, 숀 펜과 함께 주연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이 사랑스러운 소녀는 이제 완전한 할리우드 A급 여배우로 거듭난 걸까? 섭섭해하긴 이르다. 엠마가 인터뷰 장소로 원한 곳은 브루클린 뒷골목 깊숙이 자리한 갤러리였으니 말이다. 이 특이한 갤러리는 작은 나무 인형을 쥐고 있는 털이 북실북실한 고릴라의 발이 진열되어 있고, 쥐를 박제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다. 도대체 왜 이곳에서 보자고 한 건지, 그 이유를 한시라도 빨리 듣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던 찰나, 저편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금발의 엠마가 갤러리에 등장했다.

남자애들이나 입을 법한 회색 울 스웨터에 다크블루 스키니진, 독특한 컬러로 번쩍이는 구두를 신은 채였다. 요컨대 다른 여배우와는 완전히 다른 차림이었다는 말이다. “여기서는 사람 피부로 만든 램프를 쓴대요.” 남부 출신 특유의 억양에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농담을 첫인사로 건네는 그녀를 보는 순간 단숨에 그녀가 좋아졌다. 엠마는 학교의 인기 있는 여학생 같았다. 나도 저렇게 쿨할 수 있다면, 하고 바라면서 한번쯤 옆자리에 앉게 되기를 바라는 그런 여학생 말이다.

“잡지에서 이 박물관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나서, 이곳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헤로인이 선택한 이 갤러리는 해골 포스터, 동물의 이빨이 담긴 서랍, 부상당한 병사의 모형 등 이상한 물건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얼마 전 남자친구인 앤드류 가필드와 뉴욕의 아파트로 이사한 엠마는 새 집을 이곳의 소품들로 장식하고 싶어 했다.

“이런 식으로 새 집을 꾸미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엠마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인 그녀의 허스키 보이스는 담배 때문이 아니라 어릴 때 기침을 너무 많이 한 결과라고 하지만, 어쨌든 그 목소리는 그녀를 독특한 배우로 만드는 데 한 몫 했다. 대화를 할 때마다 날렵하게 움직이는 동공, 언제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팔꿈치 찌르기, 장난스러운 밀치기 등 밝고 활달하기만 한 그녀의 분위기를 상쇄하는 정반대의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코트는 모스키노(Moschino).스웨터는 막스마라(MaxMara).

코트는 모스키노(Moschino).
스웨터는 막스마라(MaxMara).

그녀의 에이전트는 처음부터 그녀가 금발미녀 그 이상이라고 믿었는지 ‘아름다운’, ‘섹시한’이라는 형용사를 앞세운 오디션은 죄다 거절했다고 한다. 첫 영화인 <슈퍼 배드(Super Bad)>에서 함께 출연한 스티븐 카렐이나 마이클 세라, 그리고 조나 힐 같은 초특급 코미디 배우들에게 ‘엠마는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배우로서도 누구든지 돋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녀를 스타로 만든 <이지 A>에서 엠마는 자신을 둘러싼 잘못된 소문에 정면대응하고, 좋아하는 남자 아이의 오해를 풀기 위해 속옷만 입고 용감하게 퍼레이드를 펼치는 여고생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녀의 타고난 코미디언 기질을 보여준 완벽한 쇼케이스와도 같았던 이 영화는 비슷 비슷한 이십대 여배우들 중에서 그녀를 군계일학으로 등극시켰지만 정작 엠마는 매 장면 자신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알렉사라면 한 시간 반 동안 자기 얼굴을 볼 수 있어요? ”라는 엠마의 말을 듣는다면 <이지 A>의 감독이자 애슈턴 커처가 등장한 로맨틱 코미디 <프렌즈 위드 베네핏(Friends With Benefit)>에 그녀를 단역으로 또 캐스팅한 윌 글룩 감독은 섭섭할 거다. “그녀에게는 예닐곱 가지 감정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묘한 능력이 있어요. 엠마는 캐릭터를 위해 자신을 완전히 버리는 타입이죠. 그렇기에 섬세한연기를 펼칠 수 있는 것일 테고요. 머지않아 초대형 배우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 라고 그녀를 추어올렸던 그니까.

이런 찬사와 상관없이 눈앞의 엠마는 으스스한 갤러리에서 타이타닉호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 스물넷의 여자일 뿐이다. “타이타닉호는 사흘에 걸쳐 침몰하죠. 이상하게도 재난이나 사건사고에는 늘 흥미를 가지게 돼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어릴 때부터 유독 섬뜩하고 무서운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매사 모든 것에 대한 불안감이 저로 하여금 코미디를 선택하게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드레스는 에르뎀(Erdem).귀고리는 티파니앤코.

드레스는 에르뎀(Erdem).
귀고리는 티파니앤코.

엠마는 어릴 때부터 원인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곤 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열한 살 때 엠마는 불안과 공포를 다스릴 수 있을 거라는 조언을 듣고 즉흥극 교실에 참가했다. 그러니까 그녀로 하여금 연기를 하게 만든 감정은 불안인 셈이다. “여덟 살 때 공황장애를 겪었어요. 친구들 집에 놀러 가지도 못했죠. 심지어 엄마는 제 도시락에 사랑의 메시지를 넣지도 못했어요. 그랬다가는 전 종일 엄마 생각만 하게 될 테고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했을 테니까요. 게다가 전 늘 아팠어요. 그래서 치료를 겸해서 즉흥극 수업을 들었는데 처음부터 효과를 봤죠! 수업을 받는 동안 난생 처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니까요.”

그래서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파워포인트를 작성해가며 프레젠테이션을 펼쳤고 가까스로 부모님을 설득해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배우가 되기 위해서였다.“수업 중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LA로 가는거야. 오늘 밤 당장!” 물론 실제로 LA로 떠나기까지는 그로부터 3개월이 더 걸렸고, 그동안 빵집에서 케이크와 타르트를 만들며 용돈을 벌었어야 했지만 말이다. 그녀를 빵집에서 구원한 것은 <더 패트리지 패밀리(The Patridge Family>라는 TV드라마에 출연하면서였다. 이후 그녀의 커리어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추진력과 결정력, 그리고 타고난 재능은 엠마를 빠르게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으나 그녀를 또래의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하는 건 그녀 안에 내재된 스타 기질뿐 아니라 친근한 이미지와 독특한 개성이다.

드레스는 미우 미우(Miu Miu).스타킹은 월포드(Wolford).

드레스는 미우 미우(Miu Miu).
스타킹은 월포드(Wolford).

“엠마는 그 자체로 매력덩어리예요.” 시상식에서 엠마를 처음 만나 이제는 명실공히 그녀의 ‘베프’가 된 컨트리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렇게 표현했다. “엠마는 굳이 남달라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이미 남들과는 충분히 다르니까요.” <더 하우스 버니(The House Bunny)>에서 그녀와 함께 공연한 안나 패리스 역시 “엠마가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게 부러워요. 그녀는 어딘지 괴상한 구석이 있는 괴짜인데 그래서 더 근사해 보이거든요” 라며 엠마의 개성을 칭찬했다.

그렇더라도 타고난 재능이 아니고서는 스파이더맨의 상대역인 그웬 스테이시라는, 엠마 스톤 필모그라피에서 최고이자 최대의 역할을 연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 엠마를 캐스팅했냐고요?” 이 영화의 감독인 마크 웹은 이렇게 답한다. “재미있고 예쁜 데다 시간 약속도 잘 지키니까요. 미모 덕을 볼 수도 있을 텐데 그러려고 하지 않죠. 엠마를 실제로 본 적이 있나요? 맙소사.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달라진다니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데, 다들 그녀만큼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것 같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잘 대해줘요. 사람들을 이상하게 편안하게 만들 줄 아는데, 바로 이런 능력이 그녀와의 작업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드레스는 데렉 램(Derek Lam).구두는 크리스찬 루부탱.반지는 티파니앤코.

드레스는 데렉 램(Derek Lam).
구두는 크리스찬 루부탱.
반지는 티파니앤코.

엠마 스톤은 이제 놀랍도록 유명해졌고, 새로운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패션에 관해서 문외한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이 인터뷰를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주최하는 파티에서 우연히 그녀와 마주쳤을 때, 그녀는 붉은빛 랑방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자신이 디자인한 드레스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알버 엘바즈의 옆에서 말이다. 심지어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던 그녀는 나를 불러 인사를 하고 저스틴에게 소개해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내 안의 열여섯 소녀 감성이 그녀 덕분에 행복해졌음은 물론이다.

인생 최초의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전 세계를 휩쓸고 난 지금, 엠마는 생각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일을 연달아 겪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뉴욕의 아파트에서 귀여운 남자친구와 함께 갇혀 생활하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 모두 그녀를 사랑하니 말이다.

    에디터
    글 / 알렉사 청 (Alexa Chung), 클레어 리처드슨 (Clare Richardson)
    포토그래퍼
    PATRICK DEMARCHELIER
    스탭
    헤어/올란도 피타, 메이크업/한나 머레이, 네일 / 메구미 야마모토 (Megumi Yam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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